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인도·中 없는 CPhI, 아시아 대표로 나선 K-바이오

머니투데이 밀라노(이탈리아)=정기종 기자 2021.11.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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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경쟁자 양국, 백신 공신력 이슈에 대거 불참
한국, 아시아 국가 중 최다 참가…대표성 무게감 ↑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CPhI 2021 행사장 전경. 2년 만에 재개된 현장행사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이른 아침부터 입장을 위한 행렬이 길게 늘어져 있다. /사진=정기종 기자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CPhI 2021 행사장 전경. 2년 만에 재개된 현장행사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이른 아침부터 입장을 위한 행렬이 길게 늘어져 있다. /사진=정기종 기자


세계 제약산업 전시회(CPhI Worldwide 2021)에 참가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아시아 대표로서의 존재감을 뽐냈다. 코로나19(COVID-19) 여파 속 인도와 중국 기업들이 대거 불참하면서 2년만에 재개된 최대 규모 전시회에 아시아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9일(현지시간)부터 11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CPhI 2021에 참가한 국내기업들은 아시아 국가 중 최다 기업이 참가하는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최대 규모 부스를 선보이는 등 유럽 무대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CPhI는 전통적으로 원료의약품을 중심으로 각 기업들이 해외진출 기회를 넓히는 장으로 꼽힌다. 최근 시장성이 부각되면서 바이오 기업의 부스가 눈에 띄게 늘었지만, 여전히 전체 의약품 시장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케미컬 기반의 복제약과 원료의약품이 중심인 전시회다.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해당 분야 강점을 보이는 인도와 중국이 국내 입장에선 최대 경쟁자다.

하지만 유럽연합이 인도와 중국에서 접종한 코로나19 백신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입국이 까다로워졌다. 인도와 중국은 각각 '코박신'과 '시노팜·시노백' 등 자국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다. 이에 따라 올해는 매년 행사장에 북적이던 양국 부스와 바이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는게 현장의 주된 반응이다.



수 년째 CPhI에 참가 중인 국내사 관계자는 "올해처럼 인도와 중국 기업 또는 관계자들이 없었던 적은 처음"이라며 "양국이 의약품 시장내 국내사들의 경쟁자로 꼽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아시아 대표라는 상징성이 짙어진 분위기"라고 말했다.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CPhI 2021 행사장을 찾은 참가자들이 관람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유럽 참가자가 주를 이루는 행사지만 예년에 쉽게 찾아볼 수 있던 인도와 중국 기업 관계자 및 참가자들은 올해 대거 불참해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진=정기종 기자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CPhI 2021 행사장을 찾은 참가자들이 관람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유럽 참가자가 주를 이루는 행사지만 예년에 쉽게 찾아볼 수 있던 인도와 중국 기업 관계자 및 참가자들은 올해 대거 불참해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진=정기종 기자
K-원료의약품부터 CDMO까지…"2년 만에 재개된 현장행사 기회창출 기대"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CPhI 2021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스 전경. /사진=정기종 기자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CPhI 2021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스 전경. /사진=정기종 기자
행사에 참가한 국내사들은 원료의약품부터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술까지 다양한 각 사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해 행사가 코로나19 여파에 온라인으로 개최된 뒤, 2년 만에 재개된 만큼 적극적으로 기술력과 제품 알리기에 나선 모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771,000원 ▼4,000 -0.52%)는 국내사는 물론 전체 참가사 가운데도 최대 규모인 260㎡의 단독부스를 통해 연간 총 생산량을 62만리터까지로 늘릴 슈퍼플랜트(세포주 개발부터 상업생산까지 모든 프로세스가 한곳에서 가능한) 4공장과 위탁개발 가속 플랫폼 '에스-셀러레이트'(S-Cellerate), 하나의 공장에서 세포·유전자치료제, 백신 등 다양한 형태의 의약품을 생산하는 것을 의미하는 '멀티모달리티'(Multimodality), 바이오의약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상업 생산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엔드-투-엔드'(end-to-end) 서비스 등 4가지 테마를 선보였다.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CPhI 2021 JW홀딩스 부스를 찾은  외국인들이 제품 문의를 하고 있다. /사진=정기종 기자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CPhI 2021 JW홀딩스 부스를 찾은 외국인들이 제품 문의를 하고 있다. /사진=정기종 기자
JW홀딩스 (3,005원 0.00%)는 항생제와 종합영양수액제 중심의 의약품존과 탈모치료제 및 홈케어기기, 스킨케어솔루션, 상처 케어 밴드 등으로 채운 헬스케어 존 등 2개의 존으로 구성해 눈길을 끌었다. 정혜진 JW홀딩스 해외영업팀 부장(대우)는 "탈모치료 분야의 경우 K-뷰티에 많은 중동쪽 바이어들의 미팅 문의가 쇄도하거나 샘플을 요구하는 등 관심이 높은 상태"라며 "특히 자사의 경우 치료제 라인업부터 홈케어기기까지 연계된 제품군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일동제약 (15,430원 ▼130 -0.84%)은 유산균 제품과 항암제 파이프라인 소개에 중점을 뒀다. 특히 원료 인증 절차가 까다로운 유산균 분야에서 품질 기준의 척도가 되는 미국 NDI /GRAS 원료 인증을 받은 라인업을 보유한 선호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이미 진출한 미국과 일본에 이어 유럽 시장 진출의 기회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휴온스글로벌 (21,800원 ▲250 +1.16%)은 해외 관심이 높은 K-뷰티 대표 품목인 보툴리눔 톡신 '휴톡스'와 필러를 비롯해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알려지며 해외 관심이 높아진 헤파린과 덱사메타손제제, 덴탈 카트리지(치과용 국소마취제) 등 포괄적인 품목 구성을 선보였다.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CPhI 2021 한미약품 부스 전경. /사진=정기종 기자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CPhI 2021 한미약품 부스 전경. /사진=정기종 기자
한미약품 (317,000원 ▼2,500 -0.78%)은 세팔로스포린계 3세대 항생제 제품을 주력으로 부스를 꾸렸다. 한미정밀화학에서 생산하는 해당 분야 원료의약품은 유럽 전체 시장의 20%를 차지하는 조용한 강자다. 진출 조건은 까다로우면서 가격은 점차 낮아지는 원료의약품 분야에서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인도와 중국이 국내 대비 높은 점유율을 보여왔지만, 최근 양국 기업들이 실사에서 탈락하는 등 기술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보다 위험성이 낮은 국내사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조하아민 한미약품 해외사업팀장은 "온라인 행사의 경우 아무래도 원래 알던 업체들 중심의 미팅에 그쳐 사실상 면대면 논의를 통한 새로운 기회 창출에는 한계가 있다"며 "실무자간 얼굴도 안보고 계약하기 어려운 만큼 다시 재개된 오프라인 행사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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