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트럼프 '비상한 결단' 높이 평가"…북미정상회담 '청신호'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9.01.2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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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김영철 방미 결과·트럼프 친서 만족" 北 첫 반응

(평양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현지시간)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예전과 달리 이례적으로 소파에 앉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북남 사이 협력과 교류를 전면적으로 확대 발전시켜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공고히 하여야 한다"며 "전제조건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 AFP=뉴스1  (평양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현지시간)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예전과 달리 이례적으로 소파에 앉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북남 사이 협력과 교류를 전면적으로 확대 발전시켜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공고히 하여야 한다"며 "전제조건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 AFP=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으로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을 보고 받고 "만족을 표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4일 보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진전이 있었다"는 발언과 맞물려 다음달 말로 예정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긍정적 신호'다.

◇北 첫 보도에서 "김정은 방미 결과에 만족"…트럼프 친서도 "커다란 만족" 평가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3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조미(북미)고위급회담 대표단을 만나 미국 워싱턴DC 방문결과를 보고 받았다고 전했다.

김 부위원장 일행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고위급회담 및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한 뒤 북한 매체가 관련 소식을 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대표단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한 내용은 물론, 미국 실무진과 북미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협상한 내용도 구체적으로 보고 받았다.

김 부위원장 등 대표단은 방미 기간 중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미 중앙정보국(CIA) 인사 등과도 별도의 면담을 진행한 걸로 알려져 있는데 여기서 논의된 내용들까지 챙겼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북미 고위급-실무회담 결과를 보고받은 김 위원장의 반응을 8문단 정도로 짧게 보도했다. 외교가에선 그럼에도 통신에 나온 표현 등으로 미뤄 짐작할 때 '비핵화-상응조치'의 큰 틀에서 북미가 상당한 교감을 이룬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통신은 먼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보내 온 훌륭한 친서를 전달 받고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워싱턴의 회담 정형과 활동 결과에 만족을 표시했다"고도 했다.

22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이 "김영철 부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우리는 추가적인 진전을 만들었다"고 한 데 이어 김 위원장이 직접적으로 긍정 평가를 내놓은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는 사진이 19일(현지시간)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국장의 트위터를 통해 공개됐다.(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국장 트위터)2019.1.20/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는 사진이 19일(현지시간)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국장의 트위터를 통해 공개됐다.(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담당국장 트위터)2019.1.20/뉴스1
◇김정은, 트럼프의 비상한 결단력 높이 평가…북미 '큰 틀 합의' 시사


"트럼프 대통령이 제2차 조미수뇌상봉(북미정상회담)에 큰 관심을 가지고 문제해결을 위한 비상한 결단력과 의지를 피력한 데 대해 높이 평가했다"는 김 위원장의 표현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비상한’이란 표현으로 미뤄 볼 때 어느 정도 회담 결과에 대해, 큰 틀에서 북한이 원하는 상응조치를 트럼프가 주는 걸 결단했다고 전달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도 "미국 쪽에서 뭔가 카드를 보였을 수 있고 최소한 김정은이 직접 트럼프를 만나면 딜(deal)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북미간 입장 차가 좁혀졌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음달 말까지 이어질 실무협상 추이도 주목된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 사고방식을 믿고 인내심과 선의의 감정을 가지고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북미간에 좁혀야 할 의견차가 적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해야할 많은 일들이 남아있다"고 한 것과 궤를 같이 하는 표현이다.

김 위원장은 북한 실무대표단에 협상 방향과 의제 등도 제시했다고 한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우리는 조미 두 나라가 함께 도달할 목표를 향하여 한발한발 함께 나갈 것"이라고 말했으며 "2차 조미수뇌상봉과 관련한 실무적 준비를 잘해나갈 데 대한 과업과 방향을 제시했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은 고위급, 실무급 등 모든 레벨에서 협상이 시작됐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크다"며 "어차피 한번 만나서 타협을 이룰 수 없는만큼 실무협상이 지속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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