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 바꿔라"…내년 주총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 돌격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2023.12.0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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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구조 바꿔라"…내년 주총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 돌격


연말이 다가오자 행동주의 펀드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인다. 내년 주주총회를 앞두고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다. 시장에선 이들의 행동주의로 기업가치가 올라갈 수 있을지 주목한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 캐피탈은 지난 6일(현지시간) 연례 손 런던 투자 컨퍼런스에서 삼성물산 (151,100원 ▲1,000 +0.67%)의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했다.



팰리서 캐피탈은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사인 삼성물산의 주가와 내재가치 사이에 250억달러 정도의 평가가치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할인율로 환산하면 63%에 달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공정한 주주환원 △지배구조 투명화 △지주회사 체제로의 재편 등을 삼성물산에 요구했다.

제임스 스미스 팰리서 캐피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삼성물산은 우수한 펀더멘털(기틀)에도 높은 할인율에서 거래되고 있어 투자자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며 "제안한 제고 방안들을 삼성물산이 실행한다면 가격 격차가 완전히 해소되고나 상당 부분 줄게 되고, 장기적 성장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들 역시 본격적으로 움직인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행동주의 활동으로 주주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TRUSTON주주가치액티브 ETF(상장지수펀드)'를 이달 중순 출시할 예정이다. 행동주의를 타겟으로 한 ETF는 국내 최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그간 한국알콜 (10,570원 ▼40 -0.38%), 태광산업 (650,000원 ▼1,000 -0.15%), BYC (38,000원 ▼750 -1.94%) 등을 대상으로 행동주의를 펼쳤다.

부동산 리츠업계에서도 행동주의 바람이 분다. 지난달 27일 코람코자산신탁은 상장 리츠인 신한알파리츠 (6,290원 ▲10 +0.16%), 이리츠코크렙 (4,695원 ▼45 -0.95%), 이지스레지던스리츠 (4,050원 ▲50 +1.25%), 이지스밸류플러스리츠 등의 주식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이들의 주요 주주로서 적극적인 주주 활동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국내 행동주의 펀드 활동은 2018년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크게 늘어났다. 강성부펀드(KCGI)가 대표적이다. KCGI는 한진칼, 오스템임플란트, DB하이텍 (41,600원 ▲1,550 +3.87%) 등의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를 주장하며 지분 매입을 진행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을 인수해 KCGI자산운용을 출범시킨 이후 지난 9월 'ESG동반성장펀드'를 출범시켜 행동주의 공모펀드를 표방했다. KCGI자산운용은 현대엘리베이 (40,100원 ▲250 +0.63%)터에 지속적인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고 지난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 등기이사 사임을 이끌어 냈다. 현재는 다음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자사주 소각을 새롭게 요구 중이다.

가치투자 명가인 VIP자산운용도 아세아시멘트 (9,990원 ▲10 +0.10%), HL홀딩스 (33,250원 ▼100 -0.30%)에 수년간 행동주의를 펼쳤다. 그 결과 최근 두 회사 모두 자사주 소각, 배당 등 파격적인 주주환원책을 발표했다.

연말로 갈수록 행동주의가 더 본격화될 전망이다. 상법상 주주제안 안건은 주주총회 6주 전까지 전달돼야 한다. 통상적으로 정기주주총회가 3월에 열리는 만큼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기업 측에 개선안을 전달해야 한다. 공개적 행동주의 노출 빈도도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대주주 혹은 기업 오너, 투자자들이 모두 만족할 만큼의 바람직한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며 "행동주의가 기업을 공격한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지만 기업과 동반 성장하는 장기적인 파트너가 행동주의의 본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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