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문학에서 통일문학으로' 문학교류 확산될까

머니투데이 황희정 기자 2018.09.2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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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 문학작품 11권 국내 반입 신청…남북관계 화해국면 맞아 '청춘송가' '벗' 국내 재출간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8일 오후 환영 예술공연이 열리는 평양대극장에 도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평양=뉴스1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8일 오후 환영 예술공연이 열리는 평양대극장에 도착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평양=뉴스1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에 따른 남북 화해 분위기 확산으로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 등 문화예술 교류분야에서도 그동안 진행된 사업의 후속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이에 따라 남북의 언어 통일, 문학 교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문학계에서도 이를 계기로 분단문학이 통일문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분단문학을 통일문학으로 이어나가야…남북 문학교류 재개 기대감



한민족이 둘로 나뉘는 아픈 역사로 인해 탄생한 '분단문학'은 일반적으로 남북 분단상황을 다룬 모든 문학작품을 포함한다. 대표적 분단문학 작가로 지난 7월 타계한 최인훈 작가를 들 수 있다. 그는 1960년 출간한 '광장'을 통해 남북 분단상황의 부조리와 이념 갈등의 단면을 그려냈다.

80년대 들어선 조정래의 '태백산맥'이 눈에 띈다. 1983년 연재를 시작해 1989년 완결된 '태백산맥'은 1948년 10월 전남 여수에 주둔하던 국방경비대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키면서 시작된 여수·순천사건부터 6·25전쟁과 남북 분단이 고착화한 1953년 10월까지를 다뤘다. 인쇄를 거듭하며 현재까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분단문학에서 통일문학으로' 문학교류 확산될까
90년대 들어 분단 2세대 이야기를 다룬 분단문학이 등장했으나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와의 거리감으로 인해 점점 잊히는 장르가 돼가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분단문학의 명맥을 통일문학(통일 후 출간되는 문학작품)으로 이어나가야 한다는 기대감이 높다.

지난 4월 '남북 평화 기원협력 공연'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북측 안동춘 조선문학예술총동맹 중앙위원회 위원장이 과거 남북한 문인들이 함께 만들다 중단된 문학잡지 '통일문학'을 다시 같이 만들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남북한 문인들은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 화해 기류를 타고 2006년 해방 후 최초의 남북한 문학작가 모임인 '6·15민족문학인협회'를 결성했다. 이 같은 교류의 결실로 2008년 2월 협회의 기관지이자 남북한 문인들이 함께 만드는 첫 문학잡지 '통일문학'을 창간했다. 이 잡지는 2009년 3월까지 6개월마다 1권씩 발간되다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3호를 끝으로 중단됐다.


'분단문학에서 통일문학으로' 문학교류 확산될까
◇북한 소설, 남한에서도 출간돼…사랑 이야기를 정면으로 다룬 '청춘송가' 눈길

북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북한 서적이 국내에서도 발간되는 등 문학계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민간단체 주도로 연구용이 아닌 대중을 위한 '일반도서'로 북한 문학작품의 국내 정식출판이 추진돼 눈길을 끈다. 지난달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은 중국 민간기업을 통해 북한 조선대성산저작권대리소로부터 북측 문학작품의 저작권을 양도받기로 합의하고 통일부에 해당 소설에 대한 반입 신청서를 냈다.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홍석중의 '황진이'를 비롯해 △풍운 속의 여인 △이제마 △훈민정음 △겨레의 넋을 불러 △국상 을파소 △여기자 △네 덩이의 얼음 △단풍은 낙엽이 아니다 △고구려의 세 신하 △한 여성의 수기' 11권이 이에 해당한다.

북한에서는 드물게 청춘 남녀의 사랑을 정면으로 다뤄 화제가 된 '청춘송가'는 1987년 북한에서 발표된 뒤 이듬해 남한에도 소개되면서 화제에 올랐다. 남북관계 화해국면을 맞아 지난 6월 국내에서 새롭게 출간됐다. 북한 젊은이들의 일과 사랑이라는 매력적인 스토리를 통해 우리와 다르지 않은 북한의 일상사를 경쾌한 문체로 그려냈다.

지난 4월 재출간된 '벗'은 북한 예술단 여가수의 이혼소송을 통해 사랑과 결혼, 이혼 과정을 그렸다. 북한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작품으로 출간 후 단숨에 스테디셀러에 올랐다고 전해진다. 폐쇄적인 나라의 이혼이라는 소재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데다 북한의 사법절차를 엿볼 수 있어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2011년 프랑스어로 번역된 이 작품은 남북한을 통틀어 파리에서 가장 많이 팔린 '코리아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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