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숱한 '노브라'(no bra) 논쟁을 불러일으킨 가수 겸 배우 설리는 브래지어를 '액세서리'라고 정의했다. 브래지어도 액세서리처럼 개인의 기호에 따라 착용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계속되는 지적과 비난에도 설리는 '노브라'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 4월 인스타그램 라이브방송을 진행하던 설리는 "노브라에 당당할 수 있는 이유가 뭐냐"는 누리꾼의 질문에 "이유? (내가 걱정돼서 하는 소리라면) 내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 시선 강간이 더 싫다"고 답했다. 시선 강간은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쳐다봐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것을 뜻한다.
화사는 지난 7일 'SBS 슈퍼콘서트 인 홍콩' 스케줄을 마친 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날 화사는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은 채 흰 티셔츠를 입고 공항을 나섰다. 이 모습이 포착된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으며 노브라 논쟁이 번지기 시작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화사의 '노브라' 공항패션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공공장소인 만큼 T.P.O(Time·Place·Occasion, 시간·장소·상황)를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기 민망하고 불편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대다수의 누리꾼은 속옷 착용은 개인의 자유라며 화사를 옹호하고 나섰다. 한 누리꾼은 "노브라가 '논쟁'이 되는 이 상황 자체가 어이 없다. 노브라를 야하거나 민망하게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설리, 화사 등 유명 여자 연예인들이 소신 있는 행보에 점차 노브라를 개인의 선택으로 인지하는 입장이 늘고 있다. 브래지어를 입지 않는 '탈브라' 혹은 '노브라'를 택하는 여성도 많아졌다. 브래지어 착용으로 인한 불편함은 물론 여성의 가슴이 성적 대상화가 되는 분위기를 없애자는 것.
가수 겸 배우 설리(왼쪽)와 그룹 마마무 화사/사진=머니투데이DB, 뉴스1
일찍이 북미와 유럽권에서는 다양한 '노브라 캠페인'이 진행돼왔다. 프랑스 웹사이트 'boobstagram'은 인스타그램의 가슴 검열 정책을 풍자하며 10월 13일을 노브라데이로 정했다. 2016년 1월에는 호주에서 '프리 더 니플'(Free the Nipple) 이벤트가 열려 50여명의 여성이 가슴을 드러낸 채 피크닉을 즐겼다. '프리 더 니플'은 '가슴 노출을 허하라'는 뜻으로, 남성들이 자유롭게 웃옷을 벗고 길을 활보할 수 있듯 여성들도 당당하게 가슴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노브라에 찬성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부정적인 시선은 여전하다. '노브라 인식' 설문조사에서도 남성 74%가 "노브라는 개인의 자유”라고 답했지만 대부분 "내 가족, 특히 내 여자친구는 안 된다"라는 이중적인 답변을 내놨다. '노브라'가 타인에 의해 성적인 코드로 읽힌다는 이유에서다.
화사의 '노브라' 공항패션 영상에도 외모나 몸매를 평가하는 댓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남자인 나보다 작다", "그렇게 입고 다니면 부모님이 걱정하신다. 보기 안 좋다" 등 부정적인 댓글도 여럿이다.
화사 노브라 공항패션 영상에 달린 댓글들./사진=유튜브 캡처
반면 누리꾼 cmki***는 "여자 가슴만 성적 대상화되는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 왜 여자만 인위적으로 가려야 하나. 불편한 건 '노브라' 패션이 아닌 브래지어 그 자체다.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고 거리를 활보해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주장했다.
누리꾼 2019****도 "노브라, 탈브라 움직임은 여성들이 스스로 몸에 씌운 족쇄를 푸는 것"이라며 "앞으로 계속 이런 얘기가 공론화됐으면 한다. 브래지어에서 해방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