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새 역사 썼다" 최초 최초 최초 '기생충'이 남긴 기록들 [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차유채 기자 2024.02.09 05:30
글자크기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영화상 트로피를 받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스1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영화상 트로피를 받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스1


"Parasite."(영화 '기생충' 영어 제목)

2020년 2월 9일(이하 현지 시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917', '아이리시맨', '조조래빗', '조커' 등을 제치고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영어가 아닌 언어로 만들어진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것은 아카데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기생충'은 이날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총 4개 영역에서 상을 휩쓸었다.



봉준호 "국제영화상 받고 '오늘 할 일 끝났구나' 생각했는데…"
2020년 2월 9일(현지 시간)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에 호명되던 순간. /영상=유튜브 채널 'Oscars'2020년 2월 9일(현지 시간)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에 호명되던 순간. /영상=유튜브 채널 'Oscars'
한국 영화는 유독 오스카와 인연이 없었다. 1962년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감독 신상옥)가 아카데미 문을 처음 두드린 이후 매년 출품됐지만, 최종 후보에 오른 적은 없었다. 2018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이 국제영화상 예비 후보에 든 게 가장 좋은 성과였다.



작품상 호명 직후 '기생충'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는 "할 말을 잃었다. 상상도 해 본 적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져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지금 이 순간이 뭔가 굉장히 의미 있고 상징적이고 시의적절한 역사가 쓰인 기분이 든다. 이러한 결정을 해준 아카데미 회원들의 결정에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김독상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1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김독상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1

봉 감독은 '아이리시맨'의 마틴 스코세이지, '조커'의 토드 필립스, '1917'의 샘 멘더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를 제치고 감독상을 거머쥐었을 당시 "국제영화상을 수상하고 '오늘 할 일은 끝났구나' 생각하고 있었다. 너무 감사하다"고 벅찬 감동을 표현했다.

그는 "제가 마틴 영화를 보면서 공부했던 사람이다. 같이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상을 받을 줄 몰랐다. 같이 후보에 오른 감독님들도 너무나 존경하는 멋진 감독들이다.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다섯개로 잘라서 나누고 싶은 마음"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수많은 '역대 최초'…"긍정적 변화에 영향력 발휘"
(왼쪽부터) 배우 송강호, 이선균, 최우식, 장혜진, 봉준호 감독, 박소담, 박명훈, 조여정이 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더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기자회견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1(왼쪽부터) 배우 송강호, 이선균, 최우식, 장혜진, 봉준호 감독, 박소담, 박명훈, 조여정이 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더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기자회견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스1
'기생충'은 오스카 4관왕에 앞서 한국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및 골든 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세자르상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비영어 영화 최초로 미국배우조합 시상식(SAG Awards) 앙상블상 수상의 영광도 안았다.

이에 외신들을 비롯해 영화계 유명 인사들은 '기생충'을 향해 찬사를 쏟아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생충'의 수상은 '좀 더 포용력 있는' 오스카를 약속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으며, AP통신은 "'기생충'의 수상은 오랜 세월 외국 영화를 저평가한 아카데미 시상식의 분수령이 됐다"고 평가했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 조지 클루니는 '기생충'에 대해 "세계 영화계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는 데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극찬했다.

"한류, 확실히 도래해"→"블랙리스트 이겨냈다"
(왼쪽부터) 모건 오테이거스 당시 미국 국무부 대변인, 영화 '기생충' 포스터 /사진=뉴스1(왼쪽부터) 모건 오테이거스 당시 미국 국무부 대변인, 영화 '기생충' 포스터 /사진=뉴스1
문화 외 분야에서도 '기생충'을 향한 축하가 쏟아졌다. 당시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었던 모건 오테이거스는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외국어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처음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것을 보게 돼 기쁘다"고 축하를 건넸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기생충'은 4개의 오스카상을 충분히 받을만했다"며 "한류(the Korean wave)는 확실히 도래했다"고도 강조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기생충'의 아카데미 석권을 "한국 민주주의의 승리"로 평가했다. WP는 봉 감독과 '기생충'의 주연 송강호가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점을 언급하며 "블랙리스트가 계속됐더라면 '기생충'은 오늘날 빛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봉 감독이 연세대 학보에서 만평을 그려 사회적 불의에 대한 풍자 감각을 발휘했던 점도 소개하며 "자본주의의 모순을 그린 영화 '기생충'은 자유로운 사회가 예술에 얼마나 중요한가란 중요한 교훈을 가르쳐 주고 있다"고 호평했다.

봉준호, 로버트 패틴슨 손잡고 신작 선보인다
영화 '미키 17' 스틸컷 /사진=뉴시스영화 '미키 17' 스틸컷 /사진=뉴시스
많은 관심이 집중된 봉 감독의 '기생충' 이후 첫 신작은 '미키17'이다.

소설 '미키7' 원작의 '미키17'은 미래를 배경으로 얼음 행성을 식민지화하기 위해 파견된 인간 탐험대의 일회용 직원 '익스펜더블'의 이야기를 그린다.

'미키17'에는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유명한 로버트 패틴슨을 비롯해 스티븐 연, 토니 콜렛, 마크 러팔로 등이 출연한다. 당초 오는 3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지난해 미국 할리우드 파업 영향으로 완성이 늦어지면서 공개일이 연기됐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