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의 저주?…아폴로 13호, 일촉즉발 위기의 순간들[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2024.04.11 05:00
글자크기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아폴로 13호가 1970년 4월 11일 오후 1시13분(미국 중부 표준시)에 미국 플로리다주의 NASA 케네디 우주센터 발사대에서 이륙했다. 우주선에는 짐 로블, 존 스위거트, 프레드 헤이즈 등 우주비행사 3명이 탑승했다. /사진=미R국 항공 우주국(NASA)아폴로 13호가 1970년 4월 11일 오후 1시13분(미국 중부 표준시)에 미국 플로리다주의 NASA 케네디 우주센터 발사대에서 이륙했다. 우주선에는 짐 로블, 존 스위거트, 프레드 헤이즈 등 우주비행사 3명이 탑승했다. /사진=미R국 항공 우주국(NASA)


1970년 4월11일. 13시13분(이하 미국 중부 표준시). 아폴로 13호가 미국 플로리다주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아폴로 13호는 3명의 우주비행사를 싣고 아폴로 11호, 아폴로 12호에 이어 세 번째 달 착륙을 위한 우주선으로, 달 표면 '프라 마우 고원' 분지 지질학 실험 임무를 안고 우주로 떠났다.

아폴로 13호, 발사 전부터 우주비행사 '건강 문제'로 삐그덕
(왼쪽부터 순서대로) 아폴로 13호에 탑승한 우주비행사 존 스와이거트, 짐 로블, 프레드 헤이즈./AFPBBNews=뉴스1(왼쪽부터 순서대로) 아폴로 13호에 탑승한 우주비행사 존 스와이거트, 짐 로블, 프레드 헤이즈./AFPBBNews=뉴스1


아폴로 13호는 우주로 떠나기 전부터 탑승할 우주비행사에 관한 문제로 삐그덕댔다. 원래 아폴로 13호에 탑승할 예정이었던 한 우주비행사의 건강 문제로 다음 미션인 아폴로 14호에 탑승할 예정이었던 팀이 아폴로 13호에 오르게 됐다.

그러나 발사 7일 전, 또 다시 우주비행사의 건강 문제가 불거졌다. 아폴로 13호의 백업팀 중 한 명이 홍역에 옮은 것이 문제가 됐다. 아폴로13호에 오를 예정이었던 사령선 조종사 토마스 매팅리가 홍역에 옮았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홍역을 앓은 적이 없었던 매팅리는 결국 발사 72시간 전 임무에서 제외돼 지구에 남게 됐고, 존 스와이거트가 대신 우주로 향했다.



최종적으로 아폴로 13호에 탑승한 건 사령관 짐 로블, 사령선 조종사 잭 스와이거트, 달착륙선 조종사 프레드 헤이즈 3명이었다.

발사 7분 만의 위기 극복했는데…우주서 산소탱크 '펑'
산소 탱크의 폭발로 인해 손상된 아폴로 13호의 사령선 모습./사진=미국 항공 우주국(NASA), 아폴로 13호 우주비행사산소 탱크의 폭발로 인해 손상된 아폴로 13호의 사령선 모습./사진=미국 항공 우주국(NASA), 아폴로 13호 우주비행사
우주비행사 3명을 태운 아폴로 13호는 우여곡절 끝에 4월11일 계획대로 발사됐다.


그러나 발사 7분 만에 추진 로켓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5개의 엔진 중 하나가 예정된 시간보다 2분이나 먼저 꺼졌고, 미션 실패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듯 했다. 하지만 나머지 엔진 4개를 더 오래 사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위기를 극복했고, 이후 순조로운 비행이 이어져 이는 '13의 저주'의 액땜으로 여겨졌다.

13일 저녁, 아폴로 13호가 32만㎞를 순항해 달 궤도에 6만 여 ㎞ 가량 근접했을 무렵, 가압 산소 탱크가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배선 스파크로 일어난 폭발로 우주선 내 산소와 전기, 물 공급이 중단됐다. 달 착륙의 임무를 안고 떠난 이들의 임무가 '생존'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휴스턴,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OK Houston, we've had a problem here.)

당초 폭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우주비행사들은 뒤늦게 문제를 파악한 뒤 미국 텍사스 휴스턴의 지상관제센터에 보고하고, 비상 조치에 나섰다.

2개의 산소 탱크 중 2번 탱크만 폭발한 상황, 이들은 1번 탱크만은 살려보려 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이에 우주비행사들은 사령선을 폐쇄하고, 산소가 있는 달착륙선으로 이동했다.

'우주 미아' 될 위기…영하에 물 반 컵으로 버틴 우주인들
우주비행사 3명을 지구로 귀환시켜야 하는 상황. 우주선의 진행 방향을 달이 아닌 지구로 향하게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고, 관제센터는 달을 돌아 지구로 돌아오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지구로 돌아올 전력이 남아있을지가 미지수였다. 돌아오는 중 전력이 끊겨버린다면 우주비행사들은 우주 미아가 되고 말기에 전력을 아끼기 위해 자동조종장치마저 끈 채로 비상용 보조 유도장치로 궤도를 수정해가며 귀환을 시도했다.

우주 미아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 폭발로 터져나간 단열재 조각들이 나뒹구는 상황 속에서도 이들은 수동으로 궤도를 맞춰가며 생존을 위해 힘썼다.

우주비행사들은 영하의 온도 속 제대로 된 식량도 없이 하루 90㎖ 정도의 물 반 컵 정도로만 버텨야했고, 제대로 된 수면, 휴식도 취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달착륙선 조종사였던 프레드 헤이즈는 '우주 감기'까지 겹쳐 신장염을 얻게 되기도 했다.

이들은 자기가 적은 글씨를 자기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뇌 기능이 저하됐고 무력감에 휩싸여 생존을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다.

당초 아폴로 13호에 탑승하기로 돼 있던 프레드 헤이즈(왼쪽), 짐 로블(가운데)와 발사 직전 임무 취소된 토마스 매팅리(오른쪽)의 모습./AFPBBNews=뉴스1당초 아폴로 13호에 탑승하기로 돼 있던 프레드 헤이즈(왼쪽), 짐 로블(가운데)와 발사 직전 임무 취소된 토마스 매팅리(오른쪽)의 모습./AFPBBNews=뉴스1
생존 의지의 불씨가 꺼져가던 아폴로 13호 우주비행사들을 도운 건 탑승 직전 임무에서 제외됐던 매팅리와 나사 직원들이었다.

관제 센터에 남은 매팅리는 우주에 있는 동료들을 적극 도왔고, 다른 나사 직원들도 우주비행사들의 무사 귀환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덕분에 아폴로 13호는 지구 재진입 절차에 착수할 수 있었다.

우주비행사들은 달착륙선에서 다시 사령선으로 옮겨 타 지구 귀환 과정에 돌입했다.

사흘 버틴 끝에 무사 귀환…"가장 성공적인 실패" 평가
아폴로 13호의 우주비행사 짐 로블, 존 스와이거트, 프레드 헤이즈가 탑승한 사령선을 인양하는 모습. 우주비행사 3명이 탑승한 사령선은 1970년 4월 17일 오후 12시 7분 44초(미국 중부 표준시)에 태평양에 착수했다./사진=미국 항공 우주국(NASA)아폴로 13호의 우주비행사 짐 로블, 존 스와이거트, 프레드 헤이즈가 탑승한 사령선을 인양하는 모습. 우주비행사 3명이 탑승한 사령선은 1970년 4월 17일 오후 12시 7분 44초(미국 중부 표준시)에 태평양에 착수했다./사진=미국 항공 우주국(NASA)
아폴로 13호는 지구로 돌아오는 날까지도 긴장을 놓칠 수 없었다. 사령선 밑바닥 내열재가 안전한지 확실하지 않았고, 예상 착수 지역 부근에 태풍 경보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폴로 13호 사령선의 내열재는 무사했고 태풍의 영향권도 피해갔다. 그렇게 우주에서 사흘을 버틴 아폴로 13호의 우주인들은 4월 17일 낮 1시 지구로 무사 귀환했다. 사모아섬 남서, 서경 165도 22분, 남위 21도 38분의 태평양에 착수했다.

우주 탐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실패"(Successful Failure)가 그렇게 완수됐다. 우주에서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우주비행사 전원이 무사 생환한 보기 드문 사례라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아폴로 13호는 당초 계획했던 달 착륙은 완수하지 못했지만 다른 기록을 남겼다. 아폴로 13호는 귀환을 위해 달의 뒤편을 돌면서 100㎞ 정도 높은 궤도를 지났고, 덕분에 우주비행사들은 '지구에서 가장 멀리 나가본 사람'으로 기네스 기록을 세우게 됐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