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장기 고공농성…75m 굴뚝 위에서 맞는 성탄절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2018.12.2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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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공농성 409일차…"노동인권 오명의 날"

25일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홍기탁 전 지회장(왼쪽)과 박준호 사무장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뉴스125일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홍기탁 전 지회장(왼쪽)과 박준호 사무장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뉴스1


섬유가공업체 파인텍의 노동자 2명이 75m 높이 굴뚝에 오른 지 409일째. 이들이 크리스마스인 25일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이라는 씁쓸한 기록을 세웠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은 지난해 11월12일 고용 승계와 단체협약 이행을 요구하며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올랐다.



이들은 2014년 구미에서 굴뚝 농성을 했던 차광호 파인텍지회장의 408일 기록을 이날 경신했다.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행동'(공동행동)은 이날을 '한국 사회 노동인권의 오명의 날'로 규정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위로와 연대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408일간 굴뚝 농성을 벌였던 차 지회장은 16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나승구 신부, 박승렬 목사,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 송경동 시인 등도 지난 18일부터 연대 단식에 돌입했다.



공동행동은 24일 오후 7시 굴뚝 농성장 앞에서 '408+408 행동' 집회를 열고 "책임을 져야 할 스타플렉스 김세권 대표이사는 '바지사장'을 세워두고 도피성 외유에 나서는 등 문제 해결을 외면했다"며 "결국 굴뚝 고공농성 408일 세계기록 경신이라는 치욕을 한국 사회가 다시 안게 됐다"고 주장했다.

공동행동은 "굴뚝 농성자들은 장기 고공 생활과 극심한 추위 등으로 몸과 마음의 건강이 심각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들을 위해 이날 오후 2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와 길벗한의사회 소속 의사 2명이 굴뚝 농성장을 찾아 긴급 건강검진을 진행한다. 종교 지도자들이 참여하는 굴뚝 기도회도 열린다. 공동행동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이달 29일 전국집중규탄대회에 나서는 등 투쟁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들은 파인텍 모기업인 스타플렉스의 정리해고와 공장가동 중단에 반발해 이 굴뚝에 올랐다. 차 지회장이 2014년 5월27일부터 2015년 7월8일까지 408일간 경북 구미의 공장 굴뚝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면서 고용 보장과 단체협약 체결 등 약속을 받아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자 다시 행동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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