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 전망 5개월 만에 5조원 뚝 = 12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이하 반도체장비협회)에 따르면 올해 세계 반도체 제조공장 장비 투자는 지난해보다 19% 줄어든 484억달러(약 56조6280억원)로 예상된다. 지난 3월 나왔던 전망치(530억달러)와 비교하면 2개월 만에 50억달러가 떨어졌다.
반도체 장비 투자 전망이 잇따라 하향 조정된 것은 올 들어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급락해 반도체 업계가 감산과 함께 장비 투자를 늦추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투자 감소분의 45%가 메모리반도체 분야로 추산된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일 서울 중구 화웨이코리아 사무실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반도체 신규 생산라인을 가동하려면 2~3년 전부터 공장을 짓기 시작해서 1년 전에는 장비를 주문해 설치해야 한다"며 "반도체 가격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중장기 인프라 투자에 해당하는 시설투자도 아니고 장비 투자를 늘리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 사업계획 재검토, 투자 불확실성 증폭 = 최근 반(反)화웨이 사태로 격화된 미중 무역분쟁도 공격적인 투자를 가로막는 악재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양국 분쟁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점에서 업계에선 "사업 계획이 의미가 없는 지경"이라는 말까지 흘러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화웨이로부터 각각 8조원, 5조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반화웨이 사태로 D램 가격이 올 3분기 15%, 4분기 10%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당초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올 상반기에 저점을 찍고 하반기 상승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봤지만 화웨이 제재가 본격화하자 지난해 세웠던 올해 사업계획을 최근 사실상 백지화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일 김기남 부회장 등 반도체 사업부문 임원과 긴급회의를 연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7나노미터(㎚·1나노=10억분의 1m)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10여 대 구매했다. 파운드리 시장 1위인 대만 TSMC도 올 들어 EUV 장비를 10대 이상 구매 예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당 1500억~2000억원에 달하는 최신 장비를 사들이며 조 단위 투자 경쟁에 나선 셈이다.
시장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도 1위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면서 TSMC와 새로운 경쟁체제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