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지분 외부 매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삼성으로선 막대한 자금 소요와 경영권 안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문제 해결의 총대를 삼성생명이 잡았지만 해법을 두고 그룹 전체가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 각각 8.23%(특별계정 제외 1062만2814주)와 1.44%로 합해도 10%를 밑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자사주(보통주 1798만주·우선주322만주) 분할소각이 올해 안에 완료되면 각각 8.84%, 1.55%로 합계 10%를 넘어서게 된다.
시장 관계자는 "지분 규모가 만만하진 않지만 이 정도면 삼성물산이 소화할 수 있다"며 "그룹 연간 영업이익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외부에 넘기는 방안은 지금 지분구조에선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 금융위가 보험업법 개정과 맞물려 시장가로 삼성생명 총자산(지난해 말 기준 282조7138억원)의 3%를 넘는 삼성전자 지분을 해소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처분해야 할 지분 규모가 20조원 수준으로 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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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안팎에선 여전히 삼성물산 역할론을 유력한 해법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SDS(삼성에스디에스 (158,600원 ▲8,400 +5.59%)), 삼성바이오로직스 (770,000원 ▼10,000 -1.28%) 등 계열사 지분을 삼성전자에 매각하고 매각대금으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이다.
삼성전자 고위임원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규모가 17조원 수준으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규모와 비슷하다"며 "고려할 수 있는 방안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전자계열사로 재편되면서 그룹 지배구조에도 상당한 변화가 생기게 된다.
지주사법 개정안은 계열사 보유지분을 시장가로 합산해 총자산의 50%를 넘을 경우 지주사로 강제전환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행법에선 계열사 보유지분이 아니라 자회사 보유지분을 장부가액으로 합산해 총자산의 50%를 초과하는지를 따진다.
개정안이 이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등 계열사 지분이 총자산의 50%를 넘어서면서 삼성물산이 지주사로 강제전환되고 삼성전자 지분은 30%까지 늘려야 한다.
개정안을 차치하더라도 이런 시나리오가 삼성물산이나 삼성전자 주주이익에 부합하는지도 따져볼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법에서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보유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하는 게 가능하다고 해도 결국은 고육지책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해법으론 앞서 거론한 방안과 병행해 삼성SDS를 분할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9.20%)과 삼성전자 지분(0.65%)를 스왑(주식교환)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을 높이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이 경우 계열사 지분을 오너의 지배구조 강화에 활용한다는 여론은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배구조와 관련한 규제가 이중삼중으로 얽혀 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셈"이라며 "순환출자 해소에 이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기 위해 삼성이 고민하고 있지만 선택할 수 있는 길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