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1심서 징역 2년6월…"국정농단 은폐해 국가혼란 심화"

머니투데이 김종훈 , 박보희 기자 2018.02.2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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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뉴스1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뉴스1


'비선실세' 최순실씨(62)의 존재를 묵인하고 국정농단 사태를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52)이 1심에서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4월17일 재판에 넘겨진 뒤 311일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는 22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우 전 수석에 대해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따로 구속영장을 발부하지는 않았다. 우 전 수석이 이 사건이 아닌 국가정보원 등을 통한 불법사찰 사건으로 이미 구속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우 전 수석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관련 비리 의혹이 이슈가 된 2016년 7월 민정수석으로서 비위행위를 강하게 의심할 수밖에 없는 명백한 정황을 확인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며 "청와대 내부 대응방안 마련에 관여하거나 별다른 문제 없다는 법적 보고서를 작성해 진상 은폐에 가담했다. 국가적 혼란이 심화되는 데에 일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 전 수석은 민정수석으로서 막강한 권한과 지위를 이용해 공정위를 CJ에 고발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해 업무공정성과 독립성을 심각히 훼손하는 전례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자신에 대한 특별감찰에 철저하게 비협조적으로 대응하면서 노골적으로 업무를 방해한 결과 특감실은 제대로 된 감찰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우 전 수석은 △문체부 국·과장 6명과 백모 전 감사담당관이 좌천되도록 외압을 쓴 혐의 △K스포츠클럽 사업을 부당 감찰하려 한 혐의 △공정거래위원회에 CJ E&M 검찰 고발을 종용한 혐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자신을 감찰하자 '역사찰'한 혐의 △최씨의 국정농단을 인지하고도 감찰 직무를 포기한 혐의 △국회 국정조사에서 세월호 수사에 외압을 쓴 적이 없다고 위증한 혐의 △국정농단 사건 청문회에 무단 불출석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중 재판부는 △공정위에 CJ E&M 고발을 종용한 혐의 △이 전 특감의 감찰행위를 방해한 혐의 △청와대 참모들과 회의를 갖고 국정농단 사태를 은폐하려 한 혐의 △국회 청문회에 무단 불출석한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했다.

앞선 재판에서 검찰은 우 전 수석이 문체부 국·과장들에 대한 '억지 세평'을 모아 좌천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직접적인 인사권자인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이 좌천을 요구한 이유를 묻자 우 전 수석은 "뭘 알고 싶냐. 그냥 그대로 하면 된다"며 당장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과장들에 대한 좌천 지시는 최씨로부터 내려온 것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었다. 최씨가 문화체육 사업 이권을 챙기기 위해 문체부를 장악하려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만한 주요 간부들을 내쳤단 것이다. 검찰은 최씨가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을 통해 국·과장들을 뒷조사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66)에게 보고서를 올려 우 전 수석에게 지시가 하달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백모 전 감사담당관의 좌천도 외부의 부정한 청탁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K스포츠클럽 부당 감찰 혐의도 최씨와 연관돼 있다고 봤었다. 이 사업에 2020년까지 정부예산 1000억원이 투입될 계획이라는 점을 최씨가 알고 가로채려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최씨가 민정수석실 감찰로 꼬투리를 잡은 뒤 K스포츠재단에 사업을 맡기려 것으로 파악했다. 문체부 국과장 좌천과 마찬가지로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을 통해 우 전 수석을 움직였다는 게 검찰 판단이었다.

CJ E&M 사건은 공정위의 2014년 영화산업 불공정거래 실태조사와 연관돼 있다. 당시 공정위는 CGV의 불공정거래 행위만 검찰에 고발하려 했다. 그런데 신영선 당시 공정위 사무처장이 우 전 수석과 면담한 뒤 기류가 바뀌었다. 자체조사결과와 내부지침을 뒤집고 계열사인 CJ E&M까지 검찰에 고발하려 한 것이다. 검찰은 CJ E&M이 박근혜정부의 심기를 거스르는 콘텐츠를 제작하다 '미운 털'이 박혔고, 우 전 수석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으로 의심된다고 법정에서 밝혔다.

또 검찰은 이 전 특감의 감찰대상이었던 우 전 수석이 역으로 힘을 써 감찰을 무력화시켰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특감실 직원들이 2016년 7월29일 주거지 현장조사를 나가자 민정비서관과 경찰청을 움직여 직원들을 철수시킨 일도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후에도 이 전 특감과 특감실 직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줄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감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우 전 수석은 2016년 7월 언론을 통해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이 드러났음에도 수수방관하고, 최씨의 존재가 수면 위로 떠오른 같은해 10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9), 김성우 전 홍보수석(58)과의 회의자리에서 대응방안을 논의해 사건 은폐에 가담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에게 세월호 수사팀의 압수수색을 무마하려 한 적이 없다고 국회 청문회에서 위증한 혐의, 국정농단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달라는 요구를 받고도 무단 불출석한 혐의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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