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신세계' 쉽지않네...갈길먼 레스케이프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19.06.1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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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독자 브랜드 통한 호텔사업 확장 구상…야심차게 내놓은 레스케이프는 적자 지속 중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전경. /사진=뉴스1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전경. /사진=뉴스1


신세계가 호텔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서울과 부산, 제주 등 주요 지역에 순차적으로 운영 호텔을 늘려 호텔업계 강자로 올라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야심차게 선보인 레스케이프가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자체 브랜드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지난해부터 호텔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다. 2023년까지 전국 각지에 독자 브랜드 호텔 5개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는 현재 서울 소공동과 부산에 특급호텔 '웨스틴조선호텔'을 비롯, 4성급 호텔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남산', 부티크 호텔 '레스케이프'를 운영 중이다.



신세계는 최근 국내 호텔 수요가 가장 높은 관광 거점인 서울과 부산, 제주 지역에 호텔 운영을 확정 지었다. 지난해 르네상스호텔을 재개발하는 이지스자산운용과 20년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고 호텔 운영권을 확보했다. 내년 하반기 공사를 마치면 서울 강남 알짜배기 땅이라는 입지조건을 바탕으로 263실 규모의 호텔을 운영하게 된다.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노보텔부산과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켄싱턴제주도 각각 파인트리자산운용, SK디앤디와 계약을 마치며 호텔 운영권을 품에 안았다. 두 곳 모두 개보수 등을 마치는 내년 하반기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특급호텔 수요가 높은 부산과 제주에서 국내 호텔업계 최강자인 호텔신라, 롯데호텔과 정면승부를 펼친다는 것이다.



신세계가 이처럼 공격적인 호텔 확장을 하는 이유는 웨스틴조선호텔을 운영해오며 인프라와 호텔운영 및 서비스 노하우를 축적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호텔 체인으로까지 발전 가능한 독자 브랜드를 추진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새롭게 선보일 호텔들이 독자 브랜드로 문을 열지는 아직 미지수다. 지난해 야심차게 내놓은 첫 독자 브랜드 레스케이프가 기대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가 지난해 오픈한 레스케이프 호텔. /사진=신세계조선호신세계가 지난해 오픈한 레스케이프 호텔. /사진=신세계조선호
지난해 7월 오픈 당시 프랑스 파리를 표방한 콘셉트의 부티크 호텔로 주목 받은 레스케이프는 정용진 부회장이 심혈을 기울인 신세계 첫 독자 브랜드 호텔이다. 국내 호텔에서 찾기 어려운 실험적인 인테리어부터 반려견 동반 투숙 객실과 독특한 호텔 자체상품(PB) 판매 등 콘텐츠까지 정 부회장의 개성이 반영됐다. 특히 스타필드와 신세계 파미에스테이션 등 식음사업을 성공적으로 주도하며 정 부회장의 복심으로 불리던 김범수 신세계조선호텔 상무를 호텔 총지배인으로 앉히며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성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차별화된 콘셉트가 소비자 공감을 이끌지 못했고 호텔 입지조건과 객실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신세계조선호텔은 레스케이스프의 부진으로 지난해 76억원의 영업손실을 봤고 올해 1분기도 56억원의 적자를 냈다. 레스케이프의 고전이 이어지자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2일 신세계조선호텔의 신용등급 전망을 A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레스케이프의 아쉬운 결과가 신세계 호텔 사업 진출에 약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레스케이프가 만족할 만큼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신세계 입장에서는 독자 브랜드 호텔 운영에 대한 경험을 쌓았을 것"이라며 "추후 신규 브랜드를 내놓는 과정에서 입지조건이나 콘셉트 등을 개선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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