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1조 기술수출 무산..."신약개발 성장통, 재수출도 가능"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19.07.0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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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기술수출 6건 중 4건 해지..."신약 허가 성공률 10% 미만, 도전 계속 이어가야"

한미약품 1조 기술수출 무산..."신약개발 성장통, 재수출도 가능"


K-바이오의 선봉장인 한미약품 (310,500원 ▲500 +0.16%)의 신약 기술수출 계약이 잇따라 해지되자 제약바이오 시장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일각에선 한미약품의 신약 연구개발(R&D) 능력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계약해지는 신약 개발 과정 중 겪는 성장통인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다국적 제약사 얀센은 전날 한미약품의 비만·당뇨치료제 'HM12525A'의 권리를 반환했다. 한미약품은 2015년 얀센과 9억1500만달러(약 1조10억원) 규모의 HM12525A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HM12525A는 최근 얀센이 진행한 비만환자 대상 임상 2상에서 체중 감소 목표치는 도달했지만, 당뇨를 동반한 비만환자의 혈당 조절 목표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얀센이 HM12525A의 권리를 반환했지만 한미약품이 이미 수령한 계약금 1억500만달러(약 1230억원)는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이로써 한미약품이 2015년 맺은 기술수출 계약 6건 중 4건이 해지됐다. 한미약품은 2015년 스펙트럼, 일라이 릴리,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 얀센, 자이랩 등과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2016년 베링거인겔하임, 2018년 자이랩, 올해 릴리와 얀센의 계약이 해지됐다.



계약 해지 소식에 주식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미약품의 주가는 이날 개장하자마자 20% 이상 급락했다.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한화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대신증권 등은 한미약품의 목표주가를 일제히 낮췄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기술이전 계약 해지 뉴스까지 더해지면서 한미약품의 단기 주가 충격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다만 10%이상 급락 시 과매도 구간"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계약해지로 인해 한미약품의 가치를 평가절하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계약해지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다국적 제약사들도 실패를 거듭할 정도로 신약개발 자체가 성공률이 낮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계약해지가 됐다고 해서 동요하거나 신약개발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 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임상시험 1상에 들어간 신약후보물질이 판매허가까지 받는 평균 성공률은 9.6%에 불과하다. 임상시험 2상에서도 상용화 성공률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기술수출 역시 해지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된다고 신약후보물질의 가치가 당장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이 대표적이다. 레이저티닙은 2016년에 중국 제약사에 기술수출됐다가 해지됐는데 2018년 다시 얀센에 1조원에 팔렸다.

한미약품 관계자는"계약 해지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빈번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얀센의 임상에서 HM12525A의 체중감량 효과를 입증한 만큼 개발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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