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44억 사기 친 돈으로 차 3대 굴리고…자식 국제유치원 보낸 40대

머니투데이 김미루 기자 2024.03.28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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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구속집행정지 틈타 도주, 고급아파트·차 3대 운행 '호화 도피'…강북서 '악성사기추적팀' 끝까지 추적·검거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44억원대 사기 행각을 벌인 40대 남성이 도주 3년 만에 경찰에 검거됐다. 그는 임시 석방된 틈을 타 도주한 후 3년간 '부자 아빠' 행세를 하는 등 호화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가 24명에 달하는데도 자신은 고급 아파트에서 거주하며 자녀들을 국제유치원에 보냈고 또 다른 사기 행각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만 24명 '44억' 사기…'3년' 도주 기간, 고급아파트·자녀 국제유치원 '호화생활'
2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북경찰서는 지난 22일 사기 혐의를 받는 A씨(47·남)를 검거했다.



A씨는 투자 원금을 보장하고 이익금 절반을 주겠다는 수법 등으로 피해자 24명을 꼬드겨 44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피해 규모가 더 크다고 판단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A씨는 사기 혐의로 구속된 후 2021년 구속집행정지를 받아 풀려난 틈을 타 도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명수배자 신세로 3년간 지내며 알이 없는 안경을 쓰고 머리 모양을 바꿔 신분증과 다른 모습으로 수사망을 빠져나갔다. 사기 범행을 추가로 저지르기도 했다.



'부자 아빠' 행세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전처 이름으로 고급아파트를 구입하고 자녀들을 국제유치원에 보냈다. 종류가 서로 다른 차량도 3대 운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 10일 A씨에게 투자금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자 고소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조사 과정에서 A씨가 사기 사건으로 이미 수배 중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은 조기 검거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추적에 나섰고 12일만에 경기 오산시에서 A씨를 붙잡았다.

/사진=조수아 디자인기자/사진=조수아 디자인기자

난이도 높아지는 사기 범죄…경찰 '악성사기추적팀' 사기 근절한다

이같이 서민 경제를 좀먹는 사기 범죄가 늘어나고 있지만 검거 난도는 높아졌다. 사기 범죄 발생 건수는 2017년 약 23만1000건에서 2022년 32만5000건으로 증가했다. 전체 범죄 중 사기 범죄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3.9%에서 22.0%로 커졌다. 다만 사기 범죄 검거율은 같은 기간 79.5%에서 58.9%로 떨어졌다.

이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달 국민체감약속 4호로 '변종 사기 바이러스, 경찰백신으로 근절'을 내걸었다. 이달 초 근절 대상을 7가지에서 10가지로 확대 규정했다. 10대 악성 사기는 △전세사기 △전기통신금융사기 △보험사기 △사이버사기 △투자·영업·거래 등 기타 조직적사기 △다액 피해사기 △가상자산 사기 △투자리딩방 사기 △연애빙자사기 △미끼문자다.

강북경찰서도 이달 '악성사기추적팀'을 결성했다. 팀장 1명과 팀원 2명으로 구성돼 규모는 크지 않은 팀이다. 결성 1달 만에 3년간 도피 행각을 벌인 A씨를 검거하는 성과를 냈다. 이 팀 수사망에 걸려든 지명수배자는 A씨 하나가 아니다.

악성사기추적팀은 지난 8일 피해자 10여명에게 13억원을 뜯어낸 피의자를 검거했다. 열흘 뒤에는 피해자 23명을 속여 10억 상당을 빼앗은 피의자를 붙잡아 구속 상태로 조사했다. 이 팀에 붙잡힌 악성 사기범들이 편취한 금액은 80억원을 넘어섰다.

경찰 관계자는 "악성 사기 근절을 목표로 범인을 추적, 검거하는 악성사기추적팀이 만들어졌다"며 "그런 만큼 신종 사기 범죄를 저지르고 도피 중인 사기범을 검거해 범행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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