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교도소 옆 '땅굴' 발견…"탈출 통로는 아냐" 예상밖 목적지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24.04.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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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시내 전경. /사진=뉴스1 프랑스 파리 시내 전경. /사진=뉴스1


파리 남부 교도소 인근에서 땅굴이 발견됐다.

9일 독일 일간지 타게스슈피겔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간) 파리 남부 교도소에서 약 450m 떨어진 곳에서 공사 중인 지하통로가 발견됐다.

터널의 길이는 4m 정도로, 이 통로는 전력회사 에네디스(Enedis)의 기술자가 우연히 발견하고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파리 땅굴 현장에는 땅을 파낸 잔해로 가득한 가방과 침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경찰과 파리 공무원들은 해당 터널이 죄수들의 교도소 탈출 통로일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파리 14구 시청 직원인 기욤 뒤랑은 "이 터널이 교도소에서 탈출하기 위한 정교한 통로의 일부일 가능성은 낮다"며 "교도소에서 약 500m 떨어진데다 막다른 골목에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땅굴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파리 지하 묘지 '카타콤'으로 쉽게 가기 위한 통로인 것으로 추정했다. 뒤랑 역시 파리 지하 묘지를 비밀리에 탐사하려는 이들이 판 것 같다고 전했다. 경찰 등 당국은 땅굴을 메우려 기술자들을 현장에 파견했다.
파리 지하묘지 입구/사진=독일 언론 타게스슈피겔 캡처파리 지하묘지 입구/사진=독일 언론 타게스슈피겔 캡처
땅굴의 목적지로 언급된 파리 지하 묘지, 카타콤(Catacombes)은 지난 18~19세기에 조성됐다.

프랑스 파리 남부에 위치한 해당 묘지는 과거 지하 채석장에 600만 명의 파리 시민의 유해가 겹겹이 쌓여있다. 세계에서 제일 큰 납골당, 단테의 지옥문이 실재한다는 지하무덤으로도 널리 알려지면서 연간 50만명의 방문객이 찾는 인기 관광지가 됐다.


11세기 파리는 노트르담 대성당 등 대규모 건축물 건축 열풍이 불면서 마구잡이로 토양을 파냈다. 이에 채석장 깊이는 건물 7층 높이인 30m에 달하고, 총연장은 30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부도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채석장으로 인해 '싱크홀' 같은 문제가 생기자 고민하던 파리시는 무덤 만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채석장을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에 600만명의 시민 유해가 묻히면서 채석장이 현재와 같은 거대한 무덤으로 변했다. 여기 묻힌 시신은 흑사병이 창궐하던 때부터 프랑스대혁명 시기에 사망한 사람까지 다양하다.

망자의 한이 서린 끝없는 지하 세계로 악명을 떨치며 모험을 즐기는 마니아들이 방문, 자꾸 실종자가 생기자 현재는 전체 면적의 0.6%인 1.6㎞ 구간만 관광객에게 개방하고 있다. 그러나 개방되지 않은 비밀장소를 몰래 탐험하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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