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을 모색하는 푸틴 [PADO]

머니투데이 김동규 PADO 편집장 2024.03.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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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최근 실시된 대선에서 무난히 재선에 성공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스탈린보다 더 오래 집권하는 러시아의 지도자가 됐습니다. 다음 임기에도 연임에 성공할 경우 심지어 예카테리나 2세보다도 더 오래 집권하게 됩니다. 현재 71세에 건강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푸틴의 재집권이 시작됨에 따라 '푸틴 이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포린어페어스의 3월 13일자 기사는 '푸틴 이후' 논의의 시작을 알리고 있는데, '영원한 푸틴주의'라는 표현을 쓰면서 푸틴이 구축해온 권위주의 체제가 푸틴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저자들이 명시적으로 이야기하진 않지만 행간을 통해 이야기 하고 싶은 것 중 하나는 푸틴이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심하게 된 것이 이번에 실시된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었나라는 점입니다. 저자들은 이를 '전시(戰時) 푸틴주의'라고 부릅니다. 이 전시 푸틴주의가 '푸틴 이후'에도 살아남을 '영원한 푸틴주의' 즉 '영원히 지속될 푸틴 정치체제'를 만드는데 있어서 핵심요소가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대통령선거에서 무난히 승리하기 위한 해법이기도 합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남부 영토 일부를 점령한 채 전쟁이 마무리된다면 푸틴은 '승전의 개선장군'이 될 것입니다. 푸틴 체제가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지금의 군수산업의 활황에 따른 전시 호경기가 휴전 이후 급격히 냉각되면서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것이 푸틴에게 부담이 되겠지만, 영토의 확장이라는 전쟁성과가 너무 크기 때문에 경기침체도 무난히 극복할 수 있으리라 예상됩니다. 금년 11월에 재집권 가능성이 있는 트럼프의 외교정책에서 러시아가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북한의 대외정책에서도 러시아가 더욱 중요한 위치를 가져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푸틴과 러시아의 행보에 대해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PADO의 러시아 관련 후속 기사들을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모스크바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5선에 성공한 뒤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대선 운동 참모들과 만나고 있다. 2024.3.21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모스크바 AFP=뉴스1) 우동명 기자(모스크바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5선에 성공한 뒤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대선 운동 참모들과 만나고 있다. 2024.3.21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모스크바 AFP=뉴스1) 우동명 기자


2012년 블라디미르 푸틴은 4년간의 총리직을 마치고 다시 한번 러시아의 대통령이 되었다. 2012년 대선 전 "푸틴 없는 러시아"라는 구호가 시위 집회에서 인기 있는 구호가 될 정도로 많은 러시아인들이 그의 무리한 복귀에 분개했다. 러시아인들의 불만은 푸틴 자신과도 관련이 있고 진행되고 있던 러시아의 정치 변화와도 관련이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 헌법에는 푸틴을 제약할 수 있는 제도나 조항이 없었다. 아무도 그를 막지 못했다.

초기 푸틴주의는 대중의 태평함과 무관심이 뒤섞여 있었다. 푸틴 대통령 임기 첫 8년인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러시아 경제가 확장되면서 러시아 중산층이 부상하자 무관심 속에 안주하는 분위기가 퍼져나갔다. 크렘린궁이 어느 정도는 대중의 정치참여를 막음으로써 조성한 이 무관심은 정권의 권위주의를 강화하는 데 일조했다. 푸틴을 사랑할 필요는 없이 그저 그가 어떻게 권력을 유지하는지에 무관심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2022년 러시아는 이제 '전시(戰時) 푸틴주의'라는 새로운 상황을 만났다. 이 체제는 완전히 권위주의적이고 전쟁에 동원되기도 했지만, 태평함과 무관심의 공간은 어느 정도 남겨두었다.



3월 15일부터 3월 17일까지 러시아에서 다시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이 기사는 선거 이전에 작성된 것인데, 대통령선거에서 예상대로 푸틴이 당선됐다 - 역자 주). 후보자, 선거운동, 투표함 등 절차적 형식은 크렘린궁의 이미 예정된 결과에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집권 25년째를 맞이한 푸틴은 6년의 임기를 더 수행하게 될 것이며, 이 임기가 끝나면 그는 다시 출마하여 2036년까지 통치를 연장할 수도 있다.

크렘린궁은 철저한 관리를 통해 선거를 최대한 말썽없이 치르려고 노력했다. 푸틴이 2024년 선거가 공정하더라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지만, 푸틴 정권의 선거 관리가 조금이라도 느슨해지면 이번 선거가 크렘린이 오랫동안 금지해 온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비판을 촉발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렇게 시작된 제대로 된 비판은 또 다른 가능성, 즉 푸틴의 명령이 러시아 국민의 집합적 의지와 일치하지 않고, 그가 러시아를 영원히 통치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을 열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푸틴은 집권 25년 동안 두 가지 목표를 추구해 왔다. 첫 번째는 자신을 반대하거나 반대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국내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방대한 억압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언론인 살해, 충성심이 부족한 올리가르히 체포, 푸틴의 정치적 대항마가 될 가능성이 있는 인사에 대한 억압이 수반되었다. 자유주의 정치인 보리스 넴초프는 2015년 크렘린궁 밖에서 살해당했다. 정치 활동가 블라디미르 카라무르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래 수감되어 있다. 그리고 불굴의 정치적 용기를 보여준 야당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러시아의 북극 형무소에서 4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는 2020년에 독극물에 의한 암살 미수에서 살아 남았고, 1년 후 독일에서 치료를 받은 후 위험을 감수하고 러시아로 돌아왔다가 이번에 사망한 것이다.

푸틴의 또 다른 목표는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이 그가 없는 미래를 상상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오늘 그에게 대항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내일도 그에게 대항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러시아인들이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더 이상 의회나 헌법, 그리고 야당의 견제를 받지 않는 푸틴은 권력의 정점에 서 있다. '영원한 푸틴주의'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고 이것이 많은 러시아인에게 안정감을 주고 있다. 푸틴주의는 어쨌건 러시아인들이 가장 잘 아는 정치적 안정이다. 물론 소수의 사람들에게는 절망이나 분노를 유발한다.

영원한 푸틴주의에는 취약점이 있다. 영원히 살아남기로 한 정권은 실패한다는 인식을 조금이라도 대중에게 주어서는 안된다. 푸틴 정권이 지속되려면 이미 달성한 필연성(푸틴 정권의 성립은 필연이었다는 인식-역자 주)뿐만 아니라 영원히 달성할 수 없는 자신의 불멸성에 대한 환상을 유지해야 한다. 신화 안에 눈에 띄는 균열이 보이는 경우, 이는 신화 자체를 훼손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게 된다. 푸틴이 자신을 전능한 구세주, 즉 러시아의 운명을 이끌 수 있는 유일한 존재로 제시하는 것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정권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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