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들 마음 얻는데 실패한 현대차…소통 필요해

머니투데이 신아름 기자 2018.05.2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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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글로비스 분할·합병비율 논란으로 지배구조개편 명분 반감, 시장과도 소통에 실패해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안과 관련, 오는 29일 개최할 예정이던 현대모비스 주주총회를 전격 취소할 수밖에 없었던 데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우선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의 분할·합병안의 적합성을 둘러싼 논란이 잇따르면서 지배구조 투명화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이 흐려졌다는 비판을 극복하지 못했다.



주주들 마음 얻는데 실패한 현대차…소통 필요해


◇"분할·합병안, 비율·절차에 문제" 비판 못 넘어 = 현대차그룹 개편안은 현대모비스가 0.79대 0.21의 비율로 투자 및 핵심부품 사업을 영위하는 존속회사와 국내 모듈·AS 부품 사업을 영위하는 분할회사로 나뉘고, 이 분할회사가 다시 현대글로비스에 1대 2.9의 비율로 흡수합병되는 것이 골자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비율이 합리적이지 않고 절차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개편안에 따라 모비스가 글로비스에 넘겨줘야 하는 국내 모듈·AS부품 부문은 고수익을 내는 사업부서로 알려졌다. 모비스 주주에게 불리한 분할·합병 비율이라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아울러 똑같은 사업부문을 굳이 국·내외로 쪼개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게 시장 평가다. 오히려 사업 역량이 분산될 뿐, 비효율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7일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현대차 개편 안에 반대를 권고하는 의견을 낸 데는 이 같은 배경이 존재한다.

분할·합병 절차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원 본부장은 "현대모비스의 모듈·AS사업 부문을 분할해서 현대글로비스에 이관하기보다 이 사업부문을 증시에 상장한 다음 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관하는 사업부문의 정확한 시장가치를 판단받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장이라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이사는 "주주들은 시장에서 차익거래 기회가 완전히 박탈됐다는 데 불만을 가졌다"며 "존속법인과 분할법인을 둘 다 상장시켜 시장에서 공정가치를 평가하도록 맡기는 방법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과 소통 부재로 부정적 기류 형성= 분할·합병안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3월 말 개편안 발표 후 주주 설득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등 시장과의 소통에 실패한 현대차그룹의 안이한 태도가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개편안을 둘러싼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 것은 현대차그룹이 주주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는 의미"라며 "주주들이 현대차 측이 개편안에서 제시한 주주가치제고 수준보다 더 큰 것을 원한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개편안 공개 직후 분할·합병과 관련, 현대차에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지만 답변 조차 하지 않다가 판세가 넘어간 뒤에야 뒤늦게 연락이 왔다"며 "그러는 과정에서 기관투자자 상당수가 감정적으로 악화됐고, 개편안에 부정적 기류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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