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구분 사라진 무대…"관객이 관람 넘어 사유하도록"

머니투데이 배영윤 기자 2018.11.0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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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S씨어터 첫 번째 연극 '사막 속의 흰개미' 9일 개막…블랙박스 극장 특징 살려 세로형 무대로 재배치

연극 '사막 속의 흰개미' 무대 조감도. 일반적인 가로형 무대가 아닌, 객석을 가로지르는 세로형 무대로 디자인했다. 관객은 무대 양면에서 바라보게 되며 맞은편 객석 역시 무대의 일부가 된다./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연극 '사막 속의 흰개미' 무대 조감도. 일반적인 가로형 무대가 아닌, 객석을 가로지르는 세로형 무대로 디자인했다. 관객은 무대 양면에서 바라보게 되며 맞은편 객석 역시 무대의 일부가 된다./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신개념 극장에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100년 된 고택(古宅)이 들어선다. 연극 '사막 속의 흰개미'의 배경이 되는 이 고택은 객석을 세로로 가로지르는 형태로 들어서, 이야기와 함께 관객 속에 깊이 파고든다.

오는 9일 개막을 앞둔 서울시극단의 연극 '사막 속의 흰개미'의 무대디자인이 공개됐다. 지난달 개관한 세종S씨어터에 오르는 첫 번째 연극 작품이다. 가변형 구조의 블랙박스 공연장인 세종S씨어터만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객석과 무대가 구분되는 일반적인 프로시니엄 형태(무대와 객석을 구분하고 관객이 무대 정면만 바라보는 형태)에서 벗어나 객석을 가로지르는 무대로 재배치했다.



'사막 속의 흰개미'의 배경은 흰개미 떼의 서식지가 된 100년 된 고택이다. 김광보 연출은 "집을 갉아먹고 있는 흰개미와 이로 인해 무너져가는 고택, 그 안의 불안과 위태로움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세종S씨어터의 무대 변화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무대디자인은 최근 연극 '알앤제이(R&J)'에서 배우와 관객을 한층 더 가깝게 만든 무대로 호평을 받은 박상봉 무대디자이너가 맡았다. 박 디자이너는 관객이 적극적으로 작품 속에서 상황과 메시지를 사유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그는 "블랙박스 극장인 세종S씨어터의 특징에 따라 무대를 객석 전체 공간으로 살렸다"며 "객석이 무대 안에 공존하고 반대편 객석이 보이는 형태로, 무대 안으로 관객을 초대한 셈"이라고 말했다.

연극 '사막 속의 흰개미' 무대디자인 과정(왼쪽부터 오른쪽 방향). 일반적인 프로시니엄 극장 형태의 무대디자인으로 시작했으나 가변형 블랙박스 극장인 세종S씨어터의 특징을 최대한 활용, 무대의 길이를 늘리고 객석을 무대 양 옆에서 마주보는 형태로 배치했다./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연극 '사막 속의 흰개미' 무대디자인 과정(왼쪽부터 오른쪽 방향). 일반적인 프로시니엄 극장 형태의 무대디자인으로 시작했으나 가변형 블랙박스 극장인 세종S씨어터의 특징을 최대한 활용, 무대의 길이를 늘리고 객석을 무대 양 옆에서 마주보는 형태로 배치했다./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김 연출과 박 디자이너는 이번 연극이 인물의 긴장감과 거리가 중요한 작품인 만큼 관객을 만나는 방식을 과감하게 바꾸기로 했다. 그렇게 객석을 반으로 나눈 양면무대가 탄생했다.

박 디자이너는 "오래된 집과 페어리 서클(사막 모래 위에 발견되는 원), 현재와 과거, 집과 마당, 마당 밑 흰개미 떼들로 텅 비워진 이미지가 따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의미로 작용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김 연출은 "덕분에 보다 흥미로운 극 해석이 가능해졌다"며 "연극적으로도 남다른 의미를 갖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막 속의 흰개미'는 지난 '2018 서울시극단 정기공연 창작대본 공모'를 통해 선정된 황정은 작가의 창작극이다. 아프리카 사막에서 발견되는 페어리 서클 현상을 바탕으로 흰개미 떼의 서식지가 되어 버린 고택과 그 안에 무언가를 감추려는 사람들의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그린다. 공연은 오는 9일부터 25일까지.

연극 '사막 속의 흰개미' 포스터./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연극 '사막 속의 흰개미' 포스터./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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