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사춘기에 접어든 중1 때부터 시작된 나의 자녀 고난기를 돌아보면 아들로 인한 내 번민과 고통의 밑바닥에는 ‘쟤 저러다 대학 못 가는거 아냐?’,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스러운) 대학이라도 보내야 하나?’란 두려움이 있었다. 말썽 피는 아들을 보며 ‘좋은 대학’이란 우상을 어쩔 수 없이 내려놓게 된 상황에서도 주위 엄친아(잘난 엄마 친구 아들) 얘기를 들으면 한없이 부럽고 스스로 초라해졌다.
어릴 때 고생했더라도 성공해 적지 않은 권한을 갖게 되면 ‘나는 이래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스스로 자기가 높다고 생각하면 자기 존재가 너무 커져 남이 작게 느껴진다. 최근 ‘미투’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도 자기 분야에서 확보한 권위에 취해 자신을 너무 큰 존재로 여겨 경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자기를 높이면 다른 사람이 낮아져 상처를 주게 된다.
2. 사람을 잘 모르는 경향이 있다=좋은 대학에 가겠다고 공부에 매달리다 보면 친구와 놀 시간이 없다. 실제로 친구랑 노는 것은 대학 가서 하라거나 공부 잘하는 아이들끼리 그룹을 만들어 그 아이들과만 놀라고 하는 부모도 있다. 이렇듯 제한된 인간관계 속에서 공부만 하다 보면 당연히 사람을 모를 수밖에 없다. 정치든 사업이든 결국 사람의 마음을 사야 성공하고 과학과 기술의 발전도 사람을 위한 것인데 사람을 모르면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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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세상을 모르는 경향이 있다=지식은 많은데 기본 상식이 부족한 사람들이 있다. 학교 공부만 파고들어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일에 관심이 없거나 이런 일은 아예 다른 사람에게 맡겨왔기 때문이다. 한 50대 중소기업 사장님은 “나이가 들어보니 공부 잘하는게 별로 중요하지가 않더라”며 “공부만 한 사람들은 오히려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처하는 센스가 부족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센스는 일일이 가르칠 수도 없고 자기가 경험으로 배워야 하는데 공부만 하느라 경험의 폭이 좁아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길게 보면 정말 별다른 인생이 없다. 오늘 대단한 것처럼 보이는 학벌도 70년, 100년 인생을 놓고 보면 한 점과 같은데 그걸로 아들도 괴롭히고 나도 괴롭히는 어리석음을 저질렀다. 그 나이에 겪어야 할 경험을 폭넓게 하면서 세상과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며 평범하게 살아내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성공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