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 쟁점 "산업수요 대응 부족" vs "건강권 침해·임금감소"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2018.11.2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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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탄력근로제 둘러싼 노사 갈등과 고용노동부의 고민

현행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3개월로 부족? O
단위기간 확대하면 노동자 임금 무조건 감소? X
무한정 노동으로 노동자 건강 침해 가능성? △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둘러싸고 노사갈등, 노정갈등이 첨예하다. 정부는 실태조사 결과 경영계의 단위기간 확대 주장이 일리 있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정부는 노동계가 우려하는 건강권 침해 등의 가능성도 충분히 대비하도록 제도를 준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의 반발은 그치지 않는다.



20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의 가장 큰 쟁점은 현행 제도로 산업수요를 맞추기 힘들다는 점이다. 현재 근로기준법상 탄력근로제의 최대 단위기간은 3개월로 한정돼있다. 경영계에서는 그동안 계절산업, 신제품 출시시기, 대형 제조업체 개보수 등 집중근로가 필요할 때 현행 단위기간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고 호소해 왔다.

고용부는 실태조사 결과 이 주장이 사실이라고 파악했다. 단위기간이 3개월일 경우 실제 집중근로를 할 수 있는 시기는 6주 가량이다. 주당 평균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맞춰야하기 때문에 전반기 6주간 평균 64시간을 일하면 후반기 6주는 평균 40시간씩만 일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조사 결과 일부 업종은 집중근로만 12주를 해도 부족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선풍기, 난방기기, 에어컨 등 계절산업에서도 최소 4개월은 집중근로를 해 계절별 물량을 채워야 하는데 3개월의 단위기간으로는 부족하다”며 “개보수에 3개월 이상 걸리는 석유화학 등 일부 업종과 직무에서 더 긴 단위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면 임금이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노총은 지난 18일 시급 1만원을 받는 노동자가 6~12개월 단위 탄력근로를 하는 경우 임금이 7% 감소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전반 13주간 주 52시간, 후반 13주간 주 28시간 일하는 노동자의 평균 노동시간은 주 40시간이 된다.

탄력근로제가 없었다면 전반기에는 주당 12시간씩 통상임금의 1.5배인 가산수당을 받아야 하지만, 탄력근로제가 시행되면 이 금액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계산을 단순화하기 위해 연장근로는 제외했다”면서도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면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므로 전반적인 임금 감소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부의 설명은 다르다. 고용부는 탄력근로제를 도입할 경우 소정근로시간이나 연장근로시간에 따라서 임금이 변하기 때문에 단위기간 전체적으로는 일률적으로 임금감소가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고용부는 탄력근로제 1주 평균 64시간의 집중근로를 하는 업체의 예를 들었다. 단위기간별로 전반기 주 52시간, 후반기 주 28시간씩 기준근로시간을 잡아도, 이를 넘어서는 연장근로를 12시간씩 동일하게 할 경우 똑같은 연장근로수당이 발생해 임금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전반기에 주 64시간씩, 후반기에 주 40시간씩 일할 경우 탄력근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면 전반기에만 주 24시간의 연장근로가 발생한다. 대신 탄력근로를 통해 기준근로시간을 52시간, 28시간으로 잡으면 전반기 12시간, 후반기 12시간씩 연장근로가 발생해 단위기간 전체의 임금총액은 같다.

또한 기업별로 근로기준법에 따라 탄력근로제 도입 과정에서 노·사간 협의로 기존의 임금수준보다 떨어지지 않도록 다양한 형태로 임금을 보전하는 사례도 있다는 게 고용부의 입장이다. 근로기준법 제51조(탄력적 시간근로제) 4항은 “사용자는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근로자를 근로시킬 경우에는 기존의 임금 수준이 낮아지지 않도록 임금보전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고용부는 향후 탄력근로제 확대를 논의하는 사회적 대화 과정에서 노동계가 우려하는 임금감소를 막을 수 있도록 구체적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노동계에서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확대되면 무한정 노동이 가능해져 노동자 건강권을 침해한다는 우려도 한다. 고용부는 이에 공감하며 만성과로 인정기준을 준용하는 등 건강권침해 방지장치를 도입할 방침이다. 12주 평균 60시간 또는 4주 평균 64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안경덕 고용부 노동정책실장은 “노동계가 우려하는 건강권 침해와 임금감소 우려 등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며 “노동계가 총파업 등의 방식보다는 사회적 대화의 틀 안에서 같이 대안을 마련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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