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산업 관계자들은 이미 다양한 분석과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아이돌 그룹 론칭을 준비하고 있는 기획사 소속 프로듀서 A씨는 “‘프로듀스 101’이라는 프로그램에서부터 시작한 멤버들이 좋은 위치를 선점했던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그 팀에 속해있던 멤버들의 서사를 무시하고 콘텐츠를 만들어버리면 기존의 팬들조차도 잡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멤버 개개인의 캐릭터와 서사가 잡힌 만큼, 그것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변화시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관계자 B씨 또한 워너원 멤버들이 다시 자리를 잡으려면 “결국 회사의 기획력이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프로듀스 101’의 첫 데뷔팀이었던 걸그룹 I.O.I 멤버들이 그 예라는 것이다. 1위로 데뷔한 멤버 전소미는 I.O.I 이후 가장 활발한 활동이 예상됐지만 소속사였던 JYP엔터테인먼트에서 나왔고, 새로 계약을 맺은 더블랙레이블에서 솔로 데뷔를 준비 중이다. 2위였던 김세정은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걸그룹 구구단으로 데뷔했지만, 개인의 인기와 별개로 구구단이 큰 인기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우주소녀, 위키미키, 프리스틴 등 I.O.I 출신 멤버들이 속한 다른 걸그룹들 역시 눈에 띄는 결과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오히려 멤버 중 유일하게 솔로로 나선 청하가 춤을 잘추는 멤버로서의 이미지를 잘 살린 음악들로 가장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점은 상징적이다.
이대휘와 박우진 역시 활동 방향이 명확해 보인다. 그들의 소속사 브랜뉴뮤직은 이미 지난해 콘서트를 통해 두 사람이 준비 중인 보이그룹에 합류하겠다는 것을 암시했다. ‘프로듀스 101’ 시즌 2에 출연한 같은 소속사의 임영민과 김동현도 보이그룹 MXM으로 활동, 팬덤을 확보했다는 점도 다소 부담은 덜하다. 하성운 역시 원래의 소속팀이었던 핫샷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핫샷은 아직 큰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다만 지난 1년 6개월 이상 각자 다른 팀에서 캐릭터와 서사를 쌓아온 멤버들을 새로운 팀 안에서 어떻게 융화 시킬 것인지는 여전히 관건이다. 워너원 멤버라는 사실은 출발부터 많은 것을 주지만, 그만큼 워너원 활동 기간에 대한 고려를 안 할 수 없다. 신중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재환은 워너원으로 활동하며 보컬리스트로 주목받았고, 솔로 활동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김재환의 소속사 스윙엔터테인먼트는 “솔로로 활동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일정이 나온 것은 없다.”고 입장을 전했다. 명확한 계획이 서기 전까지 가볍게 움직이지 않겠다는 메시지라 할 수 있다. 그룹 합류가 확정되지 않은 멤버들 중 옹성우가 JTBC ‘열 여덟의 순간’에, 윤지성이 뮤지컬 ‘그날들’에 출연하는 것이 알려진 정도다.
워너원의 팬덤이 가진 속성은 소속사 관계자들에게 가장 큰 힘이자 숙제이기도 하다. 워너원은 투표를 통해 결성된 그룹인 만큼, 팀 전체가 아닌 멤버 개개인에 대한 팬덤도 상당히 크고 열성적이다. 하지만 그만큼 각각의 소속사에서 활동하는 순간부터 팬덤의 다양한 요구를 어떻게 반영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 브랜뉴뮤직은 지난해 소속사 합동 공연에 워너원 활동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이대휘와 박우진을 출연시켜 워너원 팬들의 반발을 샀다. 또한 페미니즘 이슈와 관련, 논란이 된 산이의 무대로 인해 브랜뉴보이즈 팬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미 큰 인기를 누린 그룹의 팬덤이 멤버 각자의 새로운 활동을 적극 지지하는 상황은 이전에는 예상치 못한 일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아이돌 그룹 프로듀서 C씨는 “‘프로듀스 101’ 시즌 2에 연습생으로 등장했을 때부터 줄곧 자신이 응원해온 멤버 외에 다른 멤버들까지 포용하려 들지 않는 팬들도 많다.”며 “이미 워너원 때부터 파트 분배나 뮤직비디오 분량으로도 싸움이 일어났는데 앞으로는 더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내가 굳이 (연습생부터 응원해오지 않았던) 다른 멤버까지 좋아해야할 이유를 만들어내야 하는 게 기획사”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청하의 소속사 MNH엔터테인먼트 이주섭 이사는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청하가 I.O.I 때는 주목받는 멤버가 아니었기 때문에 좋은 음악에 초점을 맞춰서 청하를 기억하게 한 다음에 이제야 ‘벌써 12시’처럼 청하를 전면에 내세운 무대를 만들 수 있게 됐다.” 2년 간 쌓은 인지도는 멤버들에게 든든한 지원이 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방향성이다. 과연, 워너원의 멤버들은 다시 만난 제작자들과 함께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