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생태탕을 즐기는 건 점점 힘들어진다. 국내산 명태는 2019년 이후 발자취를 감췄다. 일제시대 최대 어획량에 비하면 0.0001%도 안되는 명태만 최근 잡혀왔다. 일본이 2년 안에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풀겠다고 하니, 우리나라 생태탕집 원재료의 99%를 차지하는 일본산 생태도 먹기가 꺼려질지 모른다.
명태 창자를 젓갈로 만든 창난젓. /사진=수협쇼핑
명태는 한국인의 정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면서 민간 신앙에서도 한 몫을한다. 제사상에 오르는 귀한 생선이고, 대문 문설주 위에 복 많이 달라고 매달아 놓은 것이 말린 명태다. 요즘에는 새 차를 산 사람이 사고 예방을 위해 보닛이나 트렁크에 넣어두기도 한다.
명태 알로 만든 젓갈, 명란젓. 일본에서도 우리나라 음식으로 인정하고 있다. /사진=수협쇼핑
명태 어업에 대한 기록은 조선시대부터 이어진다. 효종 당시 승정원일기에는 "1652년 강원도의 진상 어류 중 대구알젓 속에 명태알젓(명란젓)을 섞어 넣었다"는 불량품에 대한 기록도 나온다. 당시 대구알젓이 명태알젓보다 더 비쌌던 걸 보면, 명태가 더 많이 잡혀 가치가 매우 낮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일제시대에 27만톤 잡히던 명태, 요즘엔 '0톤'
2019년 1월 25일 강원도 동해시 묵호진동 일원 먹태 덕장에서 어민들이 겨울철 차디찬 바닷바람으로 말리는 ‘언 바람 묵호태’를 너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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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싹쓸이를 하다보니 1940년대엔 연간 6만톤 수준으로 떨어졌다. 1980년대 연간 7만4000톤으로 좀 늘어나나 싶더니 1990년대 6000톤, 2000년대 100톤으로 급감했다. 최근 10년간은 연중 1톤 미만이 강원 고성이나 속초 지역에서 간간이 잡혔고, 2018년 7톤을 기록한 게 최근 10년간 최대 어획량이다. 이 때문에 해양수산부는 2019년부터 '명태 전면 금어기'를 지정해, 우리나라에선 현재 명태를 어획할 수 없다.
그나마 원양에서는 좀 잡히는 편이다. 1970년대부터 미국, 베링공해, 북해도 등에서 우리나라 배들이 명태 트롤어업을 해왔으나 미국과 러시아의 EEZ(배타적 경제수역) 선포로 어장을 잃었다. 다만 1991년 한-러 어업협정으로 매년 쿼터를 확보하고 조업하기 시작해, 이게 우리나라 유일의 명태 조업장이 됐다.
생태탕집은 거의 다 일본산…러시아산은 '동태탕'
생태탕. /사진=뉴시스
어묵 등으로 유통되는 동태와 필렛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수입산 명태는 생태탕이나 지리로 소비돼 왔다. 이 때문에 일본산 명태 수입이 줄어들면서 생태탕집 주인들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방사능 공포증 때문에 생태탕집 경영까지 위협 받는 것이다. 일부 수입 물량은 황태 등으로 국내에서 가공되는 경우도 있다.
술자리 단골손님 노가리와 먹태
'2018 을지로 노맥(노가리와 맥주) 축제'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스1
호프집 안주로 즐기는 먹태도 원래는 5~30일 바닷가에서 말린 명태를 가리킨다. 다만 최근 국내산 명태가 없다보니 수입 명태를 급하게 말려 유통되는 게 많다. 양재형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사는 "요즘 팔리는 먹태는 대부분 수입 명태를 들여온 뒤 건조기계를 사용해 3일 정도 수분을 제거하고 유통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닮은 꼴 생선은 대구, 헷갈릴 일은 없다
(위)명태 (아래)대구. /사진=국립수산과학원
분류학상 대구목 대구과에 속하기에 실제 대구와 비슷한 면도 있다. 다만 명태는 대구보다 더 가늘고 긴 편이다. 명태는 아래턱이 위턱보다 길고 입이 크며, 대구는 위턱이 아래턱보다 길고 입이 크다. 명태의 주둥이는 아래 중앙에 1개의 수염이 있지만 매우 작아서 거의 보이지 않고, 대구는 주동이 아래 길이가 눈 지름과 비슷한 1개의 수염이 있다. 명태와 달리 대구의 몸에는 반점, 줄무늬 등 측선부분이 희미하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헷갈릴 일은 거의 없다. 크기 차이도 있지만, 무엇보다 명태가 우리나라에서 안 나온다. 활어 상태로 유통되는 명태는 없다.
해수부의 특명 "명태를 살려라"
롯데마트가 러시아 오호츠크/베링 청정해역에서 잡은 명태를 반 건조시킨 겨울 별미 코다리를 시중가 보다 20% 가량 저렴한 8,900원(10마리)에 판매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양식분야에서는 저온성 먹이 생물 개발 등을 통해 '명태살리기 프로젝트' 3년만인 2016년에 세계 최초로 명태 완전양식 기술개발에 성공했다. 현재 이 기술을 바탕으로 양식 산업화를 위한 양식기술 고도화 기술개발을 추진중이다.
명태 말고도 맛있는 생선이 많이 있다
/사진=해양수산부
대한민국 수산대전에는 전통시장부터 오프라인 마트, 온라인 쇼핑몰, 생활협동조합, 수산유통 스타트업 등 수산물 주요 판매처가 대부분 참여한다.
대형마트 8개사(이마트, 홈플러스, 농협하나로유통, 롯데마트, GS리테일, 메가마트, 서원유통, 수협마트), 온라인 쇼핑몰 15개사(11번가, 컬리, 쿠팡, 한국우편사업진흥원, 이베이코리아, 수협쇼핑, 위메프, 오아시스, SSG.com, CJ ENM, 더파이러츠, GS홈쇼핑, 롯데온, 인터파크, 꽃피는아침마을), 생협 4개사(한살림, 아이쿱, 두레, 행복중심 생협), 수산 창업기업 4개사(얌테이블, 삼삼해물, 풍어영어조합법인, 바다드림)에서 사시사철 할인 쿠폰을 뿌린다.
행사기간에 맞춰 생선을 주문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20% 할인에 참여업체 자체 할인을 더해 반값에도 구입할 수 있다. 제로페이앱을 쓰면 전통시장에서 쓸 수 있는 모바일 수산물 상품권을 3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대한민국 수산대전에서 명태 활어회를 원 없이 먹는 날을 기대해본다.
부록-명태의 다양한 이름들
호프집에서 나온 먹태. 실제로는 기계에 3일간 말린 수입산 명태다. /사진=최우영 기자
▷선어상태
△생태: 명태를 어획한 상태에서 냉장시켜 시장에 유통시킨 명태
△동태(동명태) : 북태평양에서 잡힌 명태를 얼려 국내에 반입함
△대태 : 가장 큰 명태(보통 상자당 20마리 내외의 체장이 큰 상품)
△중태 : 중간 크기의 명태(상자당 25~30마리 내외의 중품)
△ 소태 : 체장이 작은 소형으로 상자 당 40마리 이상 들어있는 것
△앵치 : 크기가 작은 새끼명태(치어)로 최하품
△꺽태 : 산란을 한 명태가 살이 별로 없어 뼈만 남은 것
황태. /사진=수협쇼핑
△황태 : 내장을 빼낸 명태를 10℃이하의 추운 산간지역에서 낮에는 녹이고 밤에는 꽁꽁 얼리면서 12월~이듬해 4월까지 약 5개월간 서서히 말리면 살이 노랗고 솜방망이처럼 부풀어 고소한 맛이 남
△영태 : 명태를 약 4~5개월 정도 말린 것
△바닥태 : 45~75일 정도 말린 것
△반황태 : 35~45일 정도 말린 것(반노랑태, 얼바람태, 반얼태)
△흑태, 먹태 : 5~30일 정도 말린 것
△건태(건명태): 북어, 말린 명태를 통칭하기도 하나 주로 60일 말린 것
△코달이(코다리) : 흑태 중, 5~7일 말린 것을 4마리씩 코를 끼운 것
△엮걸이 : 흑태 중, 5~7일 말린 것으로 몸통을 엮은 것
△골태 : 명태 건조중 비를 맞은 것
△춘태, 신태 : 봄에 건조한 명태
△ 바람태 : 주로 바람에 의존해서 건조한 것
△ 노가리 : 산란을 할 수 없는 20㎝안팎의 명태 새끼
감수: 양재형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