"누가 배달할래?" 새 '동맹' 찾는 알리·테무…한국 택배업계 흔든다

머니투데이 임찬영 기자, 김도균 기자, 이태성 기자 2024.04.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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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C-커머스발 택배전쟁 (上)

편집자주 알리, 테무 등 중국발 e커머스가 경쟁입찰을 통해 물류업체를 선정하기로 하면서 국내 택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누가 이들과 손을 잡는지에 따라 택배업계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중국발 e커머스가 촉발한 택배 전쟁이 가져올 영향을 짚어본다.

'월 이용자 1330만' 입김 세진 알리·테무…택배업계 '눈치전쟁'
급성장한 알리, CJ대한통운도 '웃음꽃'/그래픽=윤선정급성장한 알리, CJ대한통운도 '웃음꽃'/그래픽=윤선정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e커머스의 인기를 톡톡히 누린 곳이 있다. 택배업체다. 그동안 알리익스프레스의 배송은 CJ대한통운이, 테무는 한진이 도맡아왔다. 그러나 알리와 테무가 각각 5월과 6월부터 배송을 담당할 업체를 기존 수의계약에서 경쟁입찰로 바꾸기로 하면서 업체 간 눈치작전이 시작됐다. 알리와 테무의 성장세가 큰 만큼 이들의 배송 물량을 얼마만큼 확보하느냐에 따라 시장 지형이 달라질 수 있어 '전운'마저 감돌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8년 한국에 진출한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물류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과 협업했다. 대규모 마케팅 등을 통해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1년 3월 154만명이었던 알리의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는 3년 만인 지난달 694만명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쿠팡(3039만명)과 11번가(752만)에 이은 국내 3위 e커머스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7월 한국 시장에 진출한 테무의 기세도 무섭다. 8개월 만에 MAU 636만명을 기록하며 4위에 오르는 등 급격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덩달아 알리와 테무가 국내 택배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도 점차 커졌다. CJ대한통운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7% 증가한 4802억원을 나타냈다. 특히 택배·e커머스 부문에서 영업이익 2461억원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37% 가량 수익성이 개선됐다. 지난해 매출의 32%, 영업이익의 52%가 택배와 e커머스 부문에서 나왔다. 지난해 4분기 직구발 택배 물량도 2670만 상자로 전년 대비 약 112% 증가했다. 한진 역시 테무의 직구 물량을 맡은 이후인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275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보다 19.6%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각각 7만9000원, 1만8000원대였던 CJ대한통운과 한진의 주가도 알리·테무와의 협업으로 인한 기대감에 지난 2월 14만8000원, 2만7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중국발 e커머스 업체들이 올해부터 배송 업체 선정방식을 경쟁입찰로 바꾼 것은 이렇게 커진 입지를 바탕으로 배송 비용을 낮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CJ대한통운과 한진이 알리와 테무 배송 물량을 놓칠 수 없는 상황이 된 만큼 일정 정도 가격을 인하할 수 밖에 없다. CJ대한통운과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통관 업무가 가능한 택배사들은 알리와 테무의 물량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택배 3사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입찰 결과에 따라 택배업계의 구도는 상당 부분 바뀔 수 있다. 알리·테무의 성장세가 가파른 만큼 운송해야 하는 물량이 꾸준히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물량을 가져가는 쪽과 물량을 뺏긴 쪽의 점유율 격차는 그만큼 커진다. 현재 국내에서는 CJ대한통운이 택배물량의 40% 이상을 배송하고 있다. 이 물량이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로 가면 점유율이 출렁일 수 밖에 없다.

다만 중국산 품질 문제 등 이슈로 알리,테무 등의 성장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시각도 상존한다. 알리·테무가 전체 택배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일회성 태풍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경쟁입찰이 결정됐기 때문에 국내 택배 업체들이 입찰을 준비하고 있긴 하지만 중국발 e커머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커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택배사 알리·테무 물량...뺏는 자가 생존한다

2022~2023년 택배 사업 매출 추이/그래픽=윤선정2022~2023년 택배 사업 매출 추이/그래픽=윤선정
중국 이커머스 물량을 누가 소화하느냐는 문제는 국내 택배사들의 실적과 곧장 연결돼 있다. 중국발 물량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이들과의 계약이 기업의 미래를 위해 그만큼 중요한 셈이다.


10일 물류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지난해 3000만 박스의 알리 물량을 처리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1분기에만 알리 물량 1400만박스를 처리한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월 평균 500만~600만 상자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알리의 한국산 상품 채널인 케이베뉴(K-Venue)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월 800만 상자까지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다. 한진이 운송을 맡고 있는 테무 역시 국내에서 빠르게 물동량을 늘리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테무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약 830만명으로 전달에 비해 40%가량 늘었다.

국내 최대 이커머스 업체인 쿠팡이 직접배송을 하고 있는 관계로 CJ대한통운과 한진은 각각 알리와 테무를 놓칠 수 없다. 즉 쿠팡이 직접배송을 시작한 이후 국내 택배사들의 점유율이 줄고 있었는데 반전의 계기가 된 것이 중국 이커머스의 국내 진출이었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가 기존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내다본다. 주계약 변경 시 물류설비, 전산시스템 등 인프라를 새로 구축해야 해 준비 기간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기존 계약 연장에 힘이 쏠리기도 한다. '도착 보장 서비스' 등을 원활히 제공하고 택배 배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통제하려면 변경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의 공격적인 영업이 예상되지만 소형 택배에 특화한 MP(멀티포인트), 메가 허브 터미널의 경쟁력, 통관 시스템을 보유한 CJ대한통운의 경쟁력을 따라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알리는 CJ대한통운과 우호적인 관계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물류량이 늘어나는 만큼 비율 조정은 가능하다. 현재 국내로 들어오는 알리 물량 중 CJ대한통운이 80%, 나머지를 한진과 우체국이 각각 맡고 있다. 테무 국내 배송은 한진이 대부분 처리하는데, 물량이 증가하면 이 비율은 조정될 수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알리와 테무의 경쟁입찰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배경이다.

CJ대한통운과 한진은 물류량 처리 능력 확대로 대응하고 있다. 현재 중국발 직구 물량의 99%가 인천항·평택항·인천공항을 통과한다. 이곳을 지나는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CJ대한통운은 인천국제특송센터(ICC)를, 한진은 인천공항 국제물류센터(GDC)를 각각 두고 있다. 두 회사는 이들 터미널의 물류 처리 능력을 2~3배 높일 계획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택배 업체 입장에서는 국내 이커머스 물량을 중국계 이커머스 물량으로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며 "중국발 이커머스는 물건당 단가가 저렴해 소비되는 품목 개수는 많으므로 택배 업체가 처리하는 물량 자체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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