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고우석.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20일(한국시간) 오후 7시 5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LA 다저스를 상대로 2024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서울시리즈 개막전을 치른다.
한국에서 최초로 메이저리그 개막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샌디에이고에서 뛰고 있는 '코리안 메이저리거' 김하성과 고우석의 활약 여부에도 큰 관심이 쏠리는 게 사실이었다.
이제는 샌디에이고를 대표하는 유격수로 성장한 김하성을 비롯해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와 잰더 보가츠, 매니 마차도, 다르비슈 유 같은 특급 스타들은 당연히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다. 그렇지만 끝내 최종 엔트리에서 고우석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을 포함해 투수 13명과 포수 2명, 내야수 7명, 외야수 4명으로 개막 엔트리를 꾸렸다. 마쓰이 유키와 로베르트 수아레스, 완디 페랄타 등 고우석과 마무리 경쟁을 펼쳤던 투수도 모두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당초 그래도 미국에서 서울까지 동행했기에, 최종 엔트리 합류 전망이 일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다른 나라도 아닌,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였기에 김하성과 고우석이 나온다면 한국 팬들을 위한 결단이 될 수도 있었다. 더욱이 2연전이었기에, 1,2선발이 아닌 3~5선발 자리가 비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메이저리그는 냉정했다. 그리고 샌디에이고 구단과 마이크 쉴트 감독 역시 최종 결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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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고우석은 메이저리그 개막을 앞두고 치른 시범경기와 이번 서울시리즈 스페셜 매치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고우석은 전날(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LG 트윈스와 스페셜 매치에서 팀이 5-2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랐다.
샌디에이고 고우석.
샌디에이고 고우석.
고우석은 선두타자 박해민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했으나 김현종을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그러나 '잠실 빅보이' 이재원이 고우석을 상대로 투런포를 치며 점수는 5-4, 한 점 차까지 좁혀졌다. 하지만 위기는 여기까지였다. 손호영을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한숨 돌린 고우석. 다음 타자는 구본혁을 3루수 직선타로 잡아내며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 지었다.
사령탑인 마이크 쉴트 샌다에이고 감독도 아쉬움이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고우석 본인 역시 잘 던지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도 고우석은 (피홈런을 허용한 뒤) 좋은 모습과 함께 아웃카운트를 챙겼다. 세이브를 기록한 건 좋은 뉴스였다"고 이야기했다. 쉴트 감독은 "시리즈를 앞둔 시점에 선수들을 평가한 뒤 로스터를 확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결국 고우석은 사령탑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며 메이저리그 데뷔를 다음으로 미뤄야만 했다.
고우석은 지난 16일 고척돔에서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했다. 당시 고우석은 "(오)지환이 형이 연락 와서 헛스윙 3개 할 테니까 그냥 가운데 던지라고 농담을 했다"고 미소 지은 뒤 "아까 용산에서는 어린 선수들이 내게 샌디에이고 팬이 아니라 LG팬이라고 했다. 그 말에 한 번 더 자부심이 생겼고 스스로도 (전 LG 선수로서) 책임감이 생겼다. 멋진 거랑 잘하는 거랑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이젠 잘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 많이 응원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LG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 고우석은 당시 루벤 니에블라 샌디에이고 투수코치와 약 15분가량 더그아웃에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고우석은 "오늘 스케줄과 메이저리그 공인구와 KBO리그 공인구의 차이 그리고 내일17일 만나는 LG 타자와 대표팀 타자들을 분석한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니에블라 코치가 내게 LG를 이렇게 분석해 봤는데 확인해 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정말 깜짝 놀랐다. 나도 (LG 타자들에 대해) 그렇게 생각했던 부분들이 적혀 있어서 '어떻게 알았냐'고 되물어봤다"고 설명했다.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공식 훈련이 진행됐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고우석이 캐치볼을 하고 있다.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공식 훈련이 진행됐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고우석(맨 오른쪽)이 니에블라 코치(맨 왼쪽)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공식 훈련이 진행됐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고우석(오른쪽에서 세번째)이 훈련을 하고 있다.
자신의 구속에 대해서도 "구단 기록으로는 정상적으로 시속 94~95마일(약 151.2㎞~152.8㎞)이 나왔다. 공을 던지는 데 있어 더 힘을 쓸 수 있는 감각적인 부분을 깨워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아직까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다. 그래서 도착하자마자 훈련을 조금 더 했다. (개막까지) 시간이 별로 없지만, 그런 부족한 부분을 채워 조금 더 노력해서 어떻게든 개막 엔트리에 들어가려 한다. 안 되더라도 또 들어갈 수 있도록 내 공을 계속 발전시키고 변함없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진 바 있다.
고우석의 시범경기 내용을 보면 엔트리 탈락이 어느 정도 이해가는 측면이 있다. 압도적인 피칭을 보여주지 못한 채 기복있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고우석은 지난 1일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의 호호캄 스타디움에서 열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서 시범경기 데뷔전을 치렀다. 고우석은 8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 동안 역시 1개의 안타를 내주긴 했지만, 2탈삼진 무실점으로 자신의 몫을 다했다. 당시 총 15개의 공을 뿌린 가운데, 스트라이크 비율은 60%였다. 타자 4명을 상대하는 동안 볼넷은 1개도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더불어 자신의 구위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확인한 점도 큰 수확 중 하나라 할 수 있었다. 그 경기에서 선두타자 타일러 소더스트롬을 삼진 처리한 뒤 또 다른 코리안 메이저리거인 박효준을 2루 땅볼로 유도했다. 후속 쿠퍼 보먼에게 좌전 안타를 내줬으나, 맥스 슈먼을 재차 삼진으로 잡아내며 자기 투구를 마쳤다.
샌디에이고 고우석이 16일 오후 서울 용산 어린이정원 내 어린이야구장에서 진행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소년 클리닉 행사에 참가해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샌디에이고 고우석이 16일 오후 서울 용산 어린이정원 내 어린이야구장에서 진행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소년 클리닉 행사에 참가해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리고 사흘 만인 지난 7일 고우석은 신시내티 레즈와 시범경기에서 7회초 팀의 5번째 투수로 구원 등판, 1이닝 동안 안타 1개를 허용했지만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고우석은 팀이 2-6으로 뒤지고 있던 7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고우석은 선두타자 스펜서 스티어를 좌익수 뜬공으로 유도하며 산뜻한 출발을 했다. 하지만 다음 타자 에르난 페레즈를 상대로 좌익수 방면으로 향하는 2루타를 얻어맞으며 순식간에 실점 위기를 맞이했다. 페레즈는 지난 2021시즌 도중 한화 이글스에서 대체 외국인 타자로 그해 시즌을 마칠 때까지 활약한 바 있다. 1사 2루의 실점 위기를 맞은 고우석. 그렇지만 고우석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공을 뿌렸다. 후속 P.J. 히긴스를 루킹 삼진으로 처리하며 아웃카운트 2개를 채웠다. 히긴스와 대결하는 과정에서는 2루 주자였던 페레즈가 3루 도루에 성공하기도 했다. 더욱 압박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고우석은 다음 타석에 들어선 타일러 스티븐슨을 3루 땅볼로 유도하며 실점 없이 자신의 투구를 마쳤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고우석.
고우석.
고우석.
고우석은 계속해서 위기를 허용했다. 리반 소토를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이어 애런 힉스에게 한가운데로 몰린 실투가 나오면서 우측 담장으로 향하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얻어맞았다.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거짓말 같은 난타가 시작됐다. 테일러 워드마저 고우석의 속구를 좌중간 외야로 날리며 1타점을 추가했고, 급기야 브랜든 드루리에게는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를 내주고 말았다. 고우석의 속구가 또 가운데 높은 쪽으로 몰렸고, 드루리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이후 로건 오홉을 삼진 처리하며 한숨 돌리는 듯했으나 잭 네토의 평범한 우익수 뜬공을 샌디에이고 우익수 로카스트로가 한 번에 처리하지 못하면서 네토는 2루에 안착했다. 결국 고우석의 투구는 여기까지였다. 션 레이놀즈가 그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올랐고, 다행히 레이놀즈가 추가 실점은 하지 않으면서 고우석의 자책점도 더 이상 늘어나지 않았다.
고우석.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투수 고우석.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투수 고우석.
산뜻한 출발을 한 고우석은 후속 알버트 알모라 주니어를 상대했다. 고우석은 이번에도 속구가 아닌 87마일(약 140km) 커터를 뿌리며 헛스윙을 유도했다. 앞서 난타를 당했을 때 속구 일변도로 볼 배합을 가져간 것과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2구째. 몸쪽으로 뿌린 90마일 (약 144.8km) 빠른 볼에 알버트 알모라 주니어의 배트가 나왔고, 타구는 평범한 3루 땅볼로 연결됐다. 2아웃. 다음 타자는 터커 반하트. 고우석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침착한 와인드업 자세 이후 초구는 바깥쪽 높은 볼을 던졌다. 이어 2구째 뚝 떨어지는 변화구를 뿌리며 반하트의 배트를 유도했고, 타구는 역시 3루수 글러브로 들어갔다. 고우석이 깔끔하게 퍼펙트 투구로 1이닝을 완벽하게 책임진 순간이었다. 고우석의 이날 총 투구수는 9개. 그 중 스트라이크는 6개, 볼은 3개였다. 고우석의 시범경기 성적은 5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은 12.46. 4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8피안타(1피홈런) 6실점(6자책) 2볼넷 5탈삼진 피안타율 0.364,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2.31의 성적을 올렸다.
김하성.
김하성이 지난달 23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2회 안타를 친 뒤 주루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 우완 투수(9명) : 조니 브리토, 다르빗슈 유, 에녤 데 로스 산토스, 제레미아 에스트라다, 마이클 킹, 스티븐 콜렉, 조 머스그로브, 로베르트 수아레스, 랜디 바스케스
- 좌완 투수(4명) : 톰 코스그로브, 마쓰이 유키, 아드리안 모레혼, 완디 페랄타
- 포수(2명) : 루이스 캄푸사노, 카일 히가시오카
- 내야수(7명) : 잰더 보가츠, 제이크 크로넨워스, 김하성, 매니 마차도, 그레이엄 폴리, 에구이 로사리오, 타일러 웨이드
- 외야수(4명) : 호세 아소카르, 잭슨 메릴, 주릭슨 프로파,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고우석(왼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