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전실도 '무죄'…그룹 이끌 '컨트롤타워' 부활하나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24.02.07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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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성장전략 주도…신속 진단 필요성 등도 제기
내부서도 "3개 TFT, 계열사 비전제시 역부족" 지적
"재건 제반작업, 연말 정기인사 시점에 진행 가능성"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2004년 통계 집계 이후 대기업 취업자가 300만 명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를 기록한 22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삼성전자 직원수는 코로나 전인 2019년과 비교해 18%(만9천여 명) 늘어난 12만 4천 명을 기록했다. 2024.1.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2004년 통계 집계 이후 대기업 취업자가 300만 명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를 기록한 22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삼성전자 직원수는 코로나 전인 2019년과 비교해 18%(만9천여 명) 늘어난 12만 4천 명을 기록했다. 2024.1.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불법이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불법행위를 주도한 것으로 지목돼 공중분해됐던 삼성 미래전략실(미전실)도 이번 판결로 무고함이 밝혀졌다.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난 삼성이 다시 그룹 컨트롤타워를 재건할 지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지난 5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전실 실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전현직 삼성 임직원들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을 열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이 회장 뿐 아니라 미전실 핵심 임원들, 나아가 미전실에 대한 '무죄'를 선고한 것과 다르지 않다.



그룹 전반의 현안을 조율하고 중장기 성장전략을 주도해 온 미전실은 삼성그룹 경영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왔다. 총수 직할 조직으로서, 과거 △회장 비서실(1959~1998년) △구조조정본부(1998~2006년) △전략기획실(2006~2008년) 등의 형태로 존재하다 2008년 '삼성 특검'으로 사라졌다. 그러다 2010년 이건희 회장의 경영 복귀와 함께 부활했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태의 '창구' 중 하나로 꼽히며 집중적인 비판의 대상이 됐다. 2016년 12월 국회 청문회에 참석한 이 회장(당시 부회장)은 "미래전략실에 관해 정말 많은 의혹과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며 "선대 회장께서 만들었고, 회장께서 유지해온 것이라 조심스럽지만 국민이나 의원들의 부정적 인식이 있다면 없애겠다"고 약속했고, 실행에 옮겼다. 미전실 기능은 △삼성전자(사업 지원) △삼성물산(설계·조달·시공) △삼성생명(금융 경쟁력 제고)중심의 3개 태스크포스(TF)팀으로 분산됐다. 조직 자체가 일시적인 TF 형태로, 그룹의 현안을 챙기고 아우르며 비전을 제시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한 삼성 계열사 관계자는 "TF는 (계열사가) 일을 벌이지 못하게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와 관련해 "합병의 주 목적이 이 회장의 승계만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히며, 이 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으며,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살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번 무죄는 검찰이 2020년 9월1일 이 회장을 기소한 지 1천252일, 약 3년5개월 만이다. /사진=임한별(머니S)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와 관련해 "합병의 주 목적이 이 회장의 승계만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히며, 이 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으며,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살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번 무죄는 검찰이 2020년 9월1일 이 회장을 기소한 지 1천252일, 약 3년5개월 만이다. /사진=임한별(머니S)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를 유도할 구심점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자율 경영'을 천명했지만, 이는 곧 계열사들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 않고 따로 움직이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금융 계열의 경우 사실상 그룹의 입김이 닿지 않아 이런 현상이 더 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룹 차원의 중장기 전략을 전담하는 조직이 없으니 미전실 해체 이후 미래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삼성의 M&A 등도 사실상 중단됐다. 과거 미전실은 실장, 실차장 산하에 사장급 팀장이 이끄는 8개 팀을 갖추고 있었다. 당시 전략1팀(삼성전자 등 전자계열 중심)과 전략2팀(비전자계열)이 미래 중장기 성장 전략을 세우는 역할을 했다. 9조원을 투입해 인수한 하만 등 굵직한 인수합병(M&A)과 화학, 방산계열사 매각 결정도 이곳을 통해 이뤄졌다.

삼성 그룹 내부에서만 아니라 재계에서도 삼성이 그룹의 전사적 역량을 합쳐 현재 상황을 신속하고 정확히 진단하고, 더 나아가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선 컨트롤타워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줄곧 제기돼 왔다. 기존 기능을 되살리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시대 변화에 대응하는 기능을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삼성은 다양한 통로를 통해 가능성 등을 타진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료들을 잇따라 영입한 것이 컨트롤타워 부활 준비 차원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도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삼성에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삼성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현재까지는 컨트롤타워 재건을 위한 제반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만약 (미전실 부활)결정이 내려진다면 올 연말 정기인사 시점에 맞춰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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