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 전화도 지인 문자도 믿지말라…둔갑술까지 쓰는 보이스피싱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윤상구 기자 2024.03.2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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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그놈목소리⑥]'투자리딩방' 사기 봇물, 피해 막으려면 가급적 제도권 금융회사 통해야

편집자주 한동안 감소 추세였던 보이스피싱 범죄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한달 피해액이 500억원을 돌파하고 1인당 피해액은 3000만원을 넘어섰다. 정부의 서민 지원용 금융 상품까지 악용하는 등 신종 기법이 활개를 친다. 보이스피싱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와 진화하는 범죄 행태를 살펴본다.

'010' 전화도 지인 문자도 믿지말라…둔갑술까지 쓰는 보이스피싱


택배 알림이나 부고장 등 일상 속 흔히 접하는 메시지를 미끼로 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들끓는다. 지인을 비롯해 발신자가 누구든 문자 메시지에 담긴 인터넷 주소(URL)는 일단 의심을 해야 한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월평균 342억7000만원 수준이던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같은해 11월 483억원, 12월 561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인다.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은 택배, 부고장, 건강보험공단 등을 사칭해 문자를 대량으로 보낸 뒤 악성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하는 행태를 보인다. 문자에 포함된 인터넷 주소를 누르면 핸드폰에 악성 앱이 설치돼 범인에게 개인정보가 그대로 노출된다.

"부친께서 별세…" 무심코 누른 URL, 싹 털린 개인정보
실제 범인이 보낸 부고장 사칭 문자(왼쪽)와 택배 사칭 문자. /사진제공=경찰청실제 범인이 보낸 부고장 사칭 문자(왼쪽)와 택배 사칭 문자. /사진제공=경찰청


문자 메시지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내용으로 꾸며지다 보니 무심코 눌렀다 피해에 노출되기에 십상이다. 대표적으로 '부친께서 금일 별세하셨습니다. 장례식장'이라는 내용 뒤에 마치 장례식장 주소를 알려주는 듯 인터넷 주소가 덧붙는 식이다.

범인은 악성 앱이 깔린 핸드폰을 이용해 핸드폰 주인의 지인에게 또 다른 미끼 문자를 보낸다. 문자 수신자는 지인 연락처로 온 메시지이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 없이 같은 범행 수법에 속아 제2, 제3의 피해자가 된다.

악성 앱에 감염된 핸드폰은 마치 범인의 핸드폰처럼 기능한다. 핸드폰에 저장된 연락처, 사진뿐 아니라 위치 정보까지 노출된다. 이 핸드폰으로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에 확인 전화를 걸더라도 범인이 당겨 받을 수 있다. 이른바 '전화 가로채기' 수법이다.


문자 내 URL 클릭 금지…지인도 예외 아냐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선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수법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검찰청 검사나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하는 '기관 사칭형'과 이자가 싼 대출을 권유하는 '대출 사기형'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핸드폰에 악성 앱에 설치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찰 관계자는 "악성 앱은 활용 방법이 무궁무진해 누가 보낸 문자이든 절대로 문자에 있는 인터넷 주소를 누르지 않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원금 보장과 고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식의 투자리딩방 사기도 적잖다. 유명인을 사칭한 가짜 유튜브 등으로 피해자를 모집해 허위 정보로 피해금을 편취하는 수법이다.

투자리딩방 사기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투자는 증권사 등 제도권 금융회사를 통하는 방법이 권고된다. 금융회사 목록은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정보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경찰은 무엇보다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한다' 식의 광고는 일단 의심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010'으로 걸려 온 전화도 주의해야 한다. 과거에는 국제전화나 '070'으로 시작하는 인터넷 전화번호가 보이스피싱에 쓰였다면 최근에는 발신 번호 변작중계기 등 통신장비를 이용해 마치 국내에서 건 것처럼 꾸밀 수 있어서다.

경찰 관계자는 "모르는 번호로 걸려 온 연락은 일단 의심하고 수상한 전화나 문자를 받았을 때 112로 신고하면 통합신고센터에서 관련 내용에 대한 조치와 함께 상담받을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신고해달라"고 밝혔다.

조영일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보이스피싱에 책임이 있는 것은 범죄자이지 피해자가 아니다"며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확인하는 것은 의무이자 권리"라고 말했다.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25일 인천 연수구 인천대학교에서 진행된 대학생 소비자 피해 예방 캠페인에서 경찰 관계자가 대학생들에게 보이스피싱 대처 요령이 적힌 안내문을 나눠주고 있다./사진=전진환[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25일 인천 연수구 인천대학교에서 진행된 대학생 소비자 피해 예방 캠페인에서 경찰 관계자가 대학생들에게 보이스피싱 대처 요령이 적힌 안내문을 나눠주고 있다./사진=전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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