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익·송희경 "임이자 미혼인데"…젠더감수성 '논란'

머니투데이 한지연 이지윤 기자 2019.04.2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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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결혼안했는데 수치감과 모멸감 어떨지"…결혼 여부따라 성추행 경중 나눈 셈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채익 한국당 의원(왼쪽부터)/사진=송희경 의원실, 이동훈기자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채익 한국당 의원(왼쪽부터)/사진=송희경 의원실, 이동훈기자


이채익·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문희상 국회의장의 성추행 문제를 지적하며 "결혼도 안한 미혼여성을 성적으로 모욕했다"고 말해 또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미혼과 기혼 여성의 성추행 경중을 나눠 젠더 감수성(상대 성을 이해하고 특정 성 역할을 강요하지 않는 것)이 떨어지는 '성차별적 발언'이었다는 비판에서다.

자유한국당은 24일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반대하며 국회의장실을 점거해 항의했다. 이 때 문 의장이 자리를 피하려다 여성 의원인 임이자 의원의 신체를 만졌다고 주장했다.



송 의원은 의장실 점거 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임 의원이 문 의장에게 국회 파행과 관련 정당한 대책을 요구했는데 문 의장은 임 의원의 얼굴을 두 차례나 감싸고 어루만졌다"며 "(임 의원이) 아직 결혼을 안 한 상황인데 더더구나 그 수치감과 성적 모멸감이 어떨지…"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여성의원이고 결혼도 안한 미혼여성을 이런 식으로 성적모욕했다는 건 대한민국 국회의 치욕"이라며 "정치적 문제를 떠나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후 한국당의 긴급 의원총회에선 이 의원의 발언 수위가 더 세졌다. 이 의원은 "저도 키가 작지만 키 작은 사람은 나름의 트라우마나 열등감이 있다"며 "저도 어려운 환경에서 여기까지 왔지만, 임 의원도 굉장히 어려운 환경에서 결혼도 포기하면서 이곳까지 온 골드 미스"라고 말했다.

이어 "문 의장은 좋은 집안에서 경복고와 서울대를 나오고 승승장구했으니 '못난' 임이자 의원같은 사람은 모멸감을 주고 조롱하고 수치심을 극대화하고 성추행해도 되느냐"며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문 의장이 임 의원에게 한 행위는 성추행이 명백하며, 다시는 국회에 이같은 일이 일어나선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려 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정용기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동료의원 성추행한 문희상 국회의장 사퇴를  촉구 하고 있다.   권성동&이채익&김현아 의원(사진 오른쪽부터)이 이날 아침 국회의장실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는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뉴스1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정용기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동료의원 성추행한 문희상 국회의장 사퇴를 촉구 하고 있다. 권성동&이채익&김현아 의원(사진 오른쪽부터)이 이날 아침 국회의장실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는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뉴스1

하지만 정작 '미혼 여성에 대한 성적 모욕'이라며 결혼 여부를 타인이 언급한 것은 임 의원의 의사와도 반할 뿐더러 여성을 남성에 의해 귀속된 존재로 봤다는 점에서 젠더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여성이 느끼는 성추행의 경중을 결혼 여부로 판단한 것은 성차별적 의식이 담겼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여성학자 권김현영은 "(미혼이라 더 수치심을 느꼈다는 것은)너무 말도 안된다"며 "문 의장의 행동도 성추행인 것은 분명하지만, 미혼과 기혼 여성에게 성추행이 다르게 느껴질 거라고 주장한 전제 역시도 젠더감수성이 없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 역시 "이 의원이 문 의장의 행동에 불쾌감을 느꼈다면 성추행이 될 수 있다"면서도 "(송의원과 이 의원의 말은) 미혼 여성은 교환가치가 높은 몸인데 신체 접촉이 교환가치를 떨어트렸다라고 해석할 수 있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김지영 교수는 "그 얘기는 기혼 여성은 성추행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남자가 있는가 아닌가의 여부에 따라 성추행의 경중을 따지는 것도 일종의 성차별적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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