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 활동 연장 실패…러시아 거부권 행사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24.03.29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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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대북제재 일몰 조항' 추가 요구 받아들여지지 않자 거부권 행사

2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트베리 지역 토르조크 마을에서 열린 문화 전문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사진=(토르조크 로이터=뉴스1) 정지윤 기자2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트베리 지역 토르조크 마을에서 열린 문화 전문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사진=(토르조크 로이터=뉴스1) 정지윤 기자


국제연합(UN·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제재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전문가 패널 활동이 다음달 말 종료된다. 러시아가 패널 활동을 연장하는 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탓이다.

북한 사이버공격 감시 중이던 패널, 다음달 활동 끝
28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보도에 따르면 이날 안보리는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전문가 패널은 북한에 대한 제재를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를 조사하고 1년에 두 번 심층 보고서를 작성한다. 그간 안보리는 매년 3월 전문가 패널 활동 연장안을 표결에 부쳐 1년씩 활동을 연장해왔다. 그러나 이번 표결에서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전문가 패널 활동은 다음 달 30일을 끝으로 종료될 예정이다.

이달 초 작성한 보고서에서 전문가 패널은 북한이 사이버공격을 통해 핵 무기 개발 자금 30억 달러를 조달한 정황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서방이 북한 목 조른다"
러시아는 북한 제재를 유지하려면 매년 갱신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항목을 결의안에 추가해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거부권을 행사했다. 러시아와 함께 갱신 절차 추가를 요구했던 중국은 표결에서 기권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바실리 네벤지아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서방이 북한의 목을 조르고 있다"며 "북한 비핵화에 있어 (서방의) 제재는 더 이상 적절하지 않고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전문가 패널 활동에 대해 "서방의 시각으로 편향된 정보를 재생산하는 활동으로 전락했다"며 "평가 능력이 없는 조직"이라고 했다.

"서방 향한 러시아 적대감 점점 커져"

로버트 우드 주 유엔 미국 부대사는 "전문가 패널이 지난해 러시아가 대놓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사례를 보고했다"며 "객관적인 조사 활동을 방해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AP통신은 "미국과 서방을 향한 러시아의 적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줄곧 합의해왔던 문제조차 다시 합의에 이르기 어려워졌다"고 평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전문가 패널 활동 연장 실패로 한반도에 영구적 평화를 실현하는 일이 더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커비 보좌관은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러시아는 전쟁을 위해 북한 무기를 수입하고 사용하는 등 제재를 위반해왔다"며 "오늘의 무모한 행동은 미국과 안보리가 북한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부과한 제재를 더욱 약화시킨다"고 했다.

커비 보좌관은 표결에서 기권한 중국도 비판했다. 그는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심화는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는 큰 걱정거리"라며 "오늘 표결에서 기권표를 던진 중국도 포함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세계 비확산 체제를 단호히 지지하고 러시아의 불법적인 침략에 맞서 자유와 독립을 수호하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수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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