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견제 택한 KT&G 주총, '경영 투명성 강화'에 무게

머니투데이 신탄진(대전)=지영호 기자 2024.03.2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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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 견제 택한 KT&G 주총, '경영 투명성 강화'에 무게


KT&G (88,900원 ▼100 -0.11%) 주주들이 내부 출신 경영진을 사장으로 신임하면서도 외부 출신의 이사회 진입을 허용한 것은 현 경영실적에 만족하지 않으면서 보다 투명성을 강화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28일 대전광역시 대덕구 신탄진동 KT&G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KT&G 주주총회 결과를 보면 전체 유효 주식 9129만여주(집중투표방식, 1주당 2표) 사장 후보자는 8409만표를 얻었고, 최대주주인 IBK기업은행이 추천한 손동환 후보는 5660만여표를 받아 이사회에 진입했다. 반면 KT&G 이사회가 추천한 임민규 후보는 2540만표 득표하며 이사회 진입에 실패했다.



두 명의 후보를 내세운 KT&G 이사회는 사장 수성에 성공했지만 외부추천 후보의 이사회 진입을 막지 못했다. 손 후보는 951만485주(7.1%)를 보유한 기업은행의 추천을 받은 인물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으로 성대 로스쿨 공정거래법 담당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손동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성균관대손동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성균관대
현 이사회에 법조 출신이 종전 1명에서 2명으로 늘어나는만큼 업무영역이 겹친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주주들은 손 교수의 이사회 진입에 손을 들어줬다. 이사회에서 법조 출신은 종전까지 백종수 변호사(임기만료) 1명이었으나 이번 주총을 통해 감사위원으로 사외이사에 진입한(분리선출) 곽상욱 후보와 손 교수 2명이 됐다. 사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제기된 사외이사 외유성 출장, 재단 기금 무상 증여,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미국 경영실패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지자 외부의 감시가 필요하다는데 무게를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외부인사의 이사회 진입으로 KT&G를 이끌게 된 방 사장의 어깨는 무겁다. 주주들로부터 성과를 인정받아 3년간 KT&G를 대표하게 됐지만 백복인 사장 체제에서와 같은 이사회 운영이 어려워진 까닭이다. 이전 이사회는 각종 안건에 대해 100%에 가까운 찬성률을 보인 바 있다.

주총 현장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됐다. 방 사장은 사장 선임의 건이 통과됐지만 주총 이후 기자들의 소감을 묻는 질문에 답변없이 자리를 피했다. 그는 이후 준비된 보도자료를 통해 "성장의 과실을 공유함으로써 회사 가치를 높이고 주주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단단한 신뢰를 구축할 것"이라고 전했다.

손 교수의 이사회 진입은 KT&G 이사회에 투명성 강화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손 교수는 부장판사 시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사건의 핵심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씨 1심 선고 당시 검찰의 미흡한 수사를 꾸짖어 화제가 된 인물이다. 또 관악구 모자살인사건과 삼성 에버랜드 노동조합 와해사건 1심 사건을 심리하면서 증인으로 나온 법의학자에 감사의 인사를 했고, 삼성측의 노동인식을 질타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손 후보가 그동안 공정한 판결을 해 온 판사 출신이라는 점이 주주들로부터 호응을 끌어낸 듯하다"며 "KT&G의 투명성 강화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영진 견제 택한 KT&G 주총, '경영 투명성 강화'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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