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노조는 광주형 일자리에 왜 반대하나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2018.06.1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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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지역형 일자리]③"같은 일 하면서도 반값 임금…고용불안 가속"…전문가들 "노사정 합의 필수…가이드라인 마련해야"

편집자주 '지역형 일자리' 창출 실험이 광주광역시에서 시작됐다. 지역 생활비 수준에 기반한 임금체계가 핵심이다. 극심한 고용난을 해결하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다. 하지만 지역별 근로계약의 효력인정 등 법적 뒷받침이 없는 탓에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합작법인'이라는 어정쩡한 첫발을 내딛었다. 지역기반형 일자리 사업의 성공을 위한 숙제를 점검했다.

[MT리포트]노조는 광주형 일자리에 왜 반대하나


현대차가 광주형 일자리 사업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노조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임금 하향 평준화를 우려하면서다. 전문가들은 노조의 적극적 동의 없이는 지역형 일자리 실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노사정 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이하 현대차 노조)는 이달 1일 성명을 내고 “광주형 일자리는 정규직 임금 수준을 하향 평준화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부영 지부장은 “지금도 전주, 울산 등 일부 공장은 일감이 부족해 생산 능력이 남아도는 상황”이라며 “이미 고용 불안이 시작됐는데 광주형 일자리는 고용불안과 경영위기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반발은 예상됐던 일이다. 2배 넘게 차이나는 임금이 주된 이유다. 광주형 일자리 평균 임금은 4000만원대로 책정됐다. 현대차 평균 임금(약 9200만원)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같은 일을 하는데 임금 수준이 2배 이상 차이가 나면 기존 노조는 사회적 압박을 느낄 것”이라며 “사회적 압력이 가해지면 기업도 임금인상이나 성과급 지급에 다소 유보적인 자세를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감 감소 우려도 있다. 노조에 따르면 현대차의 글로벌 생산능력은 968만대지만 지난해 판매대수는 735만대로 가동률은 75.9%에 그쳤다. 최근에는 미국의 통상압력 등으로 현지생산을 늘리고 있어 국내 일감이 더욱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회사의 새 공장 투자·위탁 생산 계획을 노조가 반길 수만은 없는 일이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조와 협의 없이 기존 생산을 위탁으로 돌리기는 힘들지만 기존 모델의 단종 등으로 일감이 줄어들 수 있다”며 “일감이 줄어들면 노조의 교섭력도 떨어지고 이는 임금 동결이나 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기존 근로자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허 연구위원은 “국내 근로자 임금이 계속 오르면 기업은 국내 생산 인력을 늘리려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노조원의 수 감소로 이어져 교섭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국내 공장 임금경쟁력이 떨어져서 새 모델이 나와도 해외 공장에서 생산하는 추세인데 임금경쟁력을 갖춘 새 공장이 국내에 생긴 것은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윤동열 울산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역형 일자리가 장기적으로는 기존 노조의 기득권을 빼앗는 사업이 아닌 일자리 유지를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며 “노조도 지역 일자리 정책에 노동자들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정책 수립 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성공하려면 노사정 합의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박 교수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가격경쟁력, 임금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노조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며 “사업 성패가 결정될 때까지 3~5년 정도 임금 인상 요구 등 노사 분규 자제를 노조가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정부가 노조를 설득해야 한다”며 “국가 경제와 청년의 미래를 위해 기업은 투자하고 노조는 임금을 나눔으로써 서로 한발씩 양보해야하는 상황임을 설득하고 여론을 활용해 압박하는 양동작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지방자치단체가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 노사민정협의회, 일자리 위원회 등 노사 대타협이 이뤄질 수 있는 실질적인 논의의 장을 제도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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