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
지난달 25일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33)는 '한국이 세계적인 블록체인을 갖는 꿈'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글로벌 가상통화시장에서 홀대받는 한국의 현실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표 대표는 한국이 블록체인 산업을 주도할 기회라며 가상통화 이오스(EOS) 대표자(블록체인을 유지하고 발전 방향을 결정짓는 일종의 국회의원. 총 21명) 선거 출마 사실을 알렸다.
생소한 블록체인 대표자 선거에 출마하며 한국 가상통화시장의 현실을 비판한 표철민 대표를 지난 13일 강남구 패스트파이브에서 만났다.
표 대표는 출마 이유로 홀대받는 한국 가상통화시장의 현실을 꼽았다. 표 대표는 "한국은 시장 규모로 보면 미국, 일본에 이어 3위지만 정작 기술 개발에선 소외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도 현재 가장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이오스 대표자를 배출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대표자'는 이오스 블록체인 생태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리더다. 고성능 장비를 갖춰 이오스 블록체인의 블록을 생성하고 유지하는 역할과 함께 개발자 교육과 대중 콘퍼런스 주최 등 오프라인 활동도 주도한다. 이오스 대표자는 총 21명이 이오스 소유자들에 의해 선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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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대표는 "블록체인을 주도하는 서양인들에게 한국인들은 고려대상도 아닌 게 현실"이라며 "현실에서도 시민들이 투표권을 통해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처럼 우리도 대표자를 내서 요구를 관철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팀(EOSYS)이 대표자가 되면 블록체인 개발과 확산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인적·물적 인프라를 닦는데 투자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다만 현재 선보인 블록체인 기술 가운데 이오스를 가장 유망하다고 본 표 대표도 가격 폭등에는 비판적이었다. 표 대표는 "코인의 성능이 뛰어나다고 해서 가격 폭등이 합리화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재 블록체인시장은 극히 초반일 뿐이다. 제대로 된 성과물도 없는 상황에서 가격이 뛰는 것은 기대감의 반영일 뿐"이라고 잘라말했다.
◇"ICO, 돈벌이 수단 전락…'재앙의 날' 온다"
블록체인의 잠재력을 높게 사는 표 대표지만 한국의 현실에 대해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가상통화공개(ICO)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표 대표는 "최근 ICO를 진행해 300억원을 모았다는 곳과 미팅을 가졌는데 개발자가 단 1명도 없었다"며 "'어떻게 할 생각이냐'고 물었더니 '이제부터 사람 구해야죠'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명망있는 이들이 명성을 돈으로 바꾸거나, 문 닫기 직전의 회사가 마지막 돈벌이 수단으로 ICO를 악용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비판했다.
'블록체인 컴퍼니 빌딩 기업'을 표방한 체인파트너스를 운영하고 있는 표 대표는 "가상통화 가격 상승에 취해 쉽게 돈을 번 관계자들이 기술 개발·투자에는 인색하다"며 업계 전반에 쓴소리를 남겼다.
표 대표는 ICO 열풍 속에서도 대규모 펀딩을 동반한 ICO를 돕거나 주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ICO 시장의 대안은 뭘까. 표 대표는 튼튼한 기술기반을 갖춘 극소수 ICO와 대기업이 주도하는 '펀딩없는 ICO'를 지목했다. 표 대표는 "지금처럼 급조된 ICO가 확산되면 코인시장에 '재앙의 날'이 올 수 있다"며 "위기가 오면 스타벅스, 아마존처럼 대기업이 자사의 제품과 바꿔준다고 보증한 코인들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표 대표는 "블록체인시장에 여러 문제가 있지만, 발전과정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투자 열풍이 지나간 뒤 진짜 실력을 갖추고 대응하기 위해 준비할 때"라며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