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을 대피공간으로 활용한 모습/사진=건설기술硏
건물 내 대피 경로가 차단됐거나 복잡했다는 점이다. 화재 참사가 발생한 5곳 모두 마땅한 건물내 피난공간이 없었다. 그동안 피난로로 인식됐던 비상계단의 경우, 오히려 더 위험한 상황을 초래했다. 화재와 유독 가스가 삽시간에 퍼지는 굴뚝 효과 때문이다. 갑자기 큰 불이 났을 경우 구조 전까지 열과 유독가스로부터로 몸을 피할 수 있는 건물 내 공간은 없을까.
수막형성 방화문 개념도/자료=건설기술연
급기가압시스템 개념도/자료=건설연
건설기술연이 내화 성능 실험을 실시한 결과, 화장실 대피소 내부에서 1시간 동안 버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대원이 화재 초기 진압 후 인명 구조를 위해 건물 내부로 진입할 때까지의 시간을 충분히 벌어준다는 설명이다. 화장실 내부 일산화탄소 농도는 실험시간 동안 1ppm 이하를 유지했다. 이는 터널 내부 공기질에 해당한다.
아파트 실물 화재 실험 결과 화장실 문과 공간이 그대로 유지됐다/사진=건설기술연
건설기술연 화재안전연구소 유용호 연구위원은 “대형화재가 발생하면 가스와 연기가 불과 수초, 수분 내에 퍼지기 때문에 밖으로 빠져나가기 힘들뿐더러 비상계단을 통한 대피도 노약자·장애인·임산부의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제약이 있다”며 “이런 경우 화장실로 대피해 구조를 기다리는 게 생존율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장실 대피소는 1992년 이전에 지어져 피난시설이 없는 아파트, 요양병원 등 노약자 시설, 노후아파트 재건축 등에 적합하다. 실제로 GS건설은 건설기술연으로부터 이 기술을 이전 받아 1984년 지어진 청담동 진흥아파트 10가구를 대상으로 ‘화장실 대피공간’ 설치 시범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이 아파트는 당시 관련 규정이 없어 경량 칸막이, 대피공간, 하향식 피난구와 같은 화재 대피 시설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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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연구위원은 “노후 아파트에 별도의 방화문이 딸린 대피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공간 확보, 공사비용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피난 접근성, 노약자 사용성, 화재대응 구조 안전성, 경제성 등을 두루 갖춘 이 기술은 최적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