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눈의 사무라이', 동서양의 투혼이 절묘하게 결합한 수작

머니투데이 정명화(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3.11.1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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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튼 토마토 신선지수 98% 달하는 보장된 완성도와 재미

사진제공=넷플릭스사진제공=넷플릭스


이달 초 공개돼 현재 미 영화 전문 사이트 로튼토마토의 신선도 지수에서 무려 98%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호평을 얻고 있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시리즈 '푸른눈의 사무라이'(Blue Eye Samurai). 서양인이 만든 이 일본의 무사 이야기는 트렌디하고 감각적인 서양의 장점과 정적이면서 철학적인 동양의 특징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작품으로 선보였다.

'푸른눈의 사무라이'는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피와 폭력, 야만이 난무하는 당대에서 '괴물'이라 불리며 배척당하는 혼혈 무사의 이야기를 그린다. 일본인 매춘부와 서양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 '미즈'. 서양인은 일본 본토인을 마주칠수도 없던 시절, 미즈는 온갖 차별과 멸시 속에 자란다. 친아버지가 보낸 암살자들에게 집이 불타고 어머니를 잃은 미즈는 '나를 이방인으로 만든 모든 사람에게 복수하겠다'라는 집념으로 살아간다. 눈이 먼 검(刀)의 장인만이 미즈를 받아주고, 미즈는 그의 밑에서 철을 단련하고 검부에게 칼을 의뢰하러 찾아오는 무사들을 몰래 홈쳐보며 무술을 익힌다. 최고의 실력을 가진 냉혹한 무사로 성장한 미즈는 오랫동안 다짐해온 복수를 위해 길을 나서고, 오랜 복수의 여정 속에 그를 사부로 섬기고 따르는 '링고'와 자유를 갈망하는 영주의 딸 '아케미' 등과 인연을 맺게 된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총 8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푸른눈의 사무라이'는 서사와 액션, 영상, 음악, 메시지가 모두 수준급인 작품이다. 그동안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막연한 탐미적 시선으로 그려진 서양 산(産) 작품들과는 궤를 달리하며 어둡고 몽환적이면서도 서정적인 다채로운 매력이 공존한다. '47 로닌'이나 '라스트 사무라이' 등의 작품들이 놓친 봉건주의 일본의 특징과 무사도를 놀랍도록 섬세하게 그려내 역사적 고증에 들인 노력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특히 캐릭터를 구축함에 있어 일본의 역사와 봉건시대 무사에 대한 진지한 탐구와 열정이 돋보인다. 피와 폭력으로 세운 막부 시대, 칼 하나로 세상 위에 군림하던 무사들의 특징과 그 이면에 굶주리고 천대받는 서민들과 여성, 아이들의 모습을 리얼하게 묘사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푸른눈의 사무라이'는 높은 수위의 폭력 신과 성적인 묘사가 가감없이 등장한다. 성을 사고 파는 유곽의 음란한 풍경이나 등장인물들의 거침없는 섹스 신, 일본 특유의 자유로운 성문화가 고혹적이고 섬세하게 그려진다.

사진=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
에도 시대 일본의 풍속과 일본인의 민족성, 당시 무사들의 특징을 매혹적으로 되살려낸 이 작품은 놀랍게도 캐나다와 프랑스를 기반으로 하는 애니메이션팀이 제작했다. 'What If?' 제작진이 연출한 '푸른눈의 사무라이'는 고즈넉한 고대 교토의 풍경과 흐드러질듯 피어난 벗꽃, 목덜미를 드러낸 흰 분칠의 기녀들이 민속화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여기에 '킬빌'을 연상시키는 감각적인 음악이 화려한 액션 시퀀스와 어우러지며 절대 쾌감을 선사한다. 창의적이고 신선한, 독보적인 액션 신들은 이 작품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수준높은 작화와 탄탄한 서사, 폭력적이고 무자비한 액션 등 다양한 장르의 팬들을 만족시킬만한 작품이다.


미즈의 전사가 주를 이루는 '낭인과 신부' 편은 일본 전통극 '분라쿠'의 양식을 따와 인형극과 미즈의 과거 회상 신을 오가며 비장하고 애절한 한편의 비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동양적인 정서와 서양의 화려한 테크닉이 만나 최고의 수작으로 거듭난 '푸른눈의 사무라이'. 미즈는 처절한 복수극의 끝을 열어두고 새로운 시즌에 대한 암시를 남겼다. 고독하고 차가운 복수의 화신, 미친듯한 몰입감을 선사한 '푸른눈의 사무라이'가 시즌2로 조속히 찾아오길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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