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의 연구실./AFPBBNews=뉴스1
블룸버그는 "대형 반도체 기업들의 가치가 지난 5년 두 배 이상 뛰는 등 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맞았다"면서 "이제 업계에서는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거대 IT 기업들의 설비 투자 감소와 무역전쟁 등이 그 배경으로 지목됐다.
최근 몇 년간 애플,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은 클라우드 서비스 및 데이터 보존을 목적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에 투자해왔다. 이들 5대 기업의 지난해 투자 금액만 800억달러(91조원)로 2015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데이터센터에는 반도체칩이 필수 부품이기 때문에 반도체 업계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21.6% 오른 4200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덩달아 호황을 맞았다.
반도체 재고도 쌓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9월 "반도체 수요 감소로 재고량이 10년 새 최대"라면서 "가격 압박으로 인해 중간 판매자들이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차기 첨단기술이 반도체 수요를 늘릴 수 있지만 "과거 아이폰처럼 우리 일상생활에 스며들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시노버스 파이낸셜의 다니엘 모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반도체 기업들도 호황이 끝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반도체 기업들이 내년 설비투자에 올해보다 3.3% 감소한 273억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