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세번째, 北불법 환적 추적하는 美…8개국 공조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19.04.15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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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美구축함 승선해 北불법 환적 현장 동행취재..."선원들 북핵 문제 관련 외교적 해결 지원한다고 이해"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북한의 '금은산호'를 포착했다. 추격을 시작한다"

지난달 30일, 미 해군 7함대 소속 구축함 'USS 밀리우스'호. 주말을 맞아 피자와 치킨 등으로 저녁식사를 하던 300여명 선원들에게 선장이 이러한 내용을 전달했다. 북한의 불법 해상 환적을 감시하고 추격하는 임무가 떨어진 것이다. 밀리우스호는 올해 들어서만 세차례 북한의 불법 현장을 적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각)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USS 밀리우스에 직접 승선해 밀리우스호의 북한 불법 환적 추격 장면을 직접 목격한 동행취재기를 보도했다.



밀리우스호는 이날 오전 9시, 일본 나가사키현의 사세보 해군기지에서 출항했다. 상습 불법 환적을 해 유엔 제재 목록에 오른 북한의 유조선 '금은산호'를 포착하고 예상항로에서 대기하기 위해서였다. 유엔은 금은산호를 6척의 북한 제재 선박 중 하나로 지정하고, 모든 항구에 진입하는 것을 금지했다.

전날 한국 P-3 정찰기가 동해상에서 금은산호를 발견한 데 이어, 일본 구축함 '진추함'과 밀리우스함이 금은산호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다음날 아침, 금은산호가 동해에서 한반도를 타고 동중국해로 진입하자 중국 군함도 이 선박을 뒤쫓기 시작했고, 꼬박 이틀간 추격전이 벌어졌다.



하지만 1일 아침이 되자 밀리우스호의 임무가 갑자기 바뀌었다. 미국 P-8 정찰기가 북한의 불법 환적이 의심되는 3척의 선박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밀리우스호는 일본 진추함에게 금은산호 추격 임무를 맡기고 새로운 현장으로 향했다.

3척 중 가장 큰 선박은 '오세아닉 석세스'호 였다. 몽골 국적 선박이지만 홍콩 회사가 소유하고 대만회사가 운영하는 유조선이었다. 이 선박은 한달이상 자동식별장치를 꺼놓고 있어 어디를 항해했는지 알 수 없었다. 밀리우스호가 가까이 가자 불법 환적이 의심되는 증거들이 포착됐다. 석세스호 측면에는 다른 선박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보호장치가 달려있었고, 석유 등 유류를 주고 받기 위한 호스도 보였다. 석세스호는 5만 배럴 이상의 막대한 양의 석유를 운반할 수 있다. 이는 유엔의 제재로 인해 북한이 연간 수입할 수 있는 석유량의 10분의 1에 해당한다. 북한은 지난해 연 50만배럴 상한선의 7배가 넘는 유류를 불법 수입했다.

밀리우스호를 감지한 선박 3척은 제각각 흩어져 도주하기 시작했다. 석세스호가 유엔 제재 선박은 아니기 때문에 밀리우스호의 관련 정보와 사진들만 수집한 뒤 다시 사세보 해군기지로 방향을 틀었다. WSJ는 이후 증거 자료들은 유엔으로 보내서 정밀 분석이 이뤄진다고 전했다.


밀리우스호는 올해 들어서만 세차례 북한의 불법 해상 환적으로 의심되는 현장을 포착했다. 지난달 30일과 31일, 지난 1일이다. 이 임무에만 미국과 일본, 한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영국, 프랑스 등 8개국이 공조하고 있다. 이들은 각자 군함과 항공기 등을 통해 70만 제곱마일의 해상을 손 안에 두고 있다. WSJ는 이들이 약 800일 가량을 해상에서 보낸다고 설명했다.

WSJ는 밀리우스호 선원들과 대화를 나눈 결과 "이들은 북한 불법 환적 감시 및 추격 임무를 교착상태에 빠진 북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도록 지원하는 임무로 이해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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