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5수생의 미쳐버린 대학생활' 궁금하세요?(영상)

머니투데이 김소영 인턴기자, 이상봉 기자 2019.01.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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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뷰] 5수 끝에 고대 입학한 유튜버 김민우씨 "장수생이라고 움츠러들 필요 있나요?"

편집자주 #고려대 #5수생 #미미미누 해시태그(#) 키워드로 풀어내는 신개념 영상 인터뷰입니다.

지난 8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서울캠퍼스에서 김민우씨(24)를 만났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하자 갑자기 강의를 시작하는 김씨의 모습. /사진=이상봉 기자지난 8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서울캠퍼스에서 김민우씨(24)를 만났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하자 갑자기 강의를 시작하는 김씨의 모습. /사진=이상봉 기자


"다섯 번의 입시. 고려대 입학이라는 결과. 저 학교생활 잘했을 것 같죠?"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18학번이자 유튜버 '미미미누' 김민우씨(24)는 5수 끝에 고려대에 입학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유튜브 채널 '어니언즈'(On!onz)에 자신의 대학생활 모습이 담긴 영상 '5수생의 미쳐버린 대학생활'을 올리며 인기를 얻었다. 이영상은 조회수 100만1639회(18일 기준)를 기록했다.

해당 영상에서 김씨는 '1999년생' 동기들과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1995년생이란 사실을 고백했더니 다들 놀라 게거품을 물었다"고 밝혔다. 그는 "결국 아싸(아웃사이더)가 됐다"며 "수업 같이 들을 친구도 없었는데 발표는 제대로 할 수 있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반전 영상'이 이어졌다. 발표 도중 랩을 하거나 유명 역사강사에 빙의한 듯한 말투를 선보여 큰 호응을 얻는 영상이 등장한 것.



김민우씨(24)의 대표 영상인 '5수생의 미쳐버린 대학생활'. 특히 김씨의 파격적인 발표에 당황해하는 교수의 표정이 인상적이다(위쪽). /사진 제공=김민우씨김민우씨(24)의 대표 영상인 '5수생의 미쳐버린 대학생활'. 특히 김씨의 파격적인 발표에 당황해하는 교수의 표정이 인상적이다(위쪽). /사진 제공=김민우씨
또 그는 "당연히 MT도 못 갔다"고 했지만 어김없이 반전 영상이 펼쳐졌다. MT에서 홀로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노래 '에너제틱'에 맞춰 춤추는 그에게 동기들은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지난 8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서울캠퍼스에서 김씨를 만났다. 실제 성격과 영상 속 모습이 다를 거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자기소개를 부탁하자마자 그는 눈앞에 대본이 펼쳐진 듯 화려한 언변을 뽐냈다.



'미미미누' 김민우씨의 본모습이 궁금하다면 유튜브 채널 놂-norm에서 영상으로 확인하세요



내일이 오지 않길 바랐던 시절도… "다시 돌아가라면 5수 못할 것 같아요"
김씨는 해당 영상이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데 대해 "교내 공모전에 나가려고 만든 영상인데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을 줄 몰랐다"고 털어놨다. 특히 큰 호응을 얻었던 발표 장면에 관해 그는 "PPT 화면을 틀고 차분히 원고를 읽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좌중을 압도할 수 있는 발표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5년간의 수험생활에 대해 묻자 김씨의 얼굴이 금세 어두워졌다. 그는 "가장 힘들었던 때는 3수 시절이었다"며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매일 되뇌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패기 넘쳤던 재수 시절과는 달리 3수는 희망이 보이지 않았던 때였어요. 오늘과 내일이 다르지 않을 거라는 걸 아는 상황에서 아침을 맞이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끔찍했어요. 결국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를 뒤로한 채 군대에 가야 했죠."

김민우씨(24)가 기자의 질문에 진지한 표정으로 답하고 있다. /사진=이상봉 기자김민우씨(24)가 기자의 질문에 진지한 표정으로 답하고 있다. /사진=이상봉 기자
실제로 김씨는 수능을 마치자마자 입대를 결심했다. 그는 "아버지께서 건강이 안 좋으셨던 시기와 맞물려서 많이 힘들었다"며 "입대 날에도 다른 친구들은 가족이나 애인, 친구들의 배웅을 받는데 혼자 훈련소에 들어가야 했다"고 밝혔다.

이때부터였을까. 행운이 따르기 시작했다. 카투사(한국 주둔 미군 육군에 파견 근무 하는 한국 군인)에 붙은 데다 근무 여건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용산으로 배치를 받은 것.

"덕분에 공부할 시간이 많았고 다시 한번 전의를 불태울 수 있었어요. 3수 초기 절망적인 감정을 잘 견뎌냈던 게 행운을 불렀고, 지금의 결과를 이뤄낸 주춧돌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김민우씨(24)가 5수를 하며 겪은 에피소드와 감정을 풀어낸 '5수생 인생 강의' 시리즈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제공 = 김민우씨김민우씨(24)가 5수를 하며 겪은 에피소드와 감정을 풀어낸 '5수생 인생 강의' 시리즈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제공 = 김민우씨
5수 생활을 하면서 흘려보낸 20대 초반기에 대한 아쉬움도 있을 터. 그러나 김씨는 "후회는 전혀 없다"며 "5수를 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이 지금의 저를 만드는 데 있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런 그에게 '다시 돌아가면 또 5수 할 거냐'는 잔인한 질문을 던져봤다. 기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절대 못 한다"며 고개를 격렬히 흔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신 못할 것 같아요. 너무 힘들었거든요. 앞으로도 고시를 봐야 하는 직업군을 선택하기 어렵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요."

'대기업 월급쟁이로 살긴 아까운 재능'이란 댓글 가장 기억에 남아
현재 그는 개인 채널 '미미미누'에 '세상의 모든 것을 가르친다'는 콘셉트의 강의 영상을 올리고 있다. 수능 문제 풀이, 자기소개서 쓰는 법, 술 게임 잘하는 법 등 다양한 분야를 가르친다. 특히 '들으면 5수하는 수능 강의' 시리즈는 총 34만건의 조회수(18일 기준)를 기록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늘어나는 조회수에 비례해 김씨의 인지도도 높아졌다. 동기들의 반응을 묻자 그는 "대체로 '형(오빠)은 언젠가 큰 사람이 될 줄 알았는데 타이밍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다'는 반응"이라며 웃었다.

김민우씨(24)의 '들으면 5수하는 수학'(위쪽), '술 게임 강의' 영상. /사진 제공=김민우씨김민우씨(24)의 '들으면 5수하는 수학'(위쪽), '술 게임 강의' 영상. /사진 제공=김민우씨
그의 영상에는 항상 수백개의 댓글이 달린다. 악플(악성 댓글)도 많다. 대체로 '왜 이렇게 까부냐', '행동이 과해서 보기 부담스럽다'는 식이다. '댓글 때문에 상처받은 적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씨는 "악플도 관심의 일종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마음이 아팠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면서도 "뇌리에 깊게 남았던 댓글은 있다"고 했다. '유튜브 쪽 재능은 없어 보인다. 공부해서 대기업 월급쟁이로 사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유튜버로서의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그런데 나중에 올린 제 다른 영상에는 그분께서 '공부보다는 무조건 방송이나 유튜브 쪽으로 가라. 대기업 가기엔 아까운 재능이다'라는 댓글을 달아 주셨더라고요. 불과 몇 주 만에 생각이 180도 달라지신 거죠. 너무나 기뻤어요."

김민우씨(24)의 영상에 달린 호의적인 댓글들. /사진=유튜브 댓글창 캡처김민우씨(24)의 영상에 달린 호의적인 댓글들. /사진=유튜브 댓글창 캡처
올해 강사로 데뷔 예정… "고려대 축제 무대에 서는 게 꿈"
5수생임에도 불구하고 여느 스무살 못지않은 '인싸력('인사이더'와 '력(力)'의 합성어로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능력을 말함)'을 뽐내는 것에 대해 김씨는 "아무래도 수험생활을 오래 하면 많이 지치기 마련"이라며 "절망적으로 흘려보낸 시간들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승화시켜야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동기들과의 나이 차이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동기들보다 나이가 많단 사실을 잊으려 애썼어요. 오랜 수험생활 끝에 새내기가 됐으니 스무살로 '리셋(reset)'됐다는 생각으로 당당하게 생활했어요. 장수생이라고 해서 움츠러들 필요는 없잖아요."

'고대 부심을 보여 달라'고 주문하자 기다렸다는 듯 포즈를 취하는 김민우씨(24). /사진=이상봉 기자'고대 부심을 보여 달라'고 주문하자 기다렸다는 듯 포즈를 취하는 김민우씨(24). /사진=이상봉 기자
끝으로 올해 계획을 묻자 "정식으로 인강(인터넷 강의) 강사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며 "올해는 유튜버 일과 인강을 병행하며 바쁜 한 해를 보낼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물론 학생 본연으로서의 학업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겁니다. 늦게 들어온 대학인 만큼 아무리 바빠도 휴학할 생각은 없어요. 학교생활과 일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어요. 그리고 졸업 후에는 고려대 축제인 '입실렌티' 무대에 초대받아 공연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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