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람료부터 껌값까지…숨어 있던 부담금 사라진다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박광범 기자, 세종=유재희 기자 2024.03.2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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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금 정비방안]18개 부담금 폐지·14개 부담금 감면…연간 2조원 규모의 부담 줄어

그래픽=이지혜그래픽=이지혜


정부가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등 18개 부담금을 폐지한다. 국제교류기여금 등 14개 부담금은 감면한다. 2002년 부담금 관리체계 도입 이후 대규모 정비가 이뤄지는 건 처음이다. 부담금 구조조정으로 연간 2조원의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부담금 정비 및 관리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부담금은 특정한 공익사업을 위해 부과하는 세금 외의 금전지급 의무다. 분담금, 부과금, 기여금 등의 이름이 붙는다. 현재 운영되는 부담금은 총 91개다.



'그림자 조세' 부담금 전면 개편
부담금은 말 그대로 국민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국민들이 알지 못하고 내는 부담금도 많았다. '준조세', '그림자 조세'라는 별칭이 생긴 이유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 "자유로운 경제 의지를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부담금은 과감하게 없애 나가야 한다"며 부담금 개편을 지시했다.

사라지는 부담금은 18개다.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담금이 대표적이다. 영화관 입장료에는 3%의 부과금이 붙는데 이를 없앤다. 영화관 입장권이 약 1만500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450원 정도의 부담이 사라진다. 정부는 입장권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련 업계와 협의 중이다.



학교 용지 확보를 위해 100세대 이상 규모의 아파트와 단독주택용 토지에 부과하는 학교용지부담금도 사라진다. 연초 경작지원 등의 사업을 위한 출연금, 수질개선부담금, 광물 수입부과금 및 판매부과금, 수산자원조성금 등도 폐지 대상이다.

부담금 정비 결과 개요/그래픽=이지혜부담금 정비 결과 개요/그래픽=이지혜
감면 조치에 나서는 부담금은 14개다. 감면되는 부담금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이다. 정부는 전력사업의 발전과 기반조성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전기요금의 3.7%를 사용자들에게 부과했다. 징수된 금액만 2022년 기준 2조3784억원이다.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은 요율을 단계적으로 인하한다. 올해 7월에는 3.2%로, 내년 7월에는 2.7%로 내린다. 내려간 요율만큼 전기요금을 덜 낸다. 정부는 4인 가구를 기준으로 연간 평균 8000원 정도의 전기요금 감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경감되는 전체 부담금 규모는 약 9000억이다.


영화상영관 입장금 부담금 폐지…전력기금 부담금 요율 단계적 인하

항공요금에 포함된 출국납부금은 1만1000원에서 7000원으로 인하한다. 현재 만 2세 미만인 출국납부금 면제대상은 만 12세 미만으로 확대한다. 여권을 발급할 때 납부하는 국제교류기여금은 복수여권의 경우 3000원 인하한다. 단수여권과 여행증명서는 기여금을 면제한다.

개발사업 시행자에게 개발이익의 일정 비율로 부과하는 개발부담금은 올해 한시적으로 수도권 50%, 비수도권 100% 감면한다. 농지전용허가를 받을 때 부과하는 농지보전부담금은 비농업진흥지역에 한해 부과요율을 개별공시지가 30%에서 20%로 인하한다.

이 밖에 천연가스(LNG) 수입부과금을 30% 수준으로 인하하고, 자동차보험료에 포함되는 자동차사고 피해지원분담금도 50% 깎는다. 이를 통해 가스요금과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유도한다. 경유차 소유자에게 부과하는 환경개선부담금 역시 50% 인하한다. 껌 제조사에 판매가의 1.8%를 부과하는 폐기물부담금도 폐지 수순을 밟는다.

정부는 부담금 폐지·감면을 위해 즉시 법령 제·개정에 나선다. 시행령 개정 사항은 올해 7월부터 시행한다. 법률 개정안은 올해 하반기 중 국회에 제출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정비에 따른 경감분은 즉시 요금과 가격인하로 이어지도록 업계와 적극 소통하고 조속히 법령 제·개정에 착수하겠다"며 "존치되는 부담금은 타당성을 점검하는 등 관리체계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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