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휘파람' 등장한 블록체인 토론회…"발전 막는 규제 안돼"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2018.04.1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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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민·관·학 모여 블록체인 육성정책 토론…"ICO 금지는 국부 유출..전문가 뽑고 싶어도 인재 없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KAIST 블록체인 육성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KAIST 블록체인 육성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젊은이들이 '블(록체인)대륙'에서 돈 벌 수 있다면 굳이 미세먼지 많은 한국에서 살 필요가 있을까요."(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위원장)

"블록체인이 코인이나 가상통화공개(ICO)로 매도되는 것에 대해 분개합니다."(서영일 KT블록체인센터장)




18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이 100여 명의 청중으로 가득 찼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블록체인 육성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린 자리.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패널토론에서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위원장이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규제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자 방청석에선 박수와 휘파람이 터져 나왔다. 토론회에 참석한 인사들은 학계, 산업, 정부 등 각기 다른 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블록체인 원천기술 개발과 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가 아닌 지원이 시급하다는 점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기술 발전 따라가지 못하는 규제 안돼"='산업 생태계 변화를 위한 블록체인 활용과 가치'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선 오세현 SK텔레콤 블록체인사업개발 유닛 전무는 규제가 아닌 국가 차원의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행법 상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등록된 계약서, 전자서명과 같은 전자기록물의 법적 효력이 완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오 전무는 "법에서 전자문서의 효력이 부인되지 않음을 보장하고 있지만 다른 법률의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한다는 전제가 있다"며 현실적으로 전자문서의 효력을 인정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ICO를 금지하는 정책은 나라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나왔다. 전하진 위윈장은 "블록체인 산업이 활성화된 대륙을 의미하는 '블대륙'은 이미 전 세계 경제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며 "블대륙에서 돈 번 사람들은 굳이 규제가 많은 우리나라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젊은이들이 몰타 같은 곳에 가서 ICO를 해 돈을 벌고 거기서 사는 것을 우리는 쳐다만 보고 있을 것이냐"며 "(규제가 강화된다면) 젊은이들이 블대륙으로 화려한 이민을 떠나기 바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형주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이사장도 ICO 규제는 국부유출과 같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해외에서 ICO를 하려면 법인 설립 2억원, 고문단 구성 1억원, 홍보·마케팅 5억원, 현지 사무실 운영비 3억원 등을 포함해 10억여원이 필요하다"며 "일부 국가에서 대략 17%의 법인세를 부과하는데 300억~4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조달한다고 가정하면 50억~60억원 가량을 해외에 주고 오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재형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융합신산업과장은 "90년대 인터넷이 처음 나왔을 때 미국에서 규제를 최소화했는데 우리 정부의 블록체인 관련 정책도 이와 비슷하다"며 "정부가 개입을 최소화하고 블록체인을 적용했을 때 방해가 되는 부분을 글로벌 수준에 맞춰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KAIST 블록체인 육성 정책토론회'에서 김용대 카이스트 정보보호대학원 교수가 블록체인 기술발전과 인재양성에 관한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KAIST 블록체인 육성 정책토론회'에서 김용대 카이스트 정보보호대학원 교수가 블록체인 기술발전과 인재양성에 관한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블록체인 전문가 뽑으려 해도 없어"=산업 발전을 위한 규제 해소와 함께 블록체인 인재 양성이라는 근본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점도 여러 번 언급됐다. 블록체인을 제대로 하려면 원천기술 개발이 중요한데 이를 연구할 인재 육성책이 당장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시장 수요가 생길 경우 전문 인력이 체계적으로 양성되지 않으면 실제 산업 개발과 창업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용대 카이스트 교수는 "블록체인은 프로토콜 등 원천기술 설계와 개발이 중요한 분야이고 해외는 새로운 연구가 활발한데 우리나라에는 블록체인 보안, 분산, 시스템 등 전문 분야 고급 기술 인재가 없다"고 지적했다. 산업계에서도 블록체인 전문가를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는 토로다. 서영일 KT 블록체인센터장은 "블록체인 전문인력을 뽑으려 해도 이제 막 '블록체인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며 "블록체인 인프라 구축은 결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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