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빼앗긴 두 지역소주, 대응법 갈렸다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18.04.0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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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학 '전문경영인' 체제서 집토끼 사수 본격화…보해양조 '오너3세' 단독 대표맡아 수도권 공략 지속

왼쪽부터 최재호 무학 회장, 임지선 보해양조 대표이사왼쪽부터 최재호 무학 회장, 임지선 보해양조 대표이사


수도권에 집중하다 안방을 빼앗긴 두 향토 소주업체가 각기 다른 대응법을 내놔 눈길을 끈다. 보해양조는 오너경영에 힘을 실으며 서울 공략을 지속할 것임을 시사한 반면, 무학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며 집토끼를 되찾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무학 (5,110원 ▲20 +0.39%)은 지난 27일 강민철 대표이사가 사임함에 따라 이수능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 대표는 무학에서 30여년간 근무해 사장까지 올랐다. 이 대표가 생산·재무를 맡는 '지원부문장'이자 대표이사로 회사를 이끌고, '영업부문장'인 이종수 사장이 영업·마케팅을 총괄하는 투톱 체제로 운영된다.



무학이 20대 타깃으로 내놓은 저도 소주 '좋은데이 1929'. 부산경남에 먼저 출시했다.무학이 20대 타깃으로 내놓은 저도 소주 '좋은데이 1929'. 부산경남에 먼저 출시했다.
오너인 최재호 무학 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났다. 최 회장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영업 마케팅보다는 무학의 미래방향을 고민하겠다는 뜻을 밝힌 후 지역사회공헌에 집중하고 있다.

무학의 변화는 부산·경남 소주 점유율 하락과 연관이 있다. 수도권에 집중하는 사이 부산 향토소주업체 대선주조가 부활하면서 무학의 부산 점유율은 50%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2313억원, 289억원으로 각각 9% 하락하고 반토막났다.



이에 기존 경영진이 모두 물러나며 전략 실패를 인정함과 동시에 전문경영인 체제서 지역텃밭 되찾기에 나선 것이다. 20대 타깃의 '좋은데이 1929'를 부산·경남 등에 먼저 출시한 것, 지난해 하이트진로 마산공장 인수의사를 밝힌 것 등이 모두 안방을 되찾기 위한 포석이다.

무학 관계자는 "좋은데이나눔재단에 약 240억원을 출연해 지역에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며 "당장 안방 회복이 시급해 수도권에 집중하기 어려운 것은 맞지만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광주·전남 주류기업인 보해양조 (483원 ▼1 -0.21%)도 처지는 비슷하다. 한때 90%에 육박했던 '잎새주' 지역점유율은 현재 60%대로 추락했다. 지난해 매출액도 989억원으로 14%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24억원으로 간신히 흑자전환했지만, 대규모 해직 등 비용감축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보해양조는 무학과 달리 오너 3세인 임지선 부사장을 단독 대표에 올리며 오너경영을 공고히 했다. 임 대표의 수도권 집중전략으로 실적이 악화했지만, 탄산주 열풍을 일으키는 등 공도 적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보해 측은 오너경영 시대가 열리면서 의사결정이 빨라져 트렌드에 민첩한 대응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수도권 공략을 위한 신제품 개발을 지속하되,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비용부담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안방을 되찾기 위한 작업도 병행해 '전라도 정도 1000년' 기념주를 이달중 내놓을 예정이다.

보해양조 관계자는 "임지선 대표가 처음으로 단독 대표를 맡아 회사가 젊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며 "제2창사 각오로 수도권과 안방 모두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보해양조 전라도 정도 천년 기념주 사업.보해양조 전라도 정도 천년 기념주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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