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내년 매출 목표 1조↓…쿠팡 이탈·해운동맹 재편에 깊어지는 고심

머니투데이 김도균 기자 2024.04.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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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2024~2025년 경영 목표/그래픽=윤선정한진 2024~2025년 경영 목표/그래픽=윤선정


한진이 당초 목표했던 내년 매출액 목표를 1조원 하향한다고 발표했다. 해운·물류 업황이 둔화 국면을 맞은 데다가 주요 고객사가 이탈함에 따른 목표 수정이라는 분석이다.

3일 물류 업계에 따르면 한진은 내년 매출액 목표를 종전 4조5000억원에서 1조원 줄인 3조5000억원으로 정정한다고 지난 1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목표는 2000억원에서 175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앞서 한진은 2022년 6월 중장기 비전을 발표하며 종전의 내년 목표치를 발표했다.



목표치를 하향한 이유에 대해 한진은 경영환경이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해운·물류 업황이 둔화 국면에 접어든 점을 반영했다는 이야기다.

물류 업계는 팬데믹 시기 물동량 증가로 호황을 누렸으나 특수가 걷히고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말부터 양대 운하 통행이 제한되며 운임이 일시적으로 상승했으나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또 올해 하반기 글로벌 선사의 공급량 확대로 운임 하방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한진의 매출 중 글로벌 운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지정학 이슈만으로 1조원 조정을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한진은 지난해 2조3997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는데 이중 7.9%인 1896억원만이 글로벌 운송에서 발생했다. 매출액 중 절반 이상인 1조3828억원을 택배 분야에서 올렸다. 항만 컨테이너 운영 등 물류와 글로벌 운송을 합쳐도 1조원 남짓이다.

업계에서는 쿠팡과의 계약 종료, 해운사의 부산 컨테이너 이탈 등 국내외 주요 고객사 감소를 또 다른 배경으로 꼽는다. 쿠팡은 한진에 위탁 배송을 맡겨왔으나 쿠팡이 자체 배송으로 전환하면서 최근 계약이 종료됐다. 한진 택배 사업에서 쿠팡 물량은 2022년 중반 최대 8%까지 차지했다. 2022년 택배 매출이 1조2787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000억원대 매출 통로가 사라진 셈이다.

또 내년 해운동맹 재편으로 인해 부산 컨테이너 터미널 매출 감소도 예상된다. 세계 2위 해운사 머스크와 5위 하팍로이드가 2025년 출범시킬 해운동맹 '제미니협력'은 부산항을 직접 기항지에서 뺐다. 한진은 부산항에서 지난해 매출액 기준 1742억원 규모의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타격이 불가피하다. 또 향후 동맹 구성에 따라 더 많은 선사가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진은 이들의 빈자리를 메울 다른 고객사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한진은 지난달 20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중국발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경영 전략을 밝혔다. 또 부산, 인천, 평택 컨테이너터미널과 배후 물류센터 등의 영업을 강화한다고도 했다.

이밖에 지난 1월 가동을 시작한 대전 스마트 메가 허브 운영에도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한진이 약 2800억원을 투자한 대전 터미널은 하루 처리 물량을 기존 215만박스에서 288만박스로 끌어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8075억원, 올해 목표는 3조650억원으로 전략고객과 수익원을 다각화해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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