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워런 버핏' 이채원이 남긴 한국형 가치투자의 발자국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4.04.07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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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한국 증시 '가치투자의 길' 연 1세대 선구자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 인터뷰 /사진=이기범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은 허남권 전 신영자산운용 대표,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강방천 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과 함께 우리나라 가치투자 1세대로 꼽힌다. '가치투자의 전도사', '한국의 워런 버핏'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가치투자란 개념 조차 없던 시절 저평가 가치주 위주의 장기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며 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1988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한 그는 1998년 국내최초의 가치투자 전용펀드인 '동원밸류 이채원펀드'를 선보였다. 당시 이 펀드는 삼성전자, SK텔레콤, 롯데칠성, 유한양행 등 저평가 종목들에 투자해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130%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채원이 가치투자의 고수로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날리게 된 계기다.



2000년대는 이채원의 전성기였다. 2000년4월부터 2006년2월까지 동원증권 고유계정을 맡아 435%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약 56%)를 한참 웃도는 성과였다.

2006년에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서 가치투자 철학을 바탕으로 한 '한국밸류10년투자' 펀드를 출시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펀드 설정 이후 한 동안 준수한 성과를 냈고 그 해 금융감독원의 최우수 금융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3년까지 좋은 흐름을 이어 갔는데 그 이전 펀드까지 이어서 보면 2000년 이후 14년 동안 누적 1400%의 수익률이었다.



이후 본격적인 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가치투자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채원의 '10년투자' 펀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저조한 펀드 성과에 책임을 지고 2020년말 한국투자밸류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의장은 "결과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에 투자하면서 밸류트랩에 빠진 것"이라고 회고했다.

2021년6월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으로 현업에 복귀했다. 당시 코스피 지수는 역대 최고치(3316.08)를 찍었고 이후 하락장이 시작됐지만 라이프자산운용의 '라이프한국기업ESG향상' 펀드는 오히려 플러스 성과를 냈다. 2021년7월 펀드 설정 이후 현재까지 누적 수익률은 약 50%다.

최근 성과만 놓고 보면 충분히 '제2의 전성기'라 할 만 하다. 이전과는 다른 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다시 가치투자의 시대가 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증권업계가 이 의장과 라이프자산운용의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다.


◇약력 △1964년 출생 △중앙대 경영학 학사 △중앙대 국제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1988년 동원증권 국제부(동경사무소) 입사 △동원증권 주식운용팀장 △동원투자신탁운용 자문운용실장 △한국투자증권 자산운용본부장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이사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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