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시장 초호황은 끝났다"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18.11.13 15:14
글자크기

실적부진 IT기업, 지난해 같은 데이터센터 투자 어려워…
자율주행차·AI 등 새 기술 일상화되는 데에는 시간 필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의 연구실./AFPBBNews=뉴스1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의 연구실./AFPBBNews=뉴스1


최근 5년간 호황을 맞았던 반도체 시장이 정체기로 접어들었다고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대형 반도체 기업들의 가치가 지난 5년 두 배 이상 뛰는 등 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면서 "이제 업계에서는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거대 IT 기업들의 설비 투자 감소와 무역전쟁 등이 그 배경으로 지목됐다.

최근 몇 년간 애플,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은 클라우드 서비스 및 데이터 보존을 목적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에 투자해왔다. 이들 5대 기업의 지난해 투자 금액만 800억달러(91조원)로 2015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데이터센터에는 반도체칩이 필수 부품이기 때문에 반도체 업계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21.6% 오른 4200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덩달아 호황을 맞았다.



하지만 최근 실적부진에 빠진 IT 기업들이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설비 투자를 이어가기 어려워 반도체 업계의 호황도 지속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날 애플은 부품업체에 공급량 대폭 축소를 요청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5% 넘게 떨어졌고, 최근 시장전망보다 낮은 분기 실적을 공개한 아마존도 한때 1조달러를 넘던 시가총액이 8000억달러 수준으로 하락하는 등 IT 기업들이 부진한 모습이다.

반도체 재고도 쌓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9월 "반도체 수요 감소로 재고량이 10년 새 최대"라면서 "가격 압박으로 인해 중간 판매자들이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차기 첨단기술이 반도체 수요를 늘릴 수 있지만 "과거 아이폰처럼 우리 일상생활에 스며들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무역전쟁도 반도체 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반도체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공급체인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이스라엘에서 디자인된 반도체가 미국 오리건주에서 만들어진 후 중국, 대만을 거쳐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관세로 인해 국가 간 제품 이동이 어려워지면 업계가 타격을 입는다는 것이다.

시노버스 파이낸셜의 다니엘 모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반도체 기업들도 호황이 끝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반도체 기업들이 내년 설비투자에 올해보다 3.3% 감소한 273억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