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탈출' 한국GM, 높은 원가 구조는 그대로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19.05.0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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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국GM 매출원가율 92%, 업계 평균 크게 웃돌아...이전가격 논란도 여전

4조원이 넘는 긴급자금을 수혈받은 한국GM이 자본잠식에서 탈출했지만 높은 원가 구조는 변함이 없었다. 92%에 달하는 매출원가율은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7일 한국GM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GM의 매출원가율은 92.1%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3.9%포인트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높은 매출원가율(매출원가/매출액)은 한국GM 수익성 악화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매출원가는 차량 제작에 필요한 재료비 등 제조원가, 재고자산 변동액, 급여의 일부 등이 반영된다. 원가율이 높으면 차량 생산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의미다.

'자본잠식 탈출' 한국GM, 높은 원가 구조는 그대로


국내 완성차 제조사 5곳 중 매출원가율이 90%를 넘는 곳은 한국GM이 유일하다. 지난해 기준 르노삼성이 78.9%로 가장 낮았고 △현대차 84.4% △기아차 85.2% △쌍용차 87.5% 순이었다. 제조사 별로 회계기준이 다른 것을 감안하더라도 한국GM의 92.1%는 업계 평균(85.6%)을 크게 웃돈다.



이와 함께 GM이 부품 등 원재료를 비싸게 넘기고, 한국GM이 생산한 차량을 싸게 사갔다는 ‘이전가격’ 논란도 여전하다. 지난해 한국GM이 GM 관계사로부터 매입한 비용은 4294억원으로 전년보다 22.8%가 늘었다.

하지만 차량 수출 등 관계사 매출은 5조8045억원으로 전년 대비 17.5% 줄었다. 지난해 수출 물량이 5.8%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매출 감소폭이 큰 편임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자금 투입을 놓고, KDB산업은행이 실사를 할 때도 매출원가와 이전비용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회계상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수익성 회복을 위해선 매출원가를 낮출 필요가 있다.


지난해 한국GM은 9조336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중 매출원가가 8조6003억원에 달했고 판매관리비에 1조3513억원을 썼다.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로 지출한 비용이 약 10조원에 달하면서 6149억원 규모의 적자를 봤다.

퇴직금 등 일회성 비용으로 판매관리비가 6.1% 증가한 요인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매출원가율이 높은 구조적 이유가 크다. 한국GM 판매회복과 원가절감 등을 통해 올해 BEP(손익분기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유상증자를 통해 4조7000억원 규모의 자금 투입이 진행된 것은 긍정적이다. 이를 통해 2017년부터 시작된 자본 잠식을 벗어날 수 있었다.

한국GM이 GM 본사에 진 3조원 가량의 빚이 출자 전환됐고, GM과 산은이 각각 9000억원, 8000억을 추가 투입했다. 연 5%에 달하는 고금리의 빚이 사라지면서 이자비용 등에서 숨통이 트였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판매량 회복이 중요하다"며 "높은 원가 구조를 낮추고 한국GM과 GM 본사의 과감한 가격 결정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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