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 발 끊긴 中 보따리상…소비심리 살아날까

머니투데이 세종=유재희 기자 2024.03.2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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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사진은 이날 한 대형마트의 모습. 2023.09.26. /사진=뉴시스 제공[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사진은 이날 한 대형마트의 모습. 2023.09.26. /사진=뉴시스 제공


최근 생산·투자 등 경기지표가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는 반면 내수 회복세는 별로다. 올해 경제성장 목표를 위해선 소비 회복이 뒷받침돼야하는데 시원찮다. 지난해 하반기 소비가 저점을 다졌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고금리·고물가 상황 속에서 소비심리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자동차·화장품 등 소비 약세 일시적?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2월 전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대로 증가했다. 넉 달 연속 오름세다. 설비투자는 10%대 증가세를 보였다. 약 9년 여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기획재정부가 제조업 생산·수출 중심의 경기 회복 흐름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반도체 개선 흐름이 제조업 전반에 확산된 것이 이러한 판단의 근거다. 이 여파로 광공업 생산이 크게 증가했고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약 2년 만에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문제는 2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3%대 감소세를 보였단 점이다.



기재부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일시적 요인에 주목했다. 우선 자동차 판매가 줄어든 것에 대해선 3월부터 전기차 보조금 지급될 예정이라 구매가 잦아들었다고 분석했다. 음식료품·화장품의 경우 지난달에 설 연휴가 포함됐던 만큼 부진했던 것으로 봤다.

또 가전제품 판매는 일부 브랜드의 할인행사 시기가 지나면서 주춤했고 통신기기 판매가 둔화된 것은 1월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에 따른 기저효과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는 산업활동동향의 소매판매 지표는 재화 부분 포함하는 만큼 소비 전반을 나타내진 못한다고 설명했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재화 부분 소비는 소매판매에 포함되지만 음식·숙박, 운수창고업 등 서비스 분야 소비는 서비스업 생산에 담기기 때문에 같이 살펴볼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소비심리 하락, 면세점 매출도 줄어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지난달 면세점 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 5일 서울 중구의 한 면세점에서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제공(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지난달 면세점 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 5일 서울 중구의 한 면세점에서 관광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제공
하지만 앞으로의 소비 흐름을 가늠할만한 지표들을 보면 회복세를 장담하기 어렵다. 우선 소비 심리가 부진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소비심리지수(CCSI)는 100.7로 전월 대비 1.2포인트(p) 내렸다. 지난 11월(97.3) 이후 4개월 만의 하락 전환이다.

소비심리를 옥죄는 요인으론 고금리·고물가가 꼽힌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월 기준금리를 3.25%에서 3.5%로 인상한 이후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원리금 상환 비용 부담은 커지고 소비 여력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금리인하 기대도 예전보다 줄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인사들이 올해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매파(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내놨다. 한은 입장에선 미국과 금리차를 키우면서까지 통화정책을 전환하긴 부담이 크다.

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1월 2%대에서 한 달 만에 2월 3%대로 올라섰다. 사과 등 과일, 대파 등 채소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가 안정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작황 부진 등 공급 측 요인이 문제로 지목되는 만큼 당분간 가격 안정세를 기대하긴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또 해외여행객이 줄곧 유입되고 있지만 면세점 등 소비가 기대에 못 미친다. 지난 2월 소매업태별 판매를 보면 전년동월 대비 면세점에서 16% 급감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의 트렌드가 변한 것이 요인이다. 이른바 '보따리상'이 줄어들고 관광 유형도 소비보다는 콘텐츠 등 위주로 바뀐 영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비는 작년 3분기쯤 바닥을 다지고 올라온다는 느낌"이라면서도"소비 흐름이 살아나는 흐름이 생산이나 수출보다 강하지 않으니까 속도 차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카드 판매나 해외여행객 증가세를 주시하면서 소비가 정상화 흐름으로 가는지 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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