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희, ‘인싸’가 될 시간

박희아 ize 기자 2019.01.0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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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희, ‘인싸’가 될 시간


“자기들도 뭐 대단하게 군대 다녀온 것도 아니면서?” MBC ‘전지적 참견시점’에 출연한 광희는 자신을 보며 군대처럼 분위기를 만들려는 남성 예능인들을 향해 쏘아붙였다. MBC ‘라디오스타’에서는 “군대 이야기밖에 할 게 없지?”라는 김구라의 질문에 “그렇다”고 하면서도, 정작 군대 안에서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무용담으로 포장하는 대신 “(방독면을) 꽉 조였다가 빼는데 코랑 이마가 다 나갈 뻔했다.”며 성형수술 이야기로 넘어갔다. 대다수 한국 남성들이 군대에 다녀온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는 것과 달리, 광희는 군대에서 있었던 일들을 그저 웃음의 소재로 활용할 뿐이다.

광희는 군대에서 자신이 얼마나 활약했는지 내세울 틈이 없다. 예나 지금이나 그는 예능 프로그램 안에서 살아남을 기회를 만드는 것이 급하다. 예능 프로그램에 복귀하기 위해 외모를 가꾸려고 살을 뺐다고 말하는 모습과, 입대 전까지 자신이 진행했던 EBS ‘최고의 요리비결’을 대신하고 있는 이특에게 “(맡아달라니까) 떨떠름해 하더니 다시 넘겨주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소리치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때로는 안타깝기까지 하다. 그토록 힘든 테스트 과정을 거쳐서 들어간 MBC ‘무한도전’이 사라진 뒤, 자신을 보며 수군대는 장병들의 태도에 참다못해 “나 황광희야!”라고 소리쳤다는 일화는 결국 자신의 불안을 어떻게든 웃음의 소재로 활용해 살아남으려는 광희의 현재 그 자체다. ‘무한도전’의 황광희였지만, 지금은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황광희.



하지만 굳이 남들이 찾아주지 않아도, 광희는 이미 스스로 자신의 자리를 찾아나갈 수 있는 사람이 됐다. 그가 전역 22일만에 촬영한 Olive ‘모두의 식탁’을 만든 박상혁 PD는 “이 프로그램에는 따로 넣은 웃음소리가 없다. 현장에 통역도 없다. 제작진도 연예인들 옆에 없고, 모두 추위에 떨며 밖에서 촬영했다.”고 말했다. 연예인들이 스태프들의 도움을 일체 받지 않는 상황에서, 광희는 “매운 걸 썰 때 입에 물을 넣고 썰면 안 맵다.”는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입대 전에 요리 프로그램을 4개나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동시에 그는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 그러했듯, 걸그룹 아이즈원 멤버인 미야와키 사쿠라와 강호동 사이에 끼어들어 “(강호동이) 말을 많이 걸어서 힘들지 않냐”고 사쿠라를 위로하며 강호동에게 눈을 흘긴다. 조용한 소셜다이닝 콘셉트에서 강호동이 큰 소리를 내지 못할 때, 광희는 이 부분을 영리하게 집어내서 강호동을 놀린다. 동시에 어떤 출연자가 와도 포용할 수 있는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내고 있다.

“나 아이돌 출신 예능인 선두주자야.” 정작 방송에서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발언이지만, ‘라디오스타’에서 자신을 소위 ‘인싸’로 대접해주지 않는 출연진들에게 광희가 던진 한마디는 지금 그의 조급함과 긴장, 동시에 자신감을 모두 보여준다. 아이돌 출신이면서 대형 기획사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예능 시장에서 자리 잡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 과정에서 아이돌과 예능인의 고충을 모두 알게 된 사람. 사실은 ‘인싸’보다 홀로 살아남기 급급했던 ‘아싸’로 성실하게 살아온 그는 얼마 전 MBC ‘주간아이돌’의 새로운 MC가 됐다. 그토록 염원하던 고정 프로그램들이 이제는 먼저 그를 찾아온다. 드디어 ‘인싸’가 될 시간이 왔다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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