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아직 돌려줄 게 많은 韓기업…이제부터 시작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2018.04.1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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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준비는 배당으로]박인희 신영자산운용 배당가치본부장 "배당 증가할 주식시장은 한국 뿐"

편집자주 편주: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다. 저성장 시대에 투자를 늘리지 않는 기업들이 위기대비를 명분으로 이익을 쌓아만 두고 있다. 그러다보니 배당 수준은 세계 최하위로 떨어졌다. 성장 과실을 주주에게 나눠줘 돈이 돌게 해야 한다. 국민의 노후도 배당 확대로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기업의 배당 현실을 살펴 본다.

박인희 신영자산운용 배당가치본부장./사진=신영자산운용박인희 신영자산운용 배당가치본부장./사진=신영자산운용


"한국에서 배당 투자는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박인희 신영자산운용 배당가치본부장은 "5년 전만 해도 투자자 사이에선 '한국 주식을 배당받으려고 하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는 배당 성향이 낮았다"고 회상했다.

박 본부장은 가치투자 명가로 불리는 신영자산운용에서 12년여간 '신영밸류고배당'을 운용해 온 배당주 투자의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신영밸류고배당'은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유일하게 설정액이 1조원에 달하는 초대형펀드로 2003년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은 680%에 달한다.



박 본부장은 "한국 기업들은 유보금이나 배당 재원이 많은데도 주주에게 돌려주는 주주환원에 대해선 소극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성장기에는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기업을 키우기 위해 그랬다지만 저성장 국면에서는 투자할 곳이 마땅찮은데도 배당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국인과 연기금 등 기관뿐만 아니라 개인 주주까지 배당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그는 "배당 수익에 민감한 투자 문화가 조성되면서 기업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나쁜 부담이 아니라 투자자들에게 부채 의식을 갖게 하는 압력"이라고 강조했다.



박 본부장은 "이를 통해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평균 배당 성향을 맞춰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이나 주주 동의를 구할 때 '배당'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증시는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주목받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본부장은 "한국의 배당 성향은 글로벌 대비 10% 이상 낮은 편이지만 반대로 아직 돌려줄 게 많이 남아있는 시장이기 때문에 한국 증시를 유망하게 본다"고 했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앞으로 배당 재원이 늘어날 수 있는 주식시장은 한국 뿐"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지난해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현대차의 주가가 급락하지 않았던 이유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배당'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해석했다. 그는 "현대차는 지난해 신차 판매 부진과 중국의 사드 보복까지 겹쳐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는데도 주가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며 "투자자들은 배당을 통해 현대차가 하락 리스크를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본부장은 "배당을 많이 하는 회사는 우량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배당률이 높은 기업의 주가는 장기적으로 더 높아질 수 밖 에 없다"며 "현금 흐름이 좋은 회사는 경기 사이클이 나쁜 시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회사고 그럴수록 경쟁력은 더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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