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방식 혁신하는 SK…최태원 회장의 행복·딥체인지 철학 바탕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19.05.2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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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일부 계열사 격주 주4일 근무제 도입…공유 오피스 도입, 임원 직급도 폐지 예정

서울 종로구 소재 SK서린사옥에 마련된 공유 오피스에서 SK이노베이션,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임직원들이 일하고 있다./사진=SK그룹 서울 종로구 소재 SK서린사옥에 마련된 공유 오피스에서 SK이노베이션,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임직원들이 일하고 있다./사진=SK그룹


아직은 격주이긴 하지만 '주 4일 근무'는 국내 대기업에서 보기 드문 혁신적이고 선제적인 시도다. SK그룹 핵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가 국내 최초로 격주로 '주 4일 근무'를 실시하게 된 데는 주 52시간 제도 실시는 물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됐다.

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의 직원 수는 각각 160여명, 150여명이다. 현행 주 52시간 근무제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지만, 선제적으로 52시간 이하로 근무시간을 맞추는 셈이다.



오전 9시에 출근하고 오후 6시에 퇴근한다면 하루 8시간 근무가 되며, 월·화·수·목·금 5일이면 40시간 근무가 된다. 하지만 SK㈜가 에너지(LNG, 셰일가스), 바이오·제약, 소재 등 3대 신성장사업 발굴에 주력하는 투자형 지주회사인 만큼 해외 기업과 중요한 인수합병(M&A) 건이 있으면 시차에 따라 주중 야근이 잦다. 야근 시간을 감안하면, 한 달에 2번은 주 4일 근무를 실시하는 것이 주 40시간(최대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법적 문제점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구성원 행복', '일하는 방식 혁신' 실천=최 회장은 기업경영철학의 최우선 가치로 '구성원의 행복'을 두고 있다.



행복 추구의 최우선 대상이 SK 이해관계자를 넘어서서 구성원이란 것이다. 구성원이 행복해야 최고의 능률이 나오고, 구성원이 행복해야 조직 내 화합도 가능하며 구성원의 행복이 먼저 이뤄져야 기존 이해관계자인 고객·주주·사회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 회장은 이런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져야 그룹의 지속가능 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해왔다.

그가 강조하는 또 다른 경영 화두는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변화)'다. 사업구조의 근본적 혁신을 뜻하는 딥체인지는 구성원 개인의 '일하는 방식 혁신'에서 시작된다.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구성원 스스로가 자신의 삶과 일을 자발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성원의 행복과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칸막이 없애는 공유 오피스, 임원 직급 폐지도 추진=지난해초부터 도입한 '공유 오피스'도 일하는 방식 혁신의 일환이다. 정해진 자리 없이 원하는 곳에서 일하는 공유 오피스는 SK하이닉스 (177,800원 ▲7,200 +4.22%), SK텔레콤 (51,300원 ▲300 +0.59%), SK이노베이션 (106,700원 ▼800 -0.74%), SKC (105,600원 ▼2,800 -2.58%) 등 주요 계열사에 도입됐다.


서린동 그룹 사옥에 있는 공유 오피스는 자리 사이의 칸막이를 없애고 공동업무공간 및 휴식공간 등을 만들었다. 임직원은 날마다 다른 회사, 다른 조직의 임직원을 만나 다른 의견을 나누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키운다.

SK그룹은 올해 하반기 임원 직급을 폐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직급이 폐지되면 부사장·전무·상무 구분 없이 동급 임원으로 간주하며, 호칭도 본부장·실장 등 직책으로만 부르게 된다. 이미 상무급 보직, 전무급 보직에 연연하지 않는 인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직급 파괴가 공식화되면 이 같은 변화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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