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제주도는 도박섬?②] 카지노, 산업이 되려면…고용창출이 전부 아니다

머니투데이 제주=김고금평 기자 2018.11.28 06:12

제주 등 국내 카지노업계, 상생 위한 해법…카지노 인식 재정립위한 충분한 설득, 스토리텔링 등 지역사회와 공감

편집자주 | 카지노 사업은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도박’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높다. 사행성 산업이기에 발을 붙여선 안 된다는 분위기도 여전하다. 세계 카지노 1~3위가 미국에 있고, 지난 7월 일본이 합법화를 통해 카지노를 신 성장 산업으로 추진하는 추세와 달리, 한국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소규모에서 대규모로 변화를 도모하는 복합리조트(IR) 카지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사행성 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까지 더해지면서 한국 카지노 산업에 위기가 닥친 것이다. 특히 카지노 16개(외국인 전용) 중 절반이 있는 제주는 국제 관광도시로서의 ‘개방성’과 이미지 추락을 우려한 ‘폐쇄성’이 공존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강원랜드를 제외하고 내국인 출입이 금지된 한국 카지노 산업은 세계 흐름에 동참할 것인가, 딜레마 논쟁으로 정체 수순을 밟을 것인가. 2차례에 걸쳐 한국 카지노 현주소를 조명한다.
지난 10월 24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8 진로·직업체험 박람회'에서 학생들이 카지노 딜러 직업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지난 10월 24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8 진로·직업체험 박람회'에서 학생들이 카지노 딜러 직업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마카오는 1874년 카지노를 합법한 이후 100여 년간 독점 체제를 유지하다가 2000년대 들어 시장 개방으로 방향을 틀었다. 여러 투자자의 다양한 사업제안서가 들어올 때, 정부는 카지노 업계가 원하는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밀어준 것이다. 마카오에선 카지노 시장을 조지 클루니와 결혼한다고 한다. 적절한 파트너를 찾았다는 뜻이다.

카지노를 품은 복합리조트(IR)의 생존은 지역사회와 어떤 파트너십을 구축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 번영을 위해 불가피하게 진행되는 카지노 사업의 본질은 ‘관계 모색’에서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캄보디아의 유일한 카지노 호텔인 나가월드는 지역사회와의 공존 문제에서 모범 답안으로 곧잘 회자한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와 좋은 관계를 맺으며 20년간 이어진 내란의 상처를 시나브로 치유했다. 경찰을 위해 소방차를 공급하는 기본적인 상생부터 나가월드가 소유한 회사가 중국에서 직접 관광객을 데려오며 중국 관광협회와 협력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통해 지역 경제를 살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16일 제주 라마다프라자 호텔에서 열린 ‘2018 제주 국제카지노정책 포럼’에선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위한 카지노 기업의 역할’이라는 주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외국인전용 카지노 ‘세븐럭’을 운영하는 GKL(그랜드코리아레저)의 봉사활동 모습.외국인전용 카지노 ‘세븐럭’을 운영하는 GKL(그랜드코리아레저)의 봉사활동 모습.
이날 패널로 참석한 마카오의 게임 전문 월간지 ‘인사이드 아시안 게이밍’의 무하마드 코헨 편집장은 이 같은 사례를 들며 “관계가 좋지 못하면 카지노는 영업을 하지 못한다”며 “지역사회와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 카지노 산업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최근 카지노 허용을 골자로 하는 ‘통합형리조트시설(IR) 정비추진법’을 18년 만에 통과시킨 배경에도 ‘공감’은 가장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IR이 무엇인지, 카지노가 어떤 사업인지, 무엇을 규제하고 지역사회와 어떻게 상생하는지 설득하고 공감하는 과정의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미하라 토루 오사카 상업대학 교수는 포럼에서 “이전에는 반대도 심했으나 법안이 마련되고 충분한 설득과정을 거치면서 여론의 생각도 변했다”고 했다.

카지노 사업에 첫발을 떼는 투자자들은 대개 고용 창출이나 시설 부분에서 지역주민과 협력했다고 믿기 십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눈에 보이는 가시적 효과 너머로 장기적인 플랜을 통해 상생하는 국면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최영배 마카오대학 교수는 “단순히 고용창출로 ‘할일’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통해 꾸준히 교류하는 카지노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지역 문화인들을 지원하고 그 작품을 전시하며 판매까지 돕는 등 지속적으로 육성해 지역의 이야기를 발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강원 정선군 강원랜드 카지노호텔 앞에서 열린 '빼앗긴 폐광지역 몫 찾기 총궐기대회'에서 진폐단체연합회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진폐단체연합회는 정부에 강원랜드 직원 신규채용 시 폐광지역자녀 70% 이상 채용, 관광진흥기금 50% 폐광지역배분, 겨울 난방비 현실화를 비롯한 진폐복지향상을 실시하라고 주장했다. /사진=뉴스1지난 4월 강원 정선군 강원랜드 카지노호텔 앞에서 열린 '빼앗긴 폐광지역 몫 찾기 총궐기대회'에서 진폐단체연합회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진폐단체연합회는 정부에 강원랜드 직원 신규채용 시 폐광지역자녀 70% 이상 채용, 관광진흥기금 50% 폐광지역배분, 겨울 난방비 현실화를 비롯한 진폐복지향상을 실시하라고 주장했다. /사진=뉴스1
최 교수는 이어 “대학생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들이 지금 제주 카지노업계들이 고민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조세수입 및 고용창출이라는 긍정적 경제 효과와 함께 도박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지역사회와 어떻게 풀 것인지가 현재 국내 IR 기업의 당면한 숙제로 남아있다.

정철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법과 제도 개정안도 필요하지만 카지노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재정립도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지역주민의 신뢰 형성으로 공감대를 확보하고 지역주민에게 직접적인 경제적 혜택이 돌아가는 물리적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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