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달려든 국민연금, 이제 밸류업 종목만 집중매수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2024.03.2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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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등 순매수 상위 종목 /그래픽=조수아 디자인 기자연기금 등 순매수 상위 종목 /그래픽=조수아 디자인 기자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최근 두 달간 연기금 등의 순매수 상위 종목에 저 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이 등장했다. 특히 국민연금은 밸류업 방향성에 찬성하며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연기금 등이 밸류업으로 재평가받을 저 PBR 주를 담기 시작해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지침서인 '스튜어드십 코드'에 밸류업이 추가되고, 법인세·배당소득세 경감 등 세제 지원 방향이 나오면서 앞으로 밸류업 참여 기업에 대한 연기금의 관심이 더욱 높아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밸류업 발표일인 지난 1월24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약 두 달간 연기금 등이 순매수(매도보다 매수가 많은 것)한 상위 종목에 LG화학 (373,500원 ▲500 +0.13%), 포스코퓨처엠 (281,000원 ▲500 +0.18%), 현대차 (249,500원 ▼500 -0.20%), 신한지주 (46,750원 ▲3,250 +7.47%), 하나금융지주 (60,000원 ▲3,400 +6.01%), 삼성SDI (408,500원 ▼5,000 -1.21%), 삼성생명 (88,800원 ▲2,400 +2.78%), 한국전력 (21,050원 ▲150 +0.72%) 등이 올랐다. 밸류업 장세 속에서 저 PBR 종목으로 분류되는 현대차,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삼성생명, 한국전력 등이 새롭게 상위에 포진한 점이 특징이다.

밸류업 발표 이전과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하다. 지난해 11월30일부터 올해 1월23일까지 약 두 달 동안 순매수 상위 종목은 에코프로머티 (117,700원 ▲3,100 +2.71%), 셀트리온 (176,600원 ▼800 -0.45%), 카카오 (47,300원 ▼100 -0.21%), 포스코DX (40,250원 ▼950 -2.31%), HMM (15,080원 ▲230 +1.55%) 등이었다. 2차전지와 반도체 등 성장성이 부각되는 종목이다.



순매수 1위였던 에코프로머티는 순매수액이 3247억원에서 밸류업 발표 이후 682억원으로 줄면서 20위로 떨어졌다. 2위에 올랐던 셀트리온도 순매수액이 2638억원에서 925억원으로 감소하면서 14위로 내려갔다. 3위 카카오는 33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포스코DX는 당초 4위에서 31위로, HMM은 5위에서 64위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

순매수액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연기금 등은 밸류업 발표 이전 두 달간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합해 418억원을 순매도했다. 하지만 밸류업 발표 이후에는 4943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특히 스튜어드십 코드가 개정된 지난 14일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날 하루에만 2700억원 이상 주식을 사들였다. 이는 2년3개월 만에 최대 순매수 규모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은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부터 순매수 기조로 전환했다"며 "우리나라 기관투자자들은 국내 주식 비중 조정이 마무리된 경우가 많아, 향후 국내 주식 비중 확대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스튜어드십 코드에 기업가치 향상에 대한 내용이 추가되면서 밸류업에 적극적인 기업에 대한 기관투자자의 관심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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