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경기 화성 소재 과일 유통센터에 보관 중인 사과. 쿠팡, 네이버 등 온라인 구매 고객에 보낼 사과를 포장하고 있다./사진=정세진 기자
경기 화성시에서 60평 규모(198.34㎡) 과일 유통센터를 운영하는 한모씨(38)는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기후 영향 등으로 사과 품질은 떨어지는데 가격만 높아져 한씨처럼 소비자들을 직접 상대하는 이들은 더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한씨와 달리 대규모 유통업자들은 지난해부터 사과를 수확기(10월~1월)에 대량으로 구입하고 공급이 부족할 때 팔아 150~200%의 이윤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오전 경기 화성시 냉장 창고에 보관 중인 사과./사진=정세진 기자
지난해 사과 작황이 좋지 않았던 상황에서 '스마트 처리' 기술이 왜곡된 유통 구조와 결합해 사과값 상승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했다.
사과의 경우 단순 저온 창고에서 저장하면 1~2개월 후 식감이 푸석해져 상품성이 떨어진다. 스마트 처리는 특정 약품으로 사과 표면을 감싸 사과 저장성을 높인다. 대형 유통업자들은 스마트 처리 등으로 사과를 보관하고 가격이 오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시중에 사과를 조금씩 풀면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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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씨는 "저장해 놓은 물량만 소비할 수 있기 때문에 7월 아오리 사과 수확 전까지 사과 가격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며 "물량을 구하기 어려워 4월 이후부턴 '일시 품절' 상태를 고민하는 유통업자들도 많다"고 했다.
'1200박스→200박스' 줄어든 사과 수확량…"올해도 농사 안 된다는 소문"
지난 19일 경북 청송군 파천면에 있는 송모씨의 사과 과수원. /사진=독자 제공
송씨는 "농사라는 게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며 "하늘이랑 시세, 노력이 맞아야 하는데 그게 안 맞으면 돈이 안 된다. 지난해 최고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송씨 과수원은 지난해 4월 10일 사과꽃이 펴 수정할 때쯤 서리가 내렸다. 재작년엔 비가 많이 와 사과 탄저병이 돌았다.
송씨는 "지난해 7~8월 장마 때 탄저병이 돌아 수확하지 못하고 떨어진 사과만 150박스 정도"라며 "듣기로 주왕산 쪽에 피해가 커서 사과 농사를 포기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올해 전망도 난관적이지 않다. 송씨는 "지난주에는 낮에 영상 20도까지 오르더니 이틀 전에는 영하 3도까지 떨어져 날씨가 들쭉날쭉하다"며 "청송군에서 냉해 방지약을 치라며 약을 공급해주고 있는데 올해도 농사가 잘 안될 거라는 소문이 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