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 무릎까지 차오른 물, 문은 열리지 않고…

머니투데이 진달래 기자 2018.05.2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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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재난안전연구원 '재난안전 체험프로그램' 참여해보니…학생 등 누구나 체험

이달 17일 울산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실증실험센터에서 진행한 침수차량 체험프로그램 모습. 참가자들은 물에 잠긴 차량 안에서 빠져나오는 연습을 한다. /사진=진달래 기자이달 17일 울산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실증실험센터에서 진행한 침수차량 체험프로그램 모습. 참가자들은 물에 잠긴 차량 안에서 빠져나오는 연습을 한다. /사진=진달래 기자


차가 서서히 물에 잠기면서 차 안에는 긴장감이 돈다. 너비 7m, 길이 18m, 높이 3m 규모 시설에 물이 찬 곳으로 중형 승용차 한 대가 서서히 들어간다. 침수차량 체험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참가자 4명 모두 말을 잃고 바닥에 빠르게 차오르는 물만 쳐다본다.

심호흡을 크게 하면서 '무섭지 않다'고 생각해보지만 공포심을 떨쳐내지 못하고 차 문을 연다. 앉은 자세에서 정강이 중앙까지 물이 차오른 상태지만 이미 수압은 사람 1명 힘으로 차 문을 열기 어렵다.



차량 내·외부 수위 차이가 30㎝ 이하가 되면 탈출할 수 있지만 그 전까지는 수압으로 문을 열기 어렵다. 문이 열리지 않자 '정말 무서운데'라는 다급한 목소리만 반복된다.

울산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실증실험센터에서 이달 17일 '재난안전 체험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한 이들은 하나같이 '생각보다 무섭다'는 말을 했다. 실험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물이 허리까지 올라 오는 동안 좁은 차 안에 갇혀 있으면 누구나 공포심을 느낀다.



이런 체험프로그램은 재난 체험을 통해 국민들이 직관적으로 대처요령을 습득하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주로 학생과 국내외 정부기관 관계자 등이 단체로 참여한다. 센터가 만들어지고 2016년부터 2년간 54회에 걸쳐 1200여명이 체험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직접 몸으로 경험하면서 재난 대응 요령과 정보를 익히면 실제 상황에서 덜 당황하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며 "고등학생 등 참여자들 96%가 체험 만족도를 높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달 17일 울산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실증실험센터에서 진행한 침수계단 체험프로그램 모습. 참가자들은 물이 쏟아지는 계단을 올라가는 연습을 한다. /사진=진달래 기자이달 17일 울산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실증실험센터에서 진행한 침수계단 체험프로그램 모습. 참가자들은 물이 쏟아지는 계단을 올라가는 연습을 한다. /사진=진달래 기자
재난안전 체험프로그램에는 침수차량 외에도 침수계단, 침수공간, 급류하천 등을 탈출하는 체험 장치가 운영된다.


물이 차오르는 지하 공간에서 계단을 통해 나가는 침수계단 탈출체험은 겉보기에는 쉬운 과제로 보였지만 첫 계단으로 발을 딛는 순간 '오만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거센 물살에 양 손잡이가 없다면 한 발자국도 올라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대부분 지하 계단 옆에는 손잡이가 없다는 연구원의 설명에 계단을 오르는 내내 '실제 상황이라면 올라갈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연구원은 성인 종아리 이상의 수심에서는 슬리퍼나 하이힐을 신고 이동할 수 없고 남녀 성인 모두 무릎 수준(45.5㎝) 수심이 되면 탈출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체험프로그램은 지난해 교육부 교육기부 체험인증기관 자격을 취득했다. 이는 학생 참여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울산시와 울산시교육청과도 지역사회 재난대응역량강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일본 공무원들도 방문해 재난 체험을 하고 갔다.

연구원은 재난 대응 역량을 키우기 위한 교육은 글과 사진, 영상이 아닌 실습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체험프로그램을 전국적으로 많은 국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할 생각이다. 연구 내용을 국민들에게 쉽게 알리고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안전한 사회로 가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지진 발생으로 연구원의 지진 연구 분야가 확대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체험 프로그램도 이런 방향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나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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